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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매

임진탐매(壬辰探梅) 제1편

  임진탐매 壬辰探梅  제1편

 

                                                                                                                                                                        2012. 3. 6

 

화엄사 구층암 가는길

 

 

 

 

 

 

 

 

구층암

 

<화엄사사적>(1697; 1924) 및 <봉성지>(1800) 등을 살펴보면,

 신라 경덕왕 때 “큰절이 여덟이요 부속 암자가 여든 하나大寺八屬庵八十一”라 기록되어 있다.  

화엄사 경내를 비롯,  일대의 암자와 근처 마을 등을 포함한 여러 정황들을 놓고 볼때, 

 “대사8 속암81” 내지 “8원 81암”이라는 기록이 허황이 아님을 알 수 있겠다.

<화엄사사적>에서는 신라시대부 각종 전각, 당우 및 암자의 이름을 그 위치까지 표기하고 있는데,

구층암은 아마도 “봉천원奉天院” 소속이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겠다.

 

 

 

 

추강 남효온의 <지리산일과>(1487)에 나오는 기록을 살펴보자면

.

신미일. 쌀 다섯 되를 남겨두고 설근과 헤어지다. 밥을 먹은 뒤 초막을 출발하여 연령을 지나 고모당을 올랐다.

 

오른쪽으로 우번대를 끼고 남쪽으로 내려갔다. 보월, 당굴, 극륜 등의 암자를 지났다.

[...] 이날 삼십 리를 걸어 봉천사奉天寺에 이르렀다.

절은 대숲에 있었으며, 누 앞으로는 긴 시내가 있어 대숲 아래로 소리를 내며 흘렀다. 아름다운 절이로고!

이날 황제가 승하했다는 불우한 소식을 들었다. 주지는 육공이었다.

신축년(1481)에 산에 놀러갔을 때 개성의 감로사에서 본 자였다.

나를 누상에서 접대하고는 선당에 묵게 하였다. 임신일. 비가 내려 봉천에 머물다. 누상에 앉아 근체시 한 수를 얻었다.

시첩은 누의 창에 있다. 계유일. [...] 밥을 먹은 뒤 내려가 황둔사黃芚寺를 둘러보았다.

절의 옛 이름은 화엄花嚴으로 명승 연기가 창건한 절이다. 절 양편으로는 모두 대숲이었다.

 

 

 

 

 

 

 

 

봉천사 누창에 쓰다 書奉天寺樓

/남 효 온/

 

 

禿翁三十謝靑衿 九月頭流錦樹林
雨打斜風樓外響 溪穿竹底檻前吟
霜能脫落千林葉 秋不彫零一木心
枯淡襟懷還潑潑 曉囱茶罷四山沈

 

머리깎은 이 삼십이 유생에게 인사할 제
구월의 두류산은 수목에 비단을 둘렀구나.
빗방울 때리고 바람 비껴 부니 누 밖의 소리요
시냇물은 대숲 아래를 뚫으니 난간 앞의 노래라.
서리는 능히 천 그루의 잎을 떨어뜨려도
가을은 한 그루의 마음을 떨구지 못하는구나.
고담한 마음속 회포는 도리어 활발발하여
새벽 창가 차를 마시니 사방의 산은 잠겨 있더라.

 

 

 

 

구층암에 행장을 내려 놓자 마자 길상암 시누대 터널을 달려 내려가 매화부터 살핀다.

'길상암 야매' 근처에 심어진 어린 개채에서 야매의 孫임에 틀림없는 몇 송이 매화를 볼 수 있었다.

 

 

 

 

 매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일행.

 

 

 

 

길상암 연못가에 선 두 그루 백매.

왼편 뒷쪽의 매화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지만, 오른쪽의 개채도

수 백년 상당의 수령임을 알 수 있다.

 

 

 

 

길상암 야매 

- 천연기념물 제485호 -

 

예전 대숲 속에서 고군분투 생명을 이어가던 때완 달리 지금은 근처가 말끔히 정리된 모습이다.

꽃이 작은데다 워낙 높은 곳에 듬성듬성 피는 관계로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매화임을 모르고

지나치는 수가 있을 정도로 야매계 성격이 강한 개채로 수령은 45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매화다.

 

 

 

 

길상암 야매孫 가지에 매달린 청개구리 알(?)

 

 

 

 

 영롱한 물방울 다이어몬드를 연상케하는 황홀한 모습이었다.

 

 

 

 

아마도 이 달 말 쯤에나 개화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길상암 야매 앞에서의

旬愚堂 전택원 박사(오른편)와 允中 황선진 선생의  탐매담론.

 

 

 

 

길상암을 배경으로 피어나는 경칩 이튿날의 野梅

 

 

 

 

 

임진년 이월 열 나흗날 둥근달이 화엄사 석탑 위로 내 걸렸다.

 

 

 

 

 

  어둠이 내린 화엄사

 

 

 

 

법고와 범종소리가 삼라만상을 어루만지는 가운데,

 

 

 

 

 

일행과 함께 각황전에서 드리는 저녁 예불에 참석하여

오랫만에 '지심귀명례'를 되뇌어본다.

 

 

 

 

 

 

 

 

 

 

 

 

 

 

예불을 마치고 각황전 내부 뒤쪽으로 돌아가니

 

 

 

 

 또 다른 불상이 모셔져 있었다.

 

 

 

 

 

華嚴夜月圖  / 화엄야월도

 

 

 

보름을 하루 앞 둔  '야월화엄흑매'

 

 

 

 

칠흑같은 어둠 속, 전각의 추녀만이...

 

 

 

 

 

다시 돌아온 구층암

 

 

 

 

 

 구층암 다실에  좌정하여  이른바 高天談論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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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송이 피어난 매화 감상에 열을 올리는 것이 심매(心梅)의 경지라면,

매향에 흠뻑 젖는 탐매(探梅)의 지경 또한 오금을 저리게 한다.

 

 

하지만 매화감상의 최고봉은 누가 뭐래도 개화를 재촉하는 마음으로

채 피지도 않은 고매(古梅)를 찾는 것이리라.

 

 

하지만 탐매의 완성에 이르려면 한 단계 통과 의례를 더 거쳐야만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야월매(夜月梅) 감상.

 

 

지리산 끝자락에 자리한 화엄사에서의

"야월탐매(夜月探梅)".....

 

 

 화엄의 바다에 질펀하게 깔린 '야월화엄흑매'의 지경에 허우적대다가

멀쩡한 사내가 하마트면 속옷에 뭔가를 지릴뻔 했다는 넌픽션(?).

 

...

 

'임진탐매'의 첫 행보가 그저상치 않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