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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산행·여행·풍경

슬픈 숨바꼭질의 주인공

2013. 9. 21

 

꽃무릇 (석산화)

 

학명 : Lycoris radiata  

수선화과 상사화속의 다년초. 석산, 붉은상사화 등으로도 불린다.  

 비늘줄기의 한약명이 석산(石蒜)이다.

 영어로는 Red Spider Lily라고 하고 일본어에선 피안화라고 한다.


크론퀴스트체계로는 백합과. 리코리스, 만주사화(曼珠沙華)라고도 불린다.
학명인 종소명 radiata는 방사형이라는 의미이다.

 속명인 상사화(相思花)는 서로 생각한다, 그리워한다는 뜻으로

꽃과 잎이 같이 피지 않고 꽃이 먼저 피고 진 후에 잎이 돋아난다는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유독성이 있는 다년생의 구근성 식물. 산형화 순으로 6장의 꽃잎이 방사형으로 붙는다.
특히 인경에 알카로이드(리코닌, 가란타민, 세키사닌, 호로리콜린 등)를 많이 포함한 유독식물로서

 잘못 먹었을 때에는 구역질이나 설사, 심할 경우에는 중추신경의 마비로 죽을 수도 있다.

 꽃의 전분을 이용해 풀을 쑤어 탱화 등을 그리는 데 활용하였다 한다. 

 

 

 

 

 

별명인 만주사화는 법화경 등의 불전에서 유래했다.  

 또한 '천상의 꽃'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으며, 상반되는 것이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만주사화는 '하얗고 부드러운 꽃'이며, 피안화의 외견과는 닮은 곳조차 찾을 수 없다.

'만엽집'에 보이는 '한 죽음의 꽃'을 피안화라고 하는 설도 있다.

또한 독을 빼고 비상식으로서 먹기도 하여 비원의 꽃이라 부르는 의미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위험하다.

 한방에서 해열, 거담, 통증완화제로 사용하였고 항암성분도

발견되었다고 하나 주의해야 할 약재임에는 틀림없다.

 

일본에서는 사인화(죽은 사람의 꽃), 지옥화, 유령화, 면돗날꽃,

 여우꽃, 기아화(버려진 아이의 꽃), 이빠진 할멈 등으로 부르는 등

 별명, 방언은 자그만치 천 가지 이상 된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는 불길하다고 꺼리는 꽃이지만,

 일본의 사상과 별다른 연관이 없는 서구에서는 원예품종이 많이 개발되어 있다.

서구에는 미국의 윌리엄 로버트슨 선장이 1854년에 일본으로부터 수집하였다고 하며,

 원예품종으로는 붉은 것 외에 흰색, 노란 색의 꽃잎을 가지는 것도 있다고.

 

 

 

 

 

학명인 Lycoris는 그리스 신화에서의 여신, 바다의 요정 : 네레이드 중 하나인,

 Lycorias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실제로 이 꽃의 구근에 있는 독성분인 리코린은 수용성 독이라 물에 녹기 때문에

 구근을 찢어 물에 충분히 씻으면 먹을 수 있다고 한다.

확언할 순 없지만 중국에는 열매를 맺고 씨앗으로도 번식하는 꽃무릇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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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

 

 

고창초등학교 2학년 1반 김 소 연

 

 

 

 

초록초록 잎이 피어났어요

잎은 꽃이 피기를 기다려도

꽃은 피지 않았어요.

 

빨강 빨강 꽃이 폈어요

꽃은 잎이 나오기를 기다려요

기다려도 기다려도

잎은 나오지 않았어요.

 

빠알간 꽃의 눈물이 방울방울 꽃분수를 이루어요

초록 잎사귀와 빨강 꽃잎은

슬픈 숨바꼭질을 해요.

 

 

초등학교 2년생이 쓴 위 詩를 되뇌이다 설핏 잠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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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비자를 줍기위해

백양사 비자나무 숲을 걸어가고 있는 꿈속 어린시절의 나.

 

얼마나 걸었을까,  

연두색 꽃대를 쑤욱 밀어 올려

시뻘건 꽃을 피워올린 기괴한 모습의 석산화 두어송이 앞에 선다.

 

"무슨 꽃이 이토록 섬뜩하게 생겼을까...!"

//

 

 

훗날 안 사실이지만,

지방에 따라서 꽃무릇의 이름도 가지각색으로 부르는 모양.

사인화(死人花), 장례화(葬禮花) 또는 유령화(幽靈花)라고까지 한다는 걸 보면

기괴하다는 내 유년의 느낌이 과히 크게 어긋나진 않은 모양.

 

어린시절의 기억때문인지 훗날에도 그닥 꽃무릇에 큰 관심이 없었건만

시절이 흘러서인가?  아니면 내가 무뎌져서인가? 

  식재를 해서 키워올린 뉴페이스(?) 집단 꽃무릇은 그런대로 봐줄만 하다는 결론.

 

꼭두새벽,

벌떡 일어나 함평 모악산 용천사를 향해 달린다.

가을초입의 영롱한 꽃무릇 만큼은 꼭 봐줘야 계절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을 듯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