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상택지(相宅志) 권제1
-1편-
16志 중 《관휴지(灌畦志)》다음으로 분량이 적은《상택지(相宅志)》는 주거(住居) 선택 백과로, 2권 1책, 총 41,053자로 되어 있다.
'상택(相宅)'은 살 곳[宅]을 살핀다[相]'는 뜻으로 서유구는 이 '상(相)'이 술수가(術數家)들이 말하는 향배(向背)와 순역(順逆)의
형국을 판단하거나 오행(五行)과 육기(六氣)의 운행을 살피는 행위가 아니라고 강조 한다.술수(術數)는 군자가 취할 일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선을 긋는다. 확실한 방법만을 골라 실행해도 모자랄 판에, 굳이 술수처럼 논란이 많아 그 시비가
판가름 나지 않은 설들을 고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 상식과 느낌에 근거한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으로 읽힌다.
진정으로 살펴야 할 점은 이런 불확실한 설이 아니라 살 곳이 추운지 따뜻한지, 물이 좋은지 여부 정도면 된다고 했다.환경이
적당한지를 살펴 몸을 의탁하면 될 뿐, 여기에 쇠락왕성이나 화복이니 하는 술수를 따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서유구는 풍수라고 하면 그것이 무슨 대단하고 심오한 이론을 밑바탕에 깔고 있어야 한다는 당대의 믿음이 근거 없다고
보고, 거주지를 선택하는 일은 상식적 감각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는 데 주변환경이 크게 무리가 없는 곳을 찾을 것을 강조한 그의 주장은,
합리성을 우선시하는 현대인들이 보기에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세부 항목으로 들어 가면 서유구가 <상택지 서문>에서 언급한, 따뜻하고 추움,
물이 좋고 나쁨을 '살피는' 것 부터가 그리 단순치 않음을 곧장 알게 된다.
《상택지》서문
'상택(相宅)'을 지(志)의 이름으로 삼은 이유는 집을 짓기에 알맞은 조건에 대해 설명했기 때문이다. 어째서 살핀다[相]'라 했는가?
요즘의 술수가(術數家)들 처럼 향배(向背)와 순역(順逆)의 형세를 판별하고 오행(五行)과 육기(六氣)의 운행을 살핀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술수는 군자가 취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 통용되는 《상택경(相宅經)》이 비록 황제(皇帝)에게서 나온 책이라 말하지만,
이는 후세 사람들이 황제를 가탁한 것이다.그 책에 기록된 술수는 묏자리를 살피는 내용과 같다. 이른바 '땅을 살피는 사람[相地]'을
'감여가(堪輿家)'나 형가(刑家)'라 부르는데,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풍수가'라 부른는 명칭이 그 중에서
가깝겠다. 이런 술수는 대개 곽박(郭璞)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