그림이 된 문학, 문학이 된 그림 (7)
김이혁 · 김홍도 · 김득신 · 이인문 · 윤제홍 외, 《고산구곡시화병》 종이에 수묵담채, 각 화면 60.3×35.2cm, 19세기 전반, 개인 소장 퇴계선생 이황의 '도산십이곡'은 경상도에 만들어졌고, 율곡선생 이이의 '고산구곡'은 황해도에 만들어졌다. 두 학자의 제자들은 이들이 주자선생의 '무이구곡'에 못지않다고 칭송하였다. 이황과 이이뿐 아니라, 조선의 많은 학자들이 우리 땅 곳곳에 '○○구곡'을 만들었다. 한반도의 구곡경영은 성리학적 생활터전을 이 땅에 만들고자 한 학자들의 의지였고, 학파 내부의 결속에 명분과 운치를 더하는 상징적, 지리적 터전의 생산이었다. 이 가운데 율곡 이이의 고산구곡은 우리 회화사에서 특별한 위상을 가진다. 이이가 그의 구곡을 노래한 「고산구곡가」는 후대에 산수화, 판화,..
그림이 된 문학, 문학이 된 그림 (3)
전 안견, 「적벽부도」, 비단에 담채, 161.5×102.3cm, 15세기 중엽 국립중앙박물관 중국 송나라의 문인 소식은 호가 동파東坡여서 흔히 소동파, 동파선생, 동파공 등으로 불렸고, '동파공의 문장' 이라 하면 명실공히 가장 뛰어난 문장으로 통했다. 특히 소식이 유배지의 뱃놀이를 읊은 「(전)적벽부」와 「후적벽부」는 송나라 문학을 대표한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중국 문학사의 백미로 꼽힌다. 중국과 한국의 문인들은 이를 매우 애호하여, 적벽이 언급된 시문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고, 적벽부 전문을 옮겨 적은 서예작품과 이를 옮겨 그린 회화작품도 무수하다. 조선초의 안견이 그렸다고 전하는 「적벽부도」는 중국과 한국에 유전하는 수많은 「적벽부도」들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이 작품이 안견의 필적이라는 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