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탐매 (癸巳探梅) 15편
도암매 道岩梅 / 송덕매 頌德梅 / 취백매 翠白梅
2013. 4. 7
도암매 道岩梅
무
고창 무장읍성의 성문이 근래들어 복원된 모습이다.
송덕매 頌德梅
송사지관 松沙之館
취백매 翠白梅
취백당 翠白堂
취백송 翠白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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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에 내린 눈이 칠 팔백미터 이상의 산정을 하얗게 덮은 모습.
설중탐매도(雪中探梅圖)를 떠올리며 비산비야의 황토땅 고창을 향해 달린다.
수 년 전에 들어서야 처음으로 마주했던 '도암매'를 찾아가는 길.
굳건한 둥치에다 마치 선비의 춤사위를 떠올리게 하는 도암매의 자태.
소맷자락에 매달린 꽃송이에선 서권기 문자향(書卷氣 文字香)이 절로 묻어나고
그윽한 매향은 이내 마음을 완벽한 세심(洗心)의 지경으로 이끌고 있었다.
서원 내부는 비교적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는 듯.
낭랑한 목소리로 사자소학을 읽는 학동들의 모습이 보인다면 얼마나 좋을까만.
작금 번듯한 서원 건물 거개가 박제 공간이 되어버린지 이미 오랜지라...
홍살문 너머 들녘을 한동안 멍 한 시선으로 바라보다 다음 행선지로.
성곽의 축조에 상당한 공을 들인 듯 무장읍성의 대문이 번듯한 모습이다.
우여곡절을 겪고 오늘에 이른 무장읍성의 변천사엔 질곡의 삶을 살아온
우리네 민초들의 흥망성쇠가 고스란히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
멀리 갈 것도 없이, 동학의 흔적과 씨를 말리려는 일제의 만행으로
귀중한 문화유산인 무장읍성 원래의 본 모습을 철저히 왜곡시켜 버린 것 .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읍성 내부에 일제가 세운 초등학교가 있을 정도였으니까.
근자에 복원작업에 들어가 누각을 비롯 성곽축조 등이 진행되고 있는 모양.
오늘의 일정은 무장읍성에 대한 공부가 아닌 탐매에 있는지라
송덕비 뒷쪽 큰 나무 틈새에 옹색하게 자라는 송덕매부터 찾는다.
비록 작년의 거센 바람에 한 쪽 가지가 찟겨 나갔지만 그럭저럭 삶을 이어와
가느다란 가지에 띄엄띄엄 성글게 백매를 피워올린 모습.
봉분만한 공간에 간신히 버티고 선 취백매는 상당 수 가지가 고사해 버렸다.
그래도 아직까지 숨이 붙어 있다는 표시로 청매 몇 송이를 고아하게 내밀었고
계절의 이치에 화답하려는 듯 은은한 암향까지 날려 꿀벌을 초대하고 있었는데
이야말로 매화의 본질인 빙골(氷骨)의 정신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예라 해야겠다.
계사년의 탐매探梅 일정도 어느덧 끝자락에 다가서는 듯.
살구, 자두, 벗꽃 등의 일진 광풍이 지나간 뒤에야 느긋하게 피어나는 고매의 향연.
계사년 마지막 매탐은 과연 어느 개체 앞에서 마무릴 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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