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光國의 石農畵苑
《석농화원石農畵苑》은 정조시대 뛰어난 수장가인 석농石農 김광국金光國이 일생 동안 수집한
그림들을 모아 여러 권으로 꾸민 전설적인 화첩이다. 김광국은 대대로 의관醫官을 지낸 부유한
중인 집안 출신으로 그 역시 의관을 지내며 중국 의약품의 사무역私貿易으로 축적한 재력을
바탕으로 많은 글씨와 그림을 소장 하였다.
김광국은 수장가일 뿐만 아니라 서화에 대한 높은 안목과 식견을 갖고 있어
소장한 그림에 화제畵題를 직접 쓰기도 했고, 일찍부터 당대의 명사들과 널리 교류하면서
문사들로부터 화평畵評을 받아두기도 하였다.
그가 이렇게 모은 작품들을 화첩으로 꾸민 것이 바로 《석농화원石農畵苑》이다.
그러나 이 《석농화원》 화첩은 오래전에 낙질되어 화첩이 몇 책이나 되고 그 양이 얼마나 되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다만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해도 간송미술관의 24폭, 선문대학교박물관의 21폭,
기타 소장처의 10폭 등 모두 55폭의 그림이 화평과 함께 전하고 있어 상당량일 것으로만 추정되었다.
그리고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화원별집》도 《석농화원》 중 한 권인 《별집》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생각되어왔다.
특히 이 《석농화원》 화첩에 실려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들은 하나같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작품마다 실려 있는 화평도 조선시대 회화 비평의 한 단면을 여실히 말해주고 있기 때문에
회화사 연구자들은 꾸준히 이 화첩의 미술사적 의의를 강조해왔다.
그런 중 2013년 연말, 서울의 인사동 화봉갤러리에서 열린 고서경매에 「석농화원」이라는 제목의
미발간 육필본이 출품되었다. 총 197면에 달하는 이 책은 《석농화원》 화첩의 전모를 명확히 알려주는 것이었다.
이에 따르면 《석농화원》 화첩은 모두 10권으로 화첩이 9권이고, 첩으로 꾸밀 수 없는 대작이
1권의 부록으로되어 있었다. 그 구성을 보면 '원첩原帖' 4권, <속續> 1권, <습유拾遺> 1권,
<보유補遺> 2권, <별집> 1권, <부록附錄> 1권 등이다.
이 책에는 《석농화원》 화첩에 수록된 작품 목록은 물론 작품마다 실려 있던 화제와 화평이 빠짐없이
수록되어 있다. 놀랍게도 문장을 지은 이와 글씨를 쓴 이의 이름도 밝혀져 있다. 이 육필본은 그냥 기록해둔
것이 아니라 책을 발간할 목적으로 꾸며진 것이 분명하다. 글씨는 해서체로 반듯하게 정서되어 있고, 곳곳에
교정 본 자취가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각권의 앞머리에는 편집자, 배관자, 교정자 등이 명시되어 있다.
「석농화원」 육필본에 따르면, 《석농화원》 화첩에 수록되었던 작품의 수는 물경 267폭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화가를 보면 공민왕恭愍王 , 안견安堅 부터 김광국과 동시대 화가인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한 세대 후배인 자하紫霞 신유申緯 에 이르기까지 101명이다. 고려 말기부터 조선 후기에 이르는
400년간의 유명한 화가들이 다 들어 있는 셈이다. 사실상 이 화첩은 실 작품으로 구성된 조선시대
회화사 도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중국 역대 화가 28명의 작품 37폭과 일본, 러시아, 서양, 유구
등의 작품도 7폭이 실려 있어 조선시대의 대외적인 문화교류도 짐작케 한다.
여기에 실린 화제와 화평도 그 자체로 조선시대 화론이라 할 수 있는 수준 높은 비평이고 해설이다.
화평을 지은 문장가는 김광수金光遂, 이광사李匡師 , 강세황姜世晃 등 18명이고, 화평을 글씨로 쓴
서예가는 박지원朴趾源, 박제가朴齊家, 유한지兪漢芝, 이한진李漢鎭 등 26명이다.
18세기 후반 정조시대를 대표하는 문인들을 망라한 셈이다.
유홍준 김채식 옮김 <김광국의 석농화원> 서문 중에서...
- 석농화원 (원첩 권1) -
인용: 유홍준 김채식 옮김 <김광국의 석농화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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