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된 문학, 문학이 된 그림 (13)
김홍도, 「송하취생도」, 종이에 담채, 109.0×55.0cm, 고려대학교 「송하취생」은 김홍도의 많은 걸작들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소나무 아래 신선이 앉아 생황을 부는 장면으로, 구도가 매우 단순하지만 소나무와 소년이 또렸이 부각되어 있고, 붓질에는 힘이 넘친다. 생황의 가락을 전달하는 대화가다운 필력이다. 이 그림 위에 적힌 시는 당나라 8세기의 시인 나업의 「제생」이다. 이 시에 담긴 생황 연주자의 전설을 읽노라면, 생황가락의 신비로움과 맑음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그림 속 생황 연주자가 신선이 된 왕자, 왕자진王子晉인 것을 알 수 있고, 그림 속 생황가락은 서늘한 가을저녁 왕자의 자리를 떠나는 작별곡이자 신선의 세계로 오르는 서곡인 것을 알 수 있다. 생황이란 어떤 악기인가? 조..
그림이 된 문학, 문학이 된 그림 (12)
김홍도, 「추성부도」, 종이에 옅은 채새, 56.0×214.0cm, 1805, 삼성미술관 리움 「추성부」는 중국 북송대의 문인 구양수가 가을밤 바람소리를 묘사하고 의론한 부賦(산문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사물의 형상과 의론의 전개가 유려하고 감성과 이성이 잘 조합된 부의 새로운 경지로 평가되는 명문이다. 김홍도는 풍속화 뿐만 아니라 산수, 화조, 인물 등에서도 빼어난 화가였고, 정조의 지지를 받으며 실력 발휘를 하였기에 남겨놓은 걸작의 양에서 조선 최고이다. 이 그림 「추성부도」는, 정조도 세상을 뜨고 김홍도의 인생에도 가을바람이 불어올 무렵 제작된 것이다. 구양수의 성은 '구양' 이고 이름이 '수' 이다. 이 글 「추성부」 첫머리의 '구양자歐陽子' 라 그 자신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 글에서 구양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