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상택지(相宅志) 권제1
-2편-
물과 흙 (水土)
1) 살 곳을 고를 때는 먼저 물과 흙을 살펴야 한다
한유(韓愈)는 <송이원반곡서(送李愿盤谷序>의 서두에서 "샘물은 달고, 흙이 비옥하다." 라 했으니, 나는 이 내용을 통해 한유가 상택(相宅)의 정수를 가장 잘 얻었다고 본다. 대개 샘물이 달지 않으면 사는 곳에서 질병이 많이 생기고, 흙이 비옥하지 않으면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않는다, 설령 집터의 음양과 향배(向背)가 풍수가의 집터 고르는 법에 모두 부합된다 해도 어찌 막연하여 알 수 없는 장래의 화복(禍福) 때문에 눈앞의 절실한 이익과 손해의 문제를 외면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집터를 알아보고 전답을 구할 때, 샘물이 달고 흙이 비옥한 땅을 찾았다면, 다른 요건들은 모두 물어 볼 필요도 없다. 《금화경독기》
2) 사람이 살 곳은 흙이 기름지고 물이 깊어야 좋다
《춘추좌전(春秋左傳)》에 "흙이 기름지고 물이 깊은 곳에 살면 질병이 생기지 않는다." 라 했다. 그러므로 집터는 어떤 방향과 위치에 있던지
모두 흙이 기름지고, 물이 깊어야 좋다. 이때 흙은 단단하고 윤택하면서 황토라야 좋고, 물은 달고 맛있으면서 맑아야 좋다.
《보생요록(保生要錄)》
3) 토질 확인하는 법
집터 위의 겉흙을 걷어내고 생흙이 나오면, 그 지면을 고르게 하여 사방 1.2척, 깊이 1.2척으로 파낸다. 이때 나온 흙가루를 체로 쳐서 흙을
파낸 원래의 구덩이 안에 다시 넣는데, 손으로 흙을 눌러 다지지 않고 내버려둔다. 다음날 아침 살펴봤을 때 흙이 움푹 꺼졌으면 토질이 나쁜
것이고, 흙이 솟아올랐으면 토질이 좋은 것이다. 《양택길흉론(陽宅吉凶論)》
더러는 앞에서 판 흙을 체로 친 흙 1말을 평미레질하여 저울에 달았을 때, 무게가 10근이면 토질이 상품이고, 9근이면 토질이 중품이고, 7근이면
토질이 하품이다. 또는 사방 1촌, 깊이 1촌 가량인 구덩이를 파고, 구덩이를 파면서 나온 흙을 저울에 달았을 때 무게가 9냥 이상이면 토질이 매우 좋고, 5냥에서 7냥 이상이면 토질이 괜찮고, 3냥이면 토질이 나쁘다.《양택길흉론》
【案 두목(杜牧)의 《죄언(罪言)》에 "유주(幽州)와 병주(并州) 두 주(州)의 물과 흙의 무게와 비교해보면 항상 2/10 정도 더 무거웠다."라 했다. 이 내용에 근거하면, 흙을 평미레질 하고 저울에 달아서 그 무게로 토질을 확인하는 방법이 옛날부터 있었다. 다만 여기에서는 말[斗]의 부피나 촌(寸)의 길이가 얼마인지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았으니, 앞에서 말한 몇 근, 몇 냥 또한 기준으로 삼을 만한 근거가 없다. 만약 두 지역 토질의 우열을 비교하려면 크기가 같은 용기에 두 지역의 흙을 담고 저울 양쪽에 각각 달아서 그 무게의 많고 적음을 살펴볼 수 있을 뿐이다.】
4) 흙의 색(論土色)
일반적으로 사람이 살 곳은 흰 모래흙으로 된 곳이 좋으니, 환하고 깨끗해서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데다 물도 잘 빠지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윤기가 흐르는 황색의 모래흙이 좋다. 흙이 검은 곳 같은 경우 작물을 심고 가꾸기에는 좋지만 사람이 살기에는 좋지 않다. 흙이 검푸르거나 붉은 점토질이어서, 비가 오면 진흙이 질척거려 미끄러운 곳에서는 더욱 살아서는 안 된다.《금화경독기》
5) 물과 흙을 함께 논한다
일반적으로 시골에서 살 때, 산골짜기나 물가에 관계없이 모래흙이 단단하고 조밀하면 우물물 또한 맑고 차가우니, 이와 같은 곳이면 살 만하다. 토질이 붉은 점토나 검은 자갈이나 누렇고 가는 흙 같으면, 이는 사토(死土)이다. 그 땅에서 나오는 우물물에는 반드시 장독(瘴毒)이 있으니, 이와 같은 곳이면 살아서는 안 된다. 《팔역가거지》
6) 산을 보고 샘물을 살피는 법
산이 깊으면 샘물도 깊고, 산세가 뛰어나면 샘물도 뛰어나고, 산이 맑으면 샘물도 맑으며, 산이 그윽하면 샘물도 그윽하니, 이는 모두 좋은 품등의 샘물이다. 산이 깊지 않으면 샘물이 얕고, 산세가 뛰어나지 않으면 샘물에 생기가 없으며, 산이 맑지 않으면 샘물이 혼탁하고, 산이 그윽하지 않으면 샘물소리가 시끄러우니, 이 중에는 결코 좋은 품등의 샘물이 없다. 《자천소품》
산이 깊은 곳, 웅대한 곳, 기운이 성하고 수려한 곳에는 반드시 좋은 샘물이 나온다. 산이 비록 웅대하지만 기운이 맑거나 빼어나지 않은 곳과, 산의 경관이 뛰어나지 않은 곳은 비록 흘러나오는 샘물이 있더라도 품등이 좋지 않다. 《수품(水品)》
먹을 만한 샘물은 산의 경관이 맑고 화려할 뿐만 아니라 초목 또한 뛰어나고 아름다운 곳에서 나오니, 이러한 곳은 신선이 모여 있는 곳이다.
《수품(水品)》
골격만 남은 바위가 깎아지른 듯 험준하지만 산의 전체적인 외관은 오히려 수풀이 푸르고 울창하면, 이곳이 샘의 토모(土母)이다. 만약 흙은 많지만 바위가 적은 곳이라면 샘물이 없거나, 샘물이 있더라도 맑지 않으니, 그렇지 않은 경우가 없다. 《수품(水品)》
7) 샘물의 품등
바위틈에서 나는 샘물이 아니라면 결코 그 품등이 좋지 않다. 그러므로 《초사(楚辭)》에서 "바위틈에서 나온 샘물 마시며 소나무와 잣나무 그늘 아래서 산다네." 라 한 것이다.《자천소품》
샘물이 맑기는 어렵지 않지만 차갑기는 어렵다. 여울이 거세고 빠르게 흘러서 맑게 된 물이나, 바위 밑 깊숙한 곳에서 음기가 쌓여 차가워진 물 또한 품등이 좋은 물이 아니다.《자천소품》
바위가 적고 흙이 많으며, 모래가 기름지고 질척거려 엉기면 결코 샘물이 맑거나 차갑지 않다. .《자천소품》
샘물이 달고 향기로워야 사람을 기를 수 있다. 그러나 샘물이 달기는 쉬워도 향기롭기는 어려우니, 향기로우면서도 달지 않은 샘물은 없었다.
.《자천소품》
맛이 단 샘물을 '감천(甘泉)'이라 하고, 냄새가 향기로운 샘물을 '향천(香泉)'이라고 하는데, 그러한 샘물이 곳곳에 간간히 있다.《자천소품》
샘물이 종종 모래흙 속에 숨어 흐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 샘물을 떠내도 마르지 않으면 먹어도 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 스며들어 고인 물에 불과하니, 아무리 맑아도 먹지 말아야 한다. 《자천소품》
흐르지 않는 샘물은 먹으면 몸에 해롭다. 《박물지(博物誌)》에 "산에 사는 사람들은 영종(廮腫)을 앓는 경우가 많다." 라고 했는데, 이는 흐르지 않는 샘물을 마셨기 때문이다.《자천소품》
【案 육우(陸羽)는 "폭포수, 용솟음치는 물, 여울물, 여기저기 부딪치며 흐르는 물은 오랫동안 먹으면 사람의 목에 질병이 생기게 한다." 라 했다. 또 "두 산을 끼고 흐르는 물에서 소리가 나면 그 물을 마신 사람에게 혹이 생기는 겨우가 많다." 라 했다. 이상의 내용은 흐르지 않는 샘물을 마시면 몸에 해롭다는 이 기사의 내용과 상반되는데, 마땅히 육우와 의원들의 말이 옳다.】
솟아오르는 샘물을 '분(濆)'이라 한다. 곳곳에 '진주천(珍珠泉0'이라 부르는 샘물은 모두 기운이 성하고 맥이 솟아오르는 샘물이니,
절대 먹으면 안 된다, 《자천소품》
유천은 종유석(鍾乳石)에서 나온, 산골(山骨))의 정수(精髓)이다. 이 샘물의 색은 희고, 무게감은 묵직하며, 맛은 감로수처럼 매우 달고 향기롭다. 《자천소품》
주사천(朱砂泉)은 아래에 주사(朱砂)가 나는 샘물이다. 주사천의 색은 홍색이고, 성질은 따뜻하다. 이 샘물을 먹으면 수명을 늘리고, 질병을 물리친다.《자천소품》
복령천(茯苓泉)은 오래된 소나무가 있는 산에 복령이 자라는 곳에서 많이 나오는 샘물이다. 이 샘물은 적색이기도 하고 흰색이기도 한데, 보통의 샘물보다 2배 정도 달고 향기롭다. 또 출천(朮泉)도 복령천과 같다. 《자천소품》
샘물의 원천(源泉)은 실제로 기후의 변화와 관계가 깊기 때문에 샘물이 나올 때 간간이 나와서 일정하지 않은 샘물이 있고, 일정하면서도 마르지 않는 샘물이 있다. 그러므로 반드시 샘물이 나오는 산이 다른 산들에 비해 웅대하고 길면서도 깊은 곳이어야 원천이 나오는 곳이다.
《수품》
샘물 중에는 모래흙에서 나와 사납게 소리를 내며 빠르게 솟아오르는 경우가 있는데, 표돌천(豹突泉)과 같은 샘물이 이것이다. 박돌천의 물은 오래 먹으면 목에 혹이 생기는데, 이는 물의 기운이 매우 탁하기 때문이다.《수품》
물 밑이 아교처럼 엉키고 탁한 것은 물의 기운이 맑고 빼어나지 않으니, 이러한 물을 먹으면 혹이 많이 생긴다.《수품》
물을 손으로 치거나 발을 굴러 물에 진동을 가하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구슬 모양의 물거품이 떠오르면, 이는 물의 기운이 지나치게 성하기 때문이니, 먹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