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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된 문학, 문학이 된 그림 (16) 김정희, 「세한도」, 종이에 수묵, 23.7×108.2cm, 「세한도」는 김정희가 그의 제자 우선 이상적에게 쓴 편지 앞에 그려 붙인 조그만 그림이다. 편지를 쓰고 남은 먹으로 찍어 그린 듯 칼칼하게 마른 붓질이 소략한 그림이지만, 「세한도」는 하나의 회화작품으로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필묵의 긴장감과 구성의 간결함이 돋보이는 그림이면서, 그 화면 너머 그림 내면에 얽혀 있는 특별한 사연이 있기게 더욱 그러하다. 「세한도」의 사연은 함께 적혀 있는 편지글에 곡진하게 드러난다. 이 그림과 편지에는 제주에 유배중인 김정희의 개인적 비분이 서려 있고, 유배지에서 바라보이는 인간사 속 비분강개가 담겨 있다. 이 편지 모든 구절들이 사마천의 《사기》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은 이 편지의 내면을 이해하는 관건이..
그림이 된 문학, 문학이 된 그림 (15) 박제가, 「어락도」, 종이에 수묵담채, 27.0×33.5cm, 18세기 후반 박제가는 조선후기의 실학자이다. 그의 시문은 실학적 인식 태도를 표현한 참신함으로 오늘날의 연구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박제가는 또한 나름의 예술론을 세우며 그림 감상과 그림 제작을 즐겼던 지식인이었으며 예술가였다. 매우 세밀한 필치로 물고기의 비늘까지 그려낸 이 그림 「어락도」는 우리의 눈길을 끈다. 이 그림 위에는 《장자》 중의 한 문장이 실려 있다. 장주莊周는 기원전 4세기 중국 전국시대의 학자이며, 흔히 '장자' 라 존칭된다. 그는 사람의 마음과 세상의 이치에 대한 많은 글을 남겼는데, 그 학식의 방대함, 상상과 비유의 비범함, 논리구성과 문장구성의 치밀함 등이 교묘하고 흥미롭다. 《장자》로 정리되어 전하는 그의 글은 중..
그림이 된 문학, 문학이 된 그림 (14) 심사정, 「호취박토도」, 종이에 담채, 115.1×53.6cm, 국립중앙박물관 조선후기의 심사정은 몰락한 양반가의 아들로 태어나 평생 그림을 그리며 살았다. 그는 산수도 잘 그렸지만, 다양한 화훼와 새 곤충을 담은 화조화花鳥畵를 유난히 잘 그렸다. 강세황이 심사정의 화조화 기량을 특별히 칭송하였다. 여기 소개하는 그림 「호취박토도」는 그의 화조화 중에서도 걸작으로 꼽히는 그림이다. 이 그림 속 까치의 울음, 꿩의 소곤거림 그리고 소리를 삼킨 매의 위력과 그 의미들을 감상해보자. 숲속에 사는 교활한 토끼 깊은 굴만 믿더니, 가을 풀 무성해도 몸은 훨씬 뚱뚱해졌건만. 한가롭게 엎드려 머리통 깨질 방책을 생각 않더니. 피 쏟고 털 날리며 삽시간에 화를 당했네. - 성현, 「하사받은 세화에 가을 매가 토끼 잡는..
그림이 된 문학, 문학이 된 그림 (13) 김홍도, 「송하취생도」, 종이에 담채, 109.0×55.0cm, 고려대학교 「송하취생」은 김홍도의 많은 걸작들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소나무 아래 신선이 앉아 생황을 부는 장면으로, 구도가 매우 단순하지만 소나무와 소년이 또렸이 부각되어 있고, 붓질에는 힘이 넘친다. 생황의 가락을 전달하는 대화가다운 필력이다. 이 그림 위에 적힌 시는 당나라 8세기의 시인 나업의 「제생」이다. 이 시에 담긴 생황 연주자의 전설을 읽노라면, 생황가락의 신비로움과 맑음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그림 속 생황 연주자가 신선이 된 왕자, 왕자진王子晉인 것을 알 수 있고, 그림 속 생황가락은 서늘한 가을저녁 왕자의 자리를 떠나는 작별곡이자 신선의 세계로 오르는 서곡인 것을 알 수 있다. 생황이란 어떤 악기인가? 조..
그림이 된 문학, 문학이 된 그림 (12) 김홍도, 「추성부도」, 종이에 옅은 채새, 56.0×214.0cm, 1805, 삼성미술관 리움 「추성부」는 중국 북송대의 문인 구양수가 가을밤 바람소리를 묘사하고 의론한 부賦(산문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사물의 형상과 의론의 전개가 유려하고 감성과 이성이 잘 조합된 부의 새로운 경지로 평가되는 명문이다. 김홍도는 풍속화 뿐만 아니라 산수, 화조, 인물 등에서도 빼어난 화가였고, 정조의 지지를 받으며 실력 발휘를 하였기에 남겨놓은 걸작의 양에서 조선 최고이다. 이 그림 「추성부도」는, 정조도 세상을 뜨고 김홍도의 인생에도 가을바람이 불어올 무렵 제작된 것이다. 구양수의 성은 '구양' 이고 이름이 '수' 이다. 이 글 「추성부」 첫머리의 '구양자歐陽子' 라 그 자신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 글에서 구양수는 ..
그림이 된 문학, 문학이 된 그림 (11) 이재관, 「오수도」, 122.3×56.3cm, 종이에 수묵담채, 삼성미술관 리움 책을 쌓아 등을 기대고, 또 쌓아 머리에 베고, 또 잔뜩 쌓아 곁에 두고 책을 읽던 선비가 잠들었다. 이재관이 그린 「오수도」의 주인공이다. 이 그림 위에 적힌 시구는 한가로운 낮잠을 노래하고 있지만, 이 그림 속 잠든 인물의 모습에서 이 시절 문사들을 묵직하게 내리눌렀던 '책冊' 문화의 무게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중국에서 출판 산업이 크게 성황하자 한반도 문사들은 이들을 사 모으고 읽어내느라 열기가 올랐다. 문사들은 꿈을 꾸었다. 커다란 서재 혹은 도서관을 갖고 원하는 책을 마음껏 만들어 내고픈 꿈이었다. 홍길주의 《숙수념》은 그러한 문사의 꿈을 장황하리만큼 구체적으로 엮어낸 새로운 개념의 문학작품이었다. 꿈에 들어 원..
그림이 된 문학, 문학이 된 그림 (10) 「」 강세황, 「지상편도」, 종이에 수묵과 옅은 담채, 두루마리, 20.4×237cm, 개인 소장 「지상편도」는 중국 당나라의 시인 백거이가 자신의 연못을 노래한 「지상편」을 옮긴 그림이다. 「지상편도」는 옛 시의 뜻을 회화적으로 재생시킨 화면이면서, 또한 수백 년 전 백거이가 꾸몄다는 정원의 재현이고, 동시에 강세황 자신이 살던 시절의 풍조와 바람의 반영이다. 왜냐하면 조선후기에도 도시문화가 발달하면서 개인이 정원을 소망하는 문화가 유난스럽게 유행하던 터였기 때문이다. 「지상편도」의 정원 이미지는 그의 처남 유경종과 함께 나눈 즐거움이었다. 그림의 제목 좌우로 유경종이 적어 넣은 글은 이들이 나눈 기쁨을 알려준다. 이 그림에서 정원 소망에 얽힌 조선후기 선비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강세황의 「지상..
그림이 된 문학, 문학이 된 그림 (9) 이방운, 《빈풍도첩》, 「칠월」 중 2장을 화제로 한 그림, 종이에 옅은 채색 25.6×20.1cm, 18세기 중엽, 국립중앙박물관 중국 고대의 민요를 추려 엮었다는 방대한 노래집 《시경》에 「칠월」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전한다. 제목은 「칠월」이지만 내용은 사시사철 농가의 풍속이다. 음력 '칠월' 이 되면 농민들이 지난 계절의 농사에서 얻어낼 수확과 다가올 긴 겨울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칠월」은 《시경》의 수백 편 노래들과 구별되는 특별함이 있었다. 첫째, 이 노래는 국왕을 위한 학습용 교재였다. 이 노래를 통하여 왕은 농민의 수고와 농경의 실상을 학습하였다. 둘째, 「칠월」이 노래하는 농촌은 동아시아 전원문학의 기저에서 전원 이미지의 원형을 제공해주고 있었다. 국립박물관에 전하는 이방운(17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