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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취월당

상택지(相宅志) 2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상택지(相宅志) 권제1




-2편-


물과 흙 (水土)

1) 살 곳을 고를 때는 먼저 물과 흙을 살펴야 한다


한유(韓愈)는 <송이원반곡서(送李愿盤谷序>의 서두에서 "샘물은 달고, 흙이 비옥하다." 라 했으니, 나는 이 내용을 통해 한유가 상택(相宅)의 정수를 가장 잘 얻었다고 본다. 대개 샘물이 달지 않으면 사는 곳에서 질병이 많이 생기고, 흙이 비옥하지 않으면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않는다, 설령 집터의 음양과 향배(向背)가 풍수가의 집터 고르는 법에 모두 부합된다 해도 어찌 막연하여 알 수 없는 장래의 화복(禍福) 때문에 눈앞의 절실한 이익과 손해의 문제를 외면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집터를 알아보고 전답을 구할 때, 샘물이 달고 흙이 비옥한 땅을 찾았다면, 다른 요건들은 모두 물어 볼 필요도 없다. 《금화경독기》


2) 사람이 살 곳은 흙이 기름지고 물이 깊어야 좋다

《춘추좌전(春秋左傳)》에 "흙이 기름지고 물이 깊은 곳에 살면 질병이 생기지 않는다." 라 했다. 그러므로 집터는 어떤 방향과 위치에 있던지

모두 흙이 기름지고, 물이 깊어야 좋다. 이때 흙은 단단하고 윤택하면서 황토라야 좋고, 물은 달고 맛있으면서 맑아야 좋다.

《보생요록(保生要錄)》


3) 토질 확인하는 법

집터 위의 겉흙을 걷어내고 생흙이 나오면, 그 지면을 고르게 하여 사방 1.2척, 깊이 1.2척으로 파낸다. 이때 나온 흙가루를 체로 쳐서 흙을

낸 원래의 구덩이 안에 다시 넣는데, 손으로 흙을 눌러 다지지 않고 내버려둔다. 다음날 아침 살펴봤을 때 흙이 움푹 꺼졌으면 토질이 나쁜

것이고, 흙이 솟아올랐으면 토질이 좋은 것이다. 《양택길흉론(陽宅吉凶論)》


더러는 앞에서 판 흙을 체로 친 흙 1말을 평미레질하여 저울에 달았을 때, 무게가 10근이면 토질이 상품이고, 9근이면 토질이 중품이고, 7근이면

토질이 하품이다. 또는 사방 1촌, 깊이 1촌 가량인 구덩이를 파고, 구덩이를 파면서 나온 흙을 저울에 달았을 때 무게가 9냥 이상이면 토질이 매우 좋고, 5냥에서 7냥 이상이면 토질이 괜찮고, 3냥이면 토질이 나쁘다.《양택길흉론》


【案 두목(杜牧)의 《죄언(罪言)》에 "유주(幽州)와 병주(并州) 두 주(州)의 물과 흙의 무게와 비교해보면 항상 2/10 정도 더 무거웠다."라 했다. 이 내용에 근거하면, 흙을 평미레질 하고 저울에 달아서 그 무게로 토질을 확인하는 방법이 옛날부터 있었다. 다만 여기에서는 말[斗]의 부피나 촌(寸)의 길이가 얼마인지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았으니, 앞에서 말한 몇 근, 몇 냥 또한 기준으로 삼을 만한 근거가 없다. 만약 두 지역 토질의 우열을 비교하려면 크기가 같은 용기에 두 지역의 흙을 담고 저울 양쪽에 각각 달아서 그 무게의 많고 적음을 살펴볼 수 있을 뿐이다.】


4) 흙의 색(論土色)

일반적으로 사람이 살 곳은 흰 모래흙으로 된 곳이 좋으니, 환하고 깨끗해서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데다 물도 잘 빠지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윤기가 흐르는 황색의 모래흙이 좋다. 흙이 검은 곳 같은 경우 작물을 심고 가꾸기에는 좋지만 사람이 살기에는 좋지 않다. 흙이 검푸르거나 붉은 점토질이어서, 비가 오면 진흙이 질척거려 미끄러운 곳에서는 더욱 살아서는 안 된다.《금화경독기》


5) 물과 흙을 함께 논한다

일반적으로 시골에서 살 때, 산골짜기나 물가에 관계없이 모래흙이 단단하고 조밀하면 우물물 또한 맑고 차가우니, 이와 같은 곳이면 살 만하다. 토질이 붉은 점토나 검은 자갈이나 누렇고 가는 흙 같으면, 이는 사토(死土)이다. 그 땅에서 나오는 우물물에는 반드시 장독(瘴毒)이 있으니, 이와 같은 곳이면 살아서는 안 된다. 《팔역가거지》


6) 산을 보고 샘물을 살피는 법

산이 깊으면 샘물도 깊고, 산세가 뛰어나면 샘물도 뛰어나고, 산이 맑으면 샘물도 맑으며, 산이 그윽하면 샘물도 그윽하니, 이는 모두 좋은 품등의 샘물이다. 산이 깊지 않으면 샘물이 얕고, 산세가 뛰어나지 않으면 샘물에 생기가 없으며, 산이 맑지 않으면 샘물이 혼탁하고, 산이 그윽하지 않으면 샘물소리가 시끄러우니, 이 중에는 결코 좋은 품등의 샘물이 없다. 《자천소품》


산이 깊은 곳, 웅대한 곳, 기운이 성하고 수려한 곳에는 반드시 좋은 샘물이 나온다. 산이 비록 웅대하지만 기운이 맑거나 빼어나지 않은 곳과, 산의 경관이 뛰어나지 않은 곳은 비록 흘러나오는 샘물이 있더라도 품등이 좋지 않다. 《수품(水品)》


먹을 만한 샘물은 산의 경관이 맑고 화려할 뿐만 아니라 초목 또한 뛰어나고 아름다운 곳에서 나오니, 이러한 곳은 신선이 모여 있는 곳이다.

《수품(水品)》


골격만 남은 바위가 깎아지른 듯 험준하지만 산의 전체적인 외관은 오히려 수풀이 푸르고 울창하면, 이곳이 샘의 토모(土母)이다. 만약 흙은 많지만 바위가 적은 곳이라면 샘물이 없거나, 샘물이 있더라도 맑지 않으니, 그렇지 않은 경우가 없다. 《수품(水品)》


7) 샘물의 품등

바위틈에서 나는 샘물이 아니라면 결코 그 품등이 좋지 않다. 그러므로 《초사(楚辭)》에서 "바위틈에서 나온 샘물 마시며 소나무와 잣나무 그늘 아래서 산다네." 라 한 것이다.《자천소품》


샘물이 맑기는 어렵지 않지만 차갑기는 어렵다. 여울이 거세고 빠르게 흘러서 맑게 된 물이나, 바위 밑 깊숙한 곳에서 음기가 쌓여 차가워진 물 또한 품등이 좋은 물이 아니다.《자천소품》


바위가 적고 흙이 많으며, 모래가 기름지고 질척거려 엉기면 결코 샘물이 맑거나 차갑지 않다. .《자천소품》


샘물이 달고 향기로워야 사람을 기를 수 있다. 그러나 샘물이 달기는 쉬워도 향기롭기는 어려우니, 향기로우면서도 달지 않은 샘물은 없었다.

.《자천소품》


맛이 단 샘물을 '감천(甘泉)'이라 하고, 냄새가 향기로운 샘물을 '향천(香泉)'이라고 하는데, 그러한 샘물이 곳곳에 간간히 있다.《자천소품》


샘물이 종종 모래흙 속에 숨어 흐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 샘물을 떠내도 마르지 않으면 먹어도 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 스며들어 고인 물에 불과하니, 아무리 맑아도 먹지 말아야 한다. 《자천소품》


흐르지 않는 샘물은 먹으면 몸에 해롭다. 《박물지(博物誌)》에 "산에 사는 사람들은 영종(廮腫)을 앓는 경우가 많다." 라고 했는데, 이는 흐르지 않는 샘물을 마셨기 때문이다.《자천소품》

【案 육우(陸羽)는 "폭포수, 용솟음치는 물, 여울물, 여기저기 부딪치며 흐르는 물은 오랫동안 먹으면 사람의 목에 질병이 생기게 한다." 라 했다. 또 "두 산을 끼고 흐르는 물에서 소리가 나면 그 물을 마신 사람에게 혹이 생기는 겨우가 많다." 라 했다. 이상의 내용은 흐르지 않는 샘물을 마시면 몸에 해롭다는 이 기사의 내용과 상반되는데, 마땅히 육우와 의원들의 말이 옳다.】


솟아오르는 샘물을 '분(濆)'이라 한다. 곳곳에 '진주천(珍珠泉0'이라 부르는 샘물은 모두 기운이 성하고 맥이 솟아오르는 샘물이니,

절대 먹으면 안 된다, 《자천소품》


유천은 종유석(鍾乳石)에서 나온, 산골(山骨))의 정수(精髓)이다. 이 샘물의 색은 희고, 무게감은 묵직하며, 맛은 감로수처럼 매우 달고 향기롭다. 《자천소품》


주사천(朱砂泉)은 아래에 주사(朱砂)가 나는 샘물이다. 주사천의 색은 홍색이고, 성질은 따뜻하다. 이 샘물을 먹으면 수명을 늘리고, 질병을 물리친다.《자천소품》


복령천(茯苓泉)은 오래된 소나무가 있는 산에 복령이 자라는 곳에서 많이 나오는 샘물이다. 이 샘물은 적색이기도 하고 흰색이기도 한데, 보통의 샘물보다 2배 정도 달고 향기롭다. 또 출천(朮泉)도 복령천과 같다. 《자천소품》


샘물의 원천(源泉)은 실제로 기후의 변화와 관계가 깊기 때문에 샘물이 나올 때 간간이 나와서 일정하지 않은 샘물이 있고, 일정하면서도 마르지 않는 샘물이 있다. 그러므로 반드시 샘물이 나오는 산이 다른 산들에 비해 웅대하고 길면서도 깊은 곳이어야 원천이 나오는 곳이다.

《수품》


샘물 중에는 모래흙에서 나와 사납게 소리를 내며 빠르게 솟아오르는 경우가 있는데, 표돌천(豹突泉)과 같은 샘물이 이것이다. 박돌천의 물은 오래 먹으면 목에 혹이 생기는데, 이는 물의 기운이 매우 탁하기 때문이다.《수품》


물 밑이 아교처럼 엉키고 탁한 것은 물의 기운이 맑고 빼어나지 않으니, 이러한 물을 먹으면 혹이 많이 생긴다.《수품》


물을 손으로 치거나 발을 굴러 물에 진동을 가하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구슬 모양의 물거품이 떠오르면, 이는 물의 기운이 지나치게 성하기 때문이니, 먹으면 안 된다. 《수품》


산의 기운이 그윽하고 고요하며 사람이 사는 마을과 가깝지 않은 곳은 샘물의 원천이 반드시 맑고 윤택하므로 먹어도 된다.《수품》


샘물이 비록 얼굴을 비출 듯이 맑고 짙푸르면서도 차가워서 아낄 만하더라도, 땅에서 솟아 흘러나오지 않았다면 원천에서 흘러나온 물이 아니다. 그 물은 빗물이 스며들었다가 고인 지 오래되어 말고 고요해졌을 뿐인 것이다. 《수품》


샘물의 품등은 맛이 단 것이 상품이다. 깊은 산속 그윽한 골짜기에 있는 짙푸르면서도 차가우며  맑고 빼어난 샘에서는 대부분 맛이 단 샘물이 나온다. 또 반드시 산림이 깊고 성대하고 화려한 곳에서 맛이 단 샘물이 나온다. 이런 곳은 겉으로 보면 물이 흘러나온 곳이 가까운 곳에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 안쪽의 원천은 멀리 있다. 《수품》


샘물이 짙푸르면서 차갑지 않으면 모두 하품이다. 《주역》에 "우물이 깨끗하고 차가운 샘물이라야 먹는다." 라 했으니, 우물물은 차가운 것을 상품으로 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샘물이라 하는 물 중에서 차가우면서 맑은 성질이 없는데 이름난 물은 없다. 《수품》


맛이 닭고 차가운 샘물은 향기로운 경우가 많으니, 이는 샘물에서 맛과 온도, 향기는 비슷한 종류라서 그 기운이 서로 따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초목이 샘물 맛을 망치면 이런 향기를 찾을 수 없다. 《수품》

【案 물은 사람을 길러주므로, 집터를 살필 때는 반드시 먼저 샘물을 살펴야 한다. 지금 여러 전문가들이 샘물의 품등에 대해 논한 내용을 모아서 자세히 기록했다. 그리고 아래에 나오는 <집 가꾸기.의 "샘 찾아 우물파는 법" 의 기사와 《이운지》<임원에서 함께하는 맑은 벗들 상>

"차" '물의 품등' 기사를 참고해야 한다.】


8) 강물

강은 여러 물줄기가 흘러 모여드는 곳이다, 그 물맛이 여러 가지로 뒤섞여 있다. 그러므로 육우(陸羽)가 물으 품등을 평가할 때 산속의 샘물보다는 낮은 등급으로, 우물물보다는 높은 등급으로 강물을 평가했다. 그러나 강물은 원천이 멀어서 흐름이 길기  때문에 먹어도 사람에게 좋으니, 산속 샘물의 중품이나 하품과는 비할 바가 아니다. 강에서 가까운 집터에는 산의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는 좋은 샘물이 항상 부족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강물을 먹어야 한다. 이때 강물은 반드시 상류에서 길은 물이 좋다. 바다 가까이에 있어서 밀물과 썰물이 오고 가는 곳은 물이 혼탁하기 때문에 먹으면 안 된다. 《금화경독기》




오대산 우통수(대동여지도)





한강의 발원지 우통수(于筒水)


나라 안의 큰 물 7곳 중에서 한강물이 가장 좋다. 한강물은 오대산의 우통수(于筒水)에서 발원하는데, 그 물 맛이 우리나라에서 최고이다.

비록 우통수가 매우 빠르게 흐르고, 온갖 냇물이 이 물을 관통해 흘러가더라도 우통수는 자연스레 한강물의 중심으로 흐르면서, 반짝반짝 빛나고

다른 물과 뒤섞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한강의 상류에 살면 항상 우통수를 먹을 수 있다.《금화경독기》




9) 우물물

산 속의 살 곳에 샘이 없어 우물을 파서 물을 얻으면 마셔도 좋다. 《자천소품》


육우(陸羽)는 우물물을 하품으로 여겼다. 도 "떠가는 사람이 많은 우물물을 길어야 한다." 라 했다. 그러나 우물이 도회지나 시장, 사람들이 조밀하게 모여 사는 곳에 있으면 항상 더럽고 탁한 오물이 스며들어갈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비록 하루에 한 번씩 우물이 받두둑 사이의 도랑 옆에 있으면 또한 분뇨와 같은 오물이 스며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우물은 반드시 교외의 들녘이나 산등성이와 같이 외양간인자 돼지우리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잡아야 한다. 또 반드시 모래흙이 희고 깨끗한 곳이어야만 비로소 맛이 좋은 우물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금화경독기》


바다 근처의 지역은 물에 염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간혹 맛이 단 샘을 얻더라도 그 수가 수 백 중의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므로 바닷가의 살 곳이 강가나 시냇가의 살 곳만 못한 까닭은 단지 풍기(風氣)가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물물이나 샘물이 자리잡은

 위치가 좋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금화경독기》


우물이 평원에 위치하며, 깊이가 40~18척 이상일 때는 모두 좋은 품질의 물이 아니다. 그러나 그중에서 산모퉁이나 산간지대 근방의 모래흙이 희고 깨끗한 곳에 있으면서 물이 바위틈에서 조용히 흘러나와 웅덩이를 채우고 아래로 졸졸 흘러가는 물은 산 속의 물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금화경독기》


10) 수질 시험하는 법

첫째, 물을 끓여 시험하기(자시): 맑은 물을 가져다 깨끗한 그릇에 넣어 푹 끓이고, 이를 흰 자기에 들이 부은 다음 물이 맑게 가라앉을 때

아래에 모래흙이 남아 있으면 이는 수질이 나쁜 것이다. 반며에 수질이 좋으면 찌꺼기가 없다. 또 수질이 좋은 경우에는

그 물로 음식물을 끓이면 쉽게 익는다.

둘째, 햇빛에 비추어 시험가기(일시): 물은 원소[元行]이다. 원소는 아무 맛이 없으므로, 먹었을 때 아무 맛이 없으면 참된 물이다.

일반적으로 맛은 모두 외부의 물질과 합치되어 느끼는 감각이다. 그러므로 수질을 시험할 때는 맛의 담박함을

주된 특징으로 삼는다. 맛이 좋은 물이 그 다음이며, 맛이 나쁜 물이 가장 좋지 않다.

【案 이에 대한 설명은 《이운지》권2 <임원에서 함께 하는 맑은 벗들>"물의 품등"에 보인다.】

넷째, 무게를 재어 시험하기(칭시): 각 종류의 물이 있어서 이 물의 수질을 분별하려 할 때는 그릇 하나에 번갈아 물을 따르면서

무게를 잰다. 무게가 가벼우면 상품이다.

다섯째, 종이나 비단으로 시험하기(지백시): 종이나 비단의 종류 가운데, 색이 밝고 흰 것을 물에 담갔다가 말렸을 때 아무 흔적도 없으면

상품이다. 《태서수법(泰西水法) · 수법부여》

【案 집터를 살피는 사람이 찾아낸 두 곳의 국(局)과 세(勢)가 서로 같아 선택이 어려워서 수질로 집터를 선택하려 하는 경우에는

이와 같은 5가지 시험법을 사용하여 수질의 우열을 비교해야 한다.】


11) 전국의 유명한 샘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산은 대부분 거칠고 험하여 맛 좋은 강물이나 샘물이 드물다. 포구나 나루터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산람장기(山嵐瘴氣)나 소금기로 인한 질환에 걸리고, 깊은 산골짜기의 마을에는 폭포수를 길어 마시는 살마들이 많으며, 도읍(都邑)이나 성 안의 시장에는 먼지와 오물로 더렵혀져 물이 혼탁하고, 들판의 도랑가에는 분뇨와 오물이 스며들어 고여 있다. 그러므로 이곳의 물로는 음식을 조리해도 제 맛을 잃어버리고, 약을 달여도 약의 성질을 잃어버리므로 사람들은 모두 이를 병통으로 여긴다. 실상이 이와 같기 때문에 만약 마위틈이나 시냇물 가운데 조금이라도 맑고 시원한 물을 찾아내기라도 하면 앞을 다투어 달려가 마셔댄다. 그 물의 가치가 감해(甘瀣)나 경액(瓊液)에 비길 뿐만이 아니어서, 물에 대한 소문이 점점 퍼져나가고 온 나라에 유명해졌다. 일반적으로 집터를 고르고 살필 때에 물맛의 명성을 살펴서 찾아다니면, 굳이 물의 무게를 재어 수질을 시험하는 법이나 물을 끓여 수질을 시험하는 법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좋은 샘물이 가까이에 있는 집터를 고를 수 있을 것이다. 강원도의 우통수는 오대산(五臺山) 서대(西臺) 아래에서 솟아나오는데, 그 물이 서쪽으로 흘러 한강물의 중심을 이루는 원천이 된다. 강물의 맛을 평가하는 사람들은 이 물을 반드시 첫손에 꼽는다.


한송정(寒松亭)의 석정(石井)은 강릉부(江陵府)에 있는데, 우리나라의 민간에서 전하는 말에 따르면,

 "사선(四仙)이 강릉에 와서 노닐 적에 이 물로 차를 끓여 마셨다."라 한다.






한송정의 석정(대동여지도)




左) 석정(石井)의 터.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하시동3리 제18전투비행단의 영내에 위치한다.

右) 양양 오색리 오색약수



양양(襄陽)의 오색수(五色水)는 오색령(五色嶺) 아래의 너럭바위 틈에서 솟아 나오는데, 맛은 철장(鐵䊢)처럼 톡 쏜다.

이 물을 마시면 적취(積聚)를 해소시키고 뱃속이 더부룩한 비증(痞證)을 내릴 수 있다. 이 물로 밥을 지으면 밥알이 유황빛을 띤다.

금강산(金剛山)의 불지암(佛地庵) 남쪽으로 10여 무(武) 떨어진 곳에 감로수(甘露水)가 있는데, 그 물이 매우 맑고 차갑다.






오색수(대동여지도)




불지암 감로수(대동여지도)



함경도의 함흥본전(咸興本殿) 동쪽의 어정(御井)은 물이 맑으며, 맛이 달고 차갑다. 이 우물은 태조(太祖)께서 왕위에 오르기 전에 판 것이다.

북청부(北靑府)의 동정(東井)은 동문(東門) 밖의 모래사장 가운데에 있는데, 우물물이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차가우며, 맛이 지극히 달고 시원하여 그 물을 마시면 병이 없어진다. 평안도의 평양(平壤) 기자정(箕子井)은 함구문(含毬門) 바깥의 정전(井田) 가운데에 있다. 세상에 전하기로는 기자(箕子)가 판 것이라 한다. 평양부 안의 우물물은 모두 맛이 형편없지만, 이 우물물만은 맛이 가장 좋다. 운산군(雲山郡)의 우제천(牛蹄泉)은 맛이 지극히 맑고 향기로워 그 물을 마시거나 목욕을 하면 병이 낫는다. 강계부(江界府)의 북쪽에 있는 장항산(獐項山) 아래의 옥류천(玉留泉)은 바위동굴에서 나오는데, 이 물은 몹시 추운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





함흥본궁(대동여지도)




북청(대동여지도)




평양(대동여지도)




평양외성정전전도 《기자외기(箕子外紀)》



황해도의 왕림천(王臨泉)은 황주(黃州) 동쪽 왕어치(王御峙) 아래에 있는데, 물이 매우 달고 차갑다. 임진왜란에 선조(宣祖, 1552~1608)가 서쪽으로 피난했을 때에 항상 진상하여 바쳤던 물이기 때문에 이와 같이 불렀다. 봉산군(鳳山郡) 서쪽 백학암(白鶴巖) 북쪽 들녘에는 영천(靈泉)이 있는데, 그 물이 차처럼 달고 향기롭다. 지금은 '반다천(磻茶泉)'이라 부른다. 봉산군 동쪽을 흐르는 샘과 골짜기로 이어진 역로(驛路) 곁에는 가파른 절벽이 깎어지른 듯이 우뚝 서 있고, 그 틈새로 샘이 솟아나오는데, 그 물이 지극히 달고 맛있다. 재령군(載寧郡)의 애정(艾井)은 군에서 10리 북쪽에 있다. 고려 말기에 황해도 안렴사(按廉使) 이자생(李自生)은 이곳을 지나면서, "골짜기가 넓고 탁 트였으며, 토지가 비옥하니, 이곳에 집처를 정할 만하다." 라 했다. 그리고는 쑥무더기 한 곳을 가리키며 뽑아내게 한 다음 겨우 몇 척을 파내려가자 금새 맑은 샘이 용솟음치듯 올라왔는데, 그 맛이 지극히 상쾌하고 톡 쏘았다. 이자생은 임기를 다 마치고, 마침내 이곳에다 집을 짓고 살았다. 그래서 후세 사람들은 그 샘을 '애정(艾井)'이라 불렀다. 배천군(白川郡) 북쪽의 각상천(覺爽泉)은 치악(雉岳)의 오른쪽 산기슭 밑에서 솟아나온다. 바위를 뚫어 물이 고인 곳은 겨우 표주박 하나가 들어갈 만큼 비좁지만, 극심한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기 때문에 이 물을 관주(官廚)에 공급했다. 호로천은 곡산부(谷山府) 뒷산의 동쪽 산기슭 밑에 있는데, 물이 바위 틈새에서 흘러나오고, 말고 물맛이 톡 쏘아 병을 멎게 한다. 충청도의 괴산군(槐山郡) 서쪽에 위치한 달천(達川)은 곧 괴강(槐江)의 하류이다. 임진왜란 때에 명나라 장수가 그곳의 물을 마셔보고 "그 물맛이 여산(廬山)의 물과 같다." 라 했다고 한다.

은진현(恩津縣) 남쪽의 계룡산(鷄龍山) 밑에는 수정(壽井)이 있는데,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차가우며, 맛이 매우 달고 상쾌하다. 그 물을 마시면 장수할 수 있다. 청풍부(淸風府)의 북쪽 금병산(金屛山)의 수혈(水穴)은 풍혈(風穴)의 동쪽으로부터 1백여 무(武) 떨어진 절벽 밑에 있는데, 샘이 용솟음쳐 올라와 물이 맑고 차갑다. 전라도 함열현(咸悅縣)의 북쪽 10리에는 약정(藥井)이 있는데, 깊이가 겨우 1척에 불과하지만 빛깔이 짙푸르고 차가워 사랑할 만하다.





계룡산과 은진현(대동여지도)




금병산의 수혈(1872년 지방도 청풍부)




수혈과 풍혈(대동여지도)




함열현(대동여지도)




제주 판서정과 산월통(대동여지도)


제주의 판서정(判書井)은 제주성 밖 동남쪽에 위치하 바위 사이에서 솟아나오는데, 맑고 차가우며 맛이 달다.

김정(金淨)이 제주도에 유배되어 거처할 때에 판 우물이므로, 제주 사람들이 '판서정'이라 불렀다.




주천(대동여지도)


신월통(新月筒)은 제주 동쪽 57리에 위치한 너럭바위 한가운데서 솟아나오는데, 그 맛이 정결하고 달며 향기롭다.

경상도 예천군(醴泉郡) 북쪽 누각의 담장 밖에 주천(酒泉)이 있는데, 심한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 임진왜란에 경리(經理 양호(楊鎬)가 이 물을 마셔보고 달게 여기며, "이 고을을 '예(醴, 단술)'라 부른 까닭은 참으로 이 물 때문이로다." 했다. 한양은 인가가 조밀하여 우물과 샘에 모두 소금기가 있고 혼탁하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 훈련원(訓練院) 안의 통정(筒井)과 돈의문(敦義門) 밖의 초료정(椒聊井)만이 한양에서 가장 물맛이 좋다. 모화관(慕華館)의 벽간수(壁間水)와 후조당(後凋堂)의 벽간수, 그리고 숭례문(崇禮門) 밖의 약천(藥泉)이 그나마 맑고 차갑다는 명성이 있다.




서울의 샘물(대동여지도)


창의문(彰義門) 바깥 옥천암(玉泉庵)의 약수(藥水)는 산허리에 있는 바위굴에서 나오는데 병이 없어지는 효험이 있으므로, 도성의 남녀들이

모여들어 이 물을 마신다. 두모포(豆毛浦)의 군자봉(君子峯) 아래에는 옥정천(玉井泉)이 있는데, 본래 맑고 향기로웠다고 한다. 이 물은 이전에 수라간(水剌間)에 공급되었다. 강화부(江華府)의 성정(星井)은 동문(東門) 밖 장승동(長承洞)의 서쪽 산언덕 아래에 위치하고 있는데, 물이 지극히 짙푸르고 깨끗하며,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차갑다. 옛날에 큰 별이 우물 가운데에 떨어진 적이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이름을 지었다.

한강 북쪽 포천현(抱川縣)의 읍사(邑舍) 뒤에는 작은 우물이 있는데, 제법 맑고 상쾌하다. 영평(永平)의 금수정(金水亭)과 옥병서원(玉屛書院) 인근 마을 사이의 여러 곳과 양주(楊州)의 도봉산(道峯山), 수락산(水落山), 불국산(佛國山) 등의 여러산 아래, 장단(長湍) 백학산(白鶴山)의 남쪽과 북쪽에는 모두 샘물이 있는데, 그 맛이 달고 깨끗하다고 일컬어진다.《금화경독기》




경기북부의 샘물(대동여지도)




전국의 샘물(대동여지도)



12) 전국의 산람장기(山嵐瘴氣)가 깃든 땅

흙에서 발생하는 산람장기의 독은 짐새(중국 화남지방 전설상의 새)의 독보다도 독하다. 그 독이 평상시 먹고 마시는 음식물 속에 감춰져 있다가

폐와 위장으로 점차 스며들어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에 몸을 해치면, 마침내 쇠약해져 일어날 수 없는 병이 된다. 그러나 고금의 의방(醫方)을 살펴 보면 물과 흙에 몸이 적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병증이 있고, 또 골짜기의 물을 오랫동안 복용하면 목덜미에 혹이 생긴다는 기록도 있지만, 유독 흙에서 발생하는 산람장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ㅎ으니, 이는 어째서인가? 치료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결국 그에 대한 저술을 빼놓은 것인가? 아니면 중국에는 이와 같은 산람장기의 독이 드물고 사람들이 산람장기를 피하는 방법을 알기 때문에 상해를 입은 적이 없어서 굳이 의사의 처방을 기다렸가 대처할 필요가 없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산과 가깝고 바닷가에 근접한 지역이 곳곳에 있는데, 어떤 곳은 읍 전체가 모두 그러한 경우가 있고, 어떤 곳은 한 지역이 특히 심한 경우가 있다. 이러한 땅에 살면 남녀노소에에 관계없이 산람장기의 독을 거치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 증상을 살펴보면 처음에는 기침을 하고 담혈(痰血)이 나오면서 얼굴이 창백해지고 수척하게 마른다. 이 증상이 오래되면 소톱, 발톱이 부풀어 오르고 부종(浮腫)이나 천만(喘滿)을 앓은 결과로 요절하거나 고질병이 되어 목숨을 보전하는 자가 드물다.


대개 산세가 험하거나 바닷물이 고인 곳 가운데 소금기가 섞여 까맣거나, 점토질로 이루어진 붉은 땅에는 여기(독한 기운)가 녹아들어 있다.

그곳의 우물과 샘에서는 탁한 기운이 배어 있고, 라(蓏)류와 채소는 나쁜 기운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장부(腸腑)에 스며들면 곧바로

기괴한 질병을 발생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서 밭을 갈고 우물을 파는 사람들은 단지 나무하고, 채집하고, 벼를 심고, 게를 잡는 이익 때문에 그곳의 거처를 편안히 여기고 이사하기를 망설이다가, 결국 그 해독을 달게 받아들여 마침내 목숨을 잃더라도 잘못을 깨닫지 못하니, 그 미혹됨이 참으로 심하다! 일반적으로 평소 임원(林園)에 거처할  뜻을 품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다른 무엇보다도 먼저 이와 같은 요소를 살펴서 살 곳을 선택해야 한다. 그런 뒤에 비로소 집터를 찾고, 농토를 구해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는 이전에 보고 들은 바 있는

전국의 산람장기가 깃든 땅에 대해 대략적으로 정리하여 아래와 같이 기록한다.




경상도 북부 지역(해동지도)



경상도 남부 지역(해동지도)



경상도의 함양(咸陽) · 함안(咸安) · 단성(丹城) · 풍기(豊基)에는 모두 산람장기가 있는데, 진주(晋州)와 하동(河東)이 가장 심하다.

전라도의 순천(順天) · 여산(礪山) · 태인(泰仁) . 고부(古阜) · 무장(茂長) · 부안(扶安) · 고산(高山) · 익산(益山) 등의 지역에도 모두 곳곳마다

산람장기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광양(光陽) · 구례(求禮) · 흥양(興陽)이 더욱 심하다. 대체로 지리산(智異山)이 바닷가에 웅장하게 솟아서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를 나누고 있기 때문에 지리산에 의지하는 여러 고을에서는 이러한 산람작기의 피해를 고루 입고 있다.




전라도 북부 지역(해동지도)



전라도 남부 지역(해동지도)



충청도 서부 지역(해동지도)


충청도는 산세가 부드럽고 들이 넓어서 본디 살기 좋은 곳이라 칭해지지만, 청양(靑陽)과 정산(定山)에는 산람장기가 종종 있다.




경기도 지역(해동지도)


경기도의 남양(南陽) · 안산(安山) · 통진(通津) · 교하(交河) 등 바다와 인접한 곳에 간혹 산람장기가 있다.

파주의 파평산(坡平山) 아래와 장단(長湍) 지역은 한결같이 임진강을 접하고 있으며, 서도(西道)의 여러 마을의 백성들도 산람장기로 인한 병을 많이 앓고 있다. 삭녕(朔寧)과 마전(麻田) 등의 지역에도 간혹 산람장기가 있는 곳이 있다.



황해도 일대(해동지도)


황해도의 평산(平山) · 황주(黃州) · 봉산(鳳山) 등의 읍은 토질이 점토질이고 수질이 혼탁하여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병을 많이 앓는데, 그 중에서도 금천(金川) 일대가 더욱 심하다.




평안도 일대(해동지도)


평안도는 산이 아름답고 물이 고우며 지대가 낮지 않지만, 양덕(陽德) · 맹산(孟山) · 순천(順天) 지역 사이는 수질과 토질이 상당히 나쁘다고

한다. 강원도는 시내와 산이 상쾌하고 깨끗하며, 함경도는 풍기(風氣)가 높고 차갑기 때문에 산람장기의 해독으로 인한 질병이 전혀 없다.

그러나 요즘 듣자니, 영흥(永興)에 산람장기가 있다고 한다. 이상이 산람장기가 있는 지역의 대략적인 분포이다. 《금화경독기



함경도 일대(해동지도)



인용서적 : 『임원경제지』중 <상택지>




A Wonderful Day - Sweet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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