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탐매 壬辰探梅 제 3편
2012. 3. 13
구례 곡전재穀田齋)
오른편에 보이는 객실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장독대 위로 뻗은 산수유 가지에도 노란 기운이 번지고 있었다.
춘해루
사랑채와 중간채 사이로 작은 물길이 휘돌아 나간다.
사랑채에서 일포 선생님과 세작으로 혀를 씻은 다음 길을 나선다.
밤늦게 찾아들어 하룻밤을 유숙하고 문을 나선다.
운조루
아침 햇살이 운조루 마당에 쏟아진다.
타인능해(他人能解)의 의미를 어찌 그냥 지나치리오.
오른편에 서 있던 고매는 믿둥치만 남기고 진즉에 사라져 버렸다.
양귀비가 그리도 사랑하였다던가?
사대부家 운조루 창문을 태질하는 유성류나무
동백 한 송이가 얼굴을 내 밀었다.
장수의 상징 구례 쌍산재 名泉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일까?
굳게 닫힌 문에선 전혀 인기척을 찾을 수 없고...
애당초 이 댁에서 하룻밤 묵으려 했었는데 불을 때서 방을 달구기엔 시간이 모자란다고 해서
곡전재로 방향을 틀고 말았다.
구례 임규 한의원 담장 안에 자리한 봉동紅梅
아직은 겨우 꽃망울만 맺혀있는 상태다.
지금은 한의원으로 변신했지만, 과거 이 자리엔 일본 경찰의 사택이 자리하고 있었다.
당연히 일인들이 심었을거라 유추할 수 있겠는데, 수형이 아름답고
나무 표피의 갈라짐에서 제법 고티를 찾아볼 수 있다.
구례 오산 앞을 흐르는 섬진강
구례 사성암
저 건물 안쪽 바위면에 마애여래입상이 음각되어있다.
원효·의상·도선·진각 네명의 고승을 배출했다하여 ‘사성암’이라 부른다.
수 년 전에 입적한 청화선사도 이곳에서 용맹정신을 했었다.
오산 정상에 들어선 전망대에서 조망한 구례 읍내와 지리산 전경
멀리 천황봉(652.2m)에서 둥지리봉을 거쳐 이곳 오산으로 이어지는 라인.
천은사 수홍루
담장가 작은 개체에서 서너 송이 마악 터지고 있는 중.
천은사 극락梅
극락보전 구역에 자라고 있는데 거의 분재 수준으로 키워진 백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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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포 선생님 내외와 함께 늦은 밤 곡전재에 당도하여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금환락지'에서 유숙하였으니만큼, 밤새 행여 금가락지 하나라도 떨어졌나 해서 문을 열어더니
가락지는 안 보이고, 대신 높다란 돌담너머 지리산 쪽에서 찬란한 금빛 햇살이 비춰오고 있었다.
쥔장과 아침 한담이라도 나누어 볼까 해서 안쥔의 안내로 사랑에 들어
세작을 우려마시며 한참을 기다려도 바깓쥔이 영 나타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대문을 나서 주차장에 당도하니 누군가와 더불의 바깓쥔의 행보가 분주한 모습.
곡전재 바깥에 자리한 홍매는 옮겨 심어져 그리 큰 볼품이 없는지라 외면하고
곧장 가까운 곳에 자리한 운조루에 들어선다.
진즉에 배어져 나가버린 매화 둥치만 안쓰런 마음으로 바라보다가 유성류 나무에
눈길 한번 주고 서둘러 고가를 나선다.
오산 사성암은 이제 더 이상 예전처럼 개인 차량으론 오르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었다.
대신 동네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었는데, 여러 측면을 생각한다면 일면 수긍도 가지만
어쩐지 좀 속이 들여다 보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4인의 고승을 배출했대서가 아니라 정말 나같은 찌지리도 발심 한번 야무지게 한다면,
반 소식(?) 정도는 가능하리만치 절묘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 사성암.
오랫만에 마애불을 좀 봐야겠는데, 스님네들이 워낙 진을 치고 있어서 그만 패스~~
시원한 눈맛을 기대하고 오산 정상에 세워진 전망대에 올랐지만
날씨가 다소 풀려서인지 시야가 그리 신통칠 못하다.
따뜻한 봄 날, 오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을 날아 올라 부감이나 실컷했으면 좋겠다.
천은사를 찾았더니 여리여리한 개체에서 청매 몇 송이가 마악 터지는 중이었다.
가히 분재 수준으로 고문당한 극락보전 구역의 매화 곁으로 다가가
천천히 위로의 말을 속삭인다.
"천은梅여~~ 괴롭고 아프시죠?"
" 무지한 인간들의 탐욕을 용서 하시고, 올 봄 더 짙은 매향으로 그들을 다스려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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