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탐매 (癸巳探梅) 14편
고불매 (古佛梅)
2013. 4. 6
예전의 왕성했던 수세가 세삼 그리운 백양사 고불매
아래 사진은 2008년 고불매의 수세가 가장 왕성했을 때의 모습이다.
아래는 우화루 주련에 내걸린 詩다.
江國春風吹不起
강쪽 지방의 봄바람은 아직 불지 않는데
鷓鴣啼在深花裏
자고새 울음 소리 꽃밭 속에 갇혔으나
貳級浪高魚化龍
(부처님 법 깨달은 이) 높은 파도 넘어서 용이 되는 고기 같은데
痴人猶戽夜塘水
어리석은 사람은 깊은 밤 연못의 물을 퍼내는 구나
雨過雲凝曉半開
비 그친 구름 사이 새벽이 반쯤 열려
數蜂如畵碧崔嵬
연이은 산 봉우리가 그림같이 높푸르네
空生不解宴中坐
수보리도 좌중에서 알지 못하니
惹得天花動地來
하늘꽃을 얻고서야 땅까지 흔들릴세
백양사 사하촌에 살던 어린시절부터 내게는 너무도 익숙한 고불매향.
돌이켜 보니 군 생활 3년을 빼곤 육십 줄에 들어선 지금에 이르기 까지 단 한 번도 거름없이
해마다 봄이면 어김없이 고불매를 찾았던 것 같다.
연못을 비롯, 수각을 짓고 담을 쌓는 과정에서 고불매도 옮겨 심었던 것으로기억되는데
아쉬운 것은 그 과정에서 백매 한 그루가 사라져 버린 것.
아마도 고사 해 버리지 않았나 추측 할 뿐이다.
조선 토종 연분홍매의 교과서라 해도 절대 지나침이 없을 고불매의 품격.
은은한 색감과 격조 높은 매향, 수세의 고태미에 이르기까지...
인연복이겠지만 소싯적 고불매를 접할 수 있었음은 나로선 너무도 큰 행운이었다.
훗날 탐매에 관한 내용을 처음 접하고서 머리에 떠오르는 고불매를 대입시키자니
탐매의 세계가 단박에 이해 되더라는 사실.
백양사 고불매는 문사철의 향기에 눈을 돌리게 해 준 아주 고마운 존재이자
내게 있어 자연과 인문의 합일을 일러 주신 큰 스승이라 해도 결코 지나침이 없으리라.
추적거리는 빗속에 잰 걸음으로 당도한 고불매 앞.
헌데 고불매 중심부가 어쩐지 휑 비어 있는게 아닌가.
자세히 살펴 보니 가운데 가지들이 사라져 버렸다. 이럴 수가...!
찢겨진 가지는 축 늘어진 부목 신세로 그나마 간신히 꽃을 피워올린 모습.
그러고 보니 2008년의 수세를 정점으로 완연한 내리막길의 고불매.
수각 쪽으로 뻗은 굵은 가지가 설해를 입어 부러져 나가질 않나, 과도한 전정에다
작년 재작년 거세게 불어닥친 태풍의 피해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고불매의 수난사가 최 정점에 도달한 느낌.
자연계의 모든 것에 오고 감의 이치가 적용된다고 볼 때
고불매라고 예외 일 순 없겠지만, 아직은 아니어야 하고 또한 아니지 않겠는가?
이 사람이 너무도 사랑하는 고불매에 더 이상의 수난이 없길 바란다면
아무래도 고불총림 대웅전에 들어 간절함으로 삼천배 정도는 올려야 할 모양.
눅진한 빗줄기 속 무겁게 가라앉은 늦은 오후.
거대한 학바위는 구름에 가리우고 천하제일 고불매향은 빗물에 씻기우고 있었다.
짜릿한 고불매향의 기억을 떠 올리며 일년의 나머지 날 들을 살아가는 탐매객에게
까짓 이 정도 비가 무슨 대수란 말인가?
카메라가 홀딱 젖는 것에도 아랑곳 없이 계속해서 렌즈를 닦아가며 셧터를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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