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황산(九皇山) 500m
☞ 암치 / 범넝굴봉 / 불개미재 / 450m 무명봉(마채봉 갈림길) / 정상 / 구황산 북지능선 / 평지삼거리 / 절골 / 무실마을(5시간 30분)
2011. 10. 30
전북 고창군 성송면과
전라남도 장성군 삼계면을 가르는 암치.오른쪽은 구황산, 왼편은 고산이 위치한다.
도로 건너편 노란 나무 잎새가 보이는 곳에 구황산 들머리가 있다.
들머리에 접어들면 울창한 편백숲이 마중나온다.
간간히 영산기맥꾼들의 표지기가 매달린 비교적 수월한 오름길이 계속된다.
첫번째로 시야가 터지는 지점에서 돌아본 고산
두 번째로 시야가 터지는 지점에서 돌아본 고산과 그 너머의 고성산
내려다본 장성군 삼계면 생촌리 일대
리기데타소나무를 휘감은 가을 담쟁이
노랗게 물든 생강나무 잎새
범넝굴봉 근처에서 돌아본 고산과 고성산
처음으로 시야에 들어오는 구황산 정상
불개미재
구황산 정상 갈림길 무명봉(450m) 근처에서 바라본 고창군 성송면 일대.
일반적으로 이곳에서 구황산 정상을 갔다가 되돌아와 마채봉과 추산봉, 운선암, 고창남중고교로 이어가는게 상례.
하지만 오늘 난 그 상례를 따르지 않은 댓가를 톡톡히 치르게 된다.
유인진주강씨 묘소
정상에 다다르기 직전
정상에 올라서니 건너편으로 영산기맥상의 소두랑봉이 눈에 들어온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약간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무명봉.
황제의 발치에 있으니 세손봉이라 부르면 어떨까? 잠시후 저곳에 다녀오게 된다.
삼각굴 바위 위에 올라 소두랑봉을 바라보며
'영산기맥'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던 시절,
아무런 길도 없던 능선을 이어가며 낫을 들고 오르내리던 옛 추억에 잠긴다.
오늘 경을 치르게될 문제의 구황산 북쪽 지능선을 바라본다.
고슴도치 신세가 눈앞에 닥쳐오는지도 모르고...ㅎ
앞에서 작명(?)한 세손봉을 다녀오기 위해 암봉을 내려선다.
사실은 이 청림골 풍경을 담기위해 이른바 세손봉을 찾은 것.
바로 아래는 장성실업고등학교 소유의 목장이고,
멀리 보이는 기와집은 희뫼요의 김형규 선생과 독실한 불자 보살님 두 분께서 동시에 짓고 있는 한옥이다.
아무래도 이 청림골 일대가 청정한 사람들과 예술가들의 특급 보금자리가 될 듯.
모처럼 맘먹고 올라왔는데 날씨가 워낙 부옇게 흐린지라 선명한 모습을 담을 수가 없어 아쉽다.
세손봉 언저리에서 조망한 고산
되돌아가며 바라본 구황산 정상
정상으로 돌아와 바위 아랫쪽에 위치한 삼각굴로 내려선다.
삼각굴 입구
삼각굴 내부에 들어가 본다.
이 삼각굴에 얼킨 이런저런 전설이 구전되어 온다는데...
삼각굴 입구에서 바라본 소두랑봉.
금방이라도 한줄기 퍼부을듯 잔쯕 찌푸린 하늘을 머리에 이고, 자 이제부터 고난의 가시밭길을 향하여.
적어도 구황산 정상까지는 기맥꾼들이 오고가는지라 별 무리없이 왔다. 무식한넘이 일 낸다더니
겁도없이 구황산 북쪽 지능선을 타기로 작정한 자체가 문제였다는 사실.
고창군 성송면에서 고수면 정동리를 잇는 임도에 당도.
도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도무지 잊고싶은 기억뿐이다. 구황산 정상에서 이곳까지는
길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었을뿐더러 얼키설키 넘어진 고사목에다 전체가 꽉 쩔어있는 가시숲의 연속.
사진 한 장도 찍을 기회가 없으리만치 낮은포복 높은포복을 해야했으며, 두릅밭 을 통과하고나선
아예 고슴도치 형상이 되고만 것. 지금 자판을 두드리는 손바닥 여기저기 박힌 가시를 채 다 빼내지도 못할 정도였으니
사진은 무신넘의 사진이요, 등산은 무신넘의 등산. 그만 포기하고 되돌아서려 해도 지나온 행로를 생각하니
도저히 빽은 안되겠고 앞으로 앞으로 가다 보니 마침내 눈 앞의 임도에 이르게 되었다는 야그.
이곳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임도를 따라 약 200여미터 넘어가니 아래의 이정표가 나타난다.
이곳에 당도해서 그냥 임도를 타고 성송면 쪽으로 내려갔으면 아무 하자 없었을 것을,
꼴에 임도는 죽어도 타기 싫은지라 이쪽 저쪽 지능선 몇 군데를 알짱거리다 결국은 다시 임도로 올라오고 만다.
까닭인즉, 벌써부터 시작된 간벌과 벌채로 인한 넘어진 나무 때문에 도저히 내려 설 수가 없었던 것.
무려 200여미터 정도 밀고 내려가다 도저히 전진이 불가해서 돌아선 것만 무려 네 번째.
왼편 임도로 내려와 근방 지능선을 헤메다 다시 이곳 임도로 돌아온 것만 네 번.
U자 형태의 오른편 길을 따라가면 추산봉으로 이어갈 수 있었으나, 좀 더 길게 이어간답시고
아랫부분의 임도를 따라 소시랑봉 쪽으로 이어가다 절골을 거쳐 평지제 아랫쪽에 위치한 무실마을에 이른다.
절골을 거쳐 내려가니 마침내 고수면 무실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무실마을 회관에 당도, 출발하는 군내버스를 타고 고수면 소재지에 내린다.
만원권을 내미니 잔돈이 없다며 그냥 내리라는 기사님. 멋적은 웃음으로 뒤통수를 긁적이며 차를 내려
물 한 모금을 넘기자마자 눈 앞에 다가오는 타쿠시 한 대.
스톱뿌....!!
"기사님 성송까지 갑시다. 아니 암치까지는 요금이 얼마나 나옵니까?"
"만 이천원 정도 나올겁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그냥 암치재까지 다이랙또로 뽑아주시죠."
(고슴도치 주제에 오늘 잉글리쉬 되는 날이다.ㅋ)
돌아온 암치치(분명 지도상엔 이렇게 표기되어 있다.)
암치도 아니요 암치재도 아닌 암치치라...!
알량한 내 언문 실력으론 도대체 어느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모르겠다.
거금 일만천원정을 지불하고 고갯마루에 내리니 위 사진상의 젊은이가 자전거를 세우고 주저앉아 뭔가를 먹고 있는 모습.
궁금함을 이기지 못해 다가가 이것 저것 묻기 시작한다. 어디서 출발 했느냐, 어디 어디를 갈 계획이냐 등등등.
군말없이 지도 한 장을 꺼내 지나온 여정을 보여주는데 벌린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부산을 출발 남해안을 거쳐 제주도를 돌아나와 전국을 자그만치 두 바퀴째 돌고 있다는 설명.
이런 멋쟁이를 두고 어찌 휑허니 자리를 뜰 수 있단 말인가!
스물 하고도 아홉살짜리가 자전거에 몸을 싣고 유람을 시작했다면 물어보나 마나 직장은 때려 쳤을게 아닌가?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노잣돈은 얼마남았으냐? 잠자리는 어떻게 해결하느냐? 먹는 것은...???
바로 내 저 친구 나이보다 훨씬 전에 삼천리 주유를 시작했기 땀시로 이런 저런 궁금증은 당연지사.
생각같아선 집으로 데려가서 추월(秋月)한담이라도 나누고 싶었지만 그냥 보내기로 한다.
배낭을 뒤져 남은 빵 두어개를 손에 쥐어주고.
암치에서 만난 임씨 성을 가진 멋쟁이 젊은친구, 그대 앞 날에 부디 찬란한 영광있으라.
시커먼 산적이 지나온 구황산 가시밭길 따윈 그대에게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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