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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산행·여행·풍경

규봉암의 가을

     코스 : 너와나목장 / 장불재 / 규봉암 (원점회귀)

 

                                                                                                                                                            2011. 10. 18(화) 

 

- 규봉암 추색 - 

 

 

 

- 장불재 오름길에 피어난 꽃향유 -

 

 

 

- 제비꽃도 보이고 - 

 

 

 

- 아침해와 어우러지는 무등의 단풍 -

 

 

 

- 어느덧 억새의 향연도 끝물에 이르고 -

 

 

 

 

 

 

 

 

 

- 서석대와 입석대는 이미 만추의 모습 -

 

 

 

 

到立巖遊翫

 

입암에 이르러 놀며 구경하다.

 

- 고봉 기 대 승 -

 

기이한 바위 하늘이 깎아 세워 / 奇巖天試削
칼날처럼 삐죽삐죽 날카롭게 솟았네 / 釖立鋒差差
눈을 들어 그 꼭대기 우러러보니 / 抉眥仰其巓
뭉게뭉게 검은 구름 드리웠네 / 翕翕玄雲垂
홍몽한 옛날 천지 생기기 전에 / 鴻濛昔未剖
웃음을 드리는 뭇 왕비 조화 이뤘지 / 獻笑調羣妃
서로 이어 층층으로 보태니 / 相承輒層累
절벽에 구슬을 연이은 듯 / 截壁而連璣
뛰어남 참으로 다 형상 못하니 / 瑰瑋儘難狀
괴이하고 특출함을 그 누가 알까 / 詭特誰能知
푸른 비자나무 깊이 뿌리 내려 / 蒼榧托幽根
해묵어 가지도 늘어졌고 / 歲久枝葉低
두어 떨기의 꽃들도 / 亦有數叢花
햇볕 받아 처음으로 자태를 머금었네 / 媚日初含姿
호탕한 기백으로 고루함 비웃고 / 宕魄笑余陋
시초를 탐색하며 먼 생각 해 보았네 / 探始窮遐思
현묘한 조화의 권위는 / 冥冥造化權
이를 어찌 신기하다 하리 / 此豈爲神奇
강하고 유함 열리고 닫히면서 / 剛柔一闔闢
융합하고 응결되는 기틀 절로 따르네 / 融結機自隨
술잔 잡고 먼 바람에 임하여 / 把酒臨長風
붓을 뽑아 새로운 시 쓰노라 / 揮筆題新詩
어찌하면 불사약을 구해서 / 安求不死藥
모두 소멸될 때까지 볼 수 있을까 / 看盡消磨時

 

 

 

 

 

 

 

 

 

 

-  규봉암 가는길 -

 

 

 

 

 

 

 

 

 

 

 

 

 

 

 

 

 

 

 

 

 

- 석불암 -

 

제봉 고경명(1533-1592)의 무등산 기행문 '유서석록( 遊瑞石錄)'에  "문수암을 찾았다" 라는 대목과 함께,

 

"(규봉) 광석대의 서쪽 길에는 문지방 같은 돌이 가로질러 있는데 이들을 넘나들면 문수암이다.

암자 동쪽 기슭에 오목하게 패인 돌이 들어 있어 그 중앙에서 샘이 솟아나오며 돌 틈에는 석창포가 수북이 피어 있고

그 앞에는 높이와 넓이가 수 십 척 되는 바위가 있다." 고 적혀 있다.

 

정확한 고증은 찾지 못했지만,

아마도 지금의 석불암 자리가 제봉이 쓴 '유서석록'에 나오는 그 문수암이 있었던 곳일거라는 생각이다.

 

 

 

- 수 많은 전설을 품고 있는 지공너덜 -

 

 

 

지공너덜의 팥배나무

 

 

- 광석대 하경 -

 

 

 

到圭峯

규봉에 이르다

 

- 기 대 승 -

 

하수 남쪽에는 동운이 빼어나고 / 河陰擢同雲
사수 가에는 일관이 우뚝하네 / 泗上峙日觀
드높이 하늘에 솟아 있고 / 崔崒排高旻
뛰어올라 은하수 닿았네 / 騰擲帶銀漢
어찌 알까 암석의 기이함 / 安知巖石奇
동해 가에도 빼어남을 / 亦秀東海畔
까마득히 반공에 횡단하고 / 崱屴截半空
아스라이 운우도 끊기도다 / 縹緲雲雨斷
평생에 먼 유람 생각하며 / 平生慕遠遊
우두커니 서서 탄식을 했노라 / 竚立發浩歎
선의 마음은 옛 우물처럼 맑고 / 禪心古井澄
세상 생각은 봄 얼음처럼 풀리네 / 世慮春氷泮
흐린 기운 아직 열리지 않았으니 / 氛埃方未豁
동방이 밝아짐 기다리련다 / 欲待東方旦
강하게 응고됨 망망하여 알 수 없지만 / 剛凝莽何窮
이 이치 기필코 관통하리라 / 此理期一貫

 

 

 

또〔又〕

명랑하게 티끌 없는 지경이고 / 朗廓無塵境

청고하게 막힘없는 하늘이로세 / 淸高不住天
그윽한 꽃 돌 틈에 쓰러지고 / 幽花欹石罅
고목나무 바위 가에 기대었네 / 古木倚巖邊
해가 도니 남명이 널찍하고 / 日轉南溟活
구름 옮기니 북두가 매달렸네 / 雲移北斗懸
놀러 와서 좋은 경관 모두 완상하니 / 來遊窮勝賞
혼연히 나는 신선을 낀 듯하여라 / 渾覺挾飛仙

 

 

 

또〔又〕

서석의 명산 바닷가에 솟았으니 / 瑞石名山峙海堧

봉영의 바람과 햇볕 참으로 비슷하여라 / 蓬瀛風日正依然
신선들아 맑고 깊음 아끼지 마라 / 羣仙更莫慳淸邃
나도 이제 가장 높은 곳에 왔노라 / 我亦今來最上巓

 

 

 

[주D-001]동운(同雲) : 눈이 내리기 전 온 하늘에 가득히 낀 먹구름을 뜻한다. 《시경》〈소아(小雅) 신남산(信南山)〉에 “상천(上天)이 일색(一色)으로 먹구름이 낀지라 함박눈이 펄펄 내리네.〔上天同雲 雨雪雰雰〕” 하였다. 후에는 눈이 내리는 전거로 쓰였다.
[주D-002]일관(日觀) : 태산(泰山) 정상의 봉우리를 가리키는데 해돋이를 보는 곳이란 뜻으로, 동암(東巖) 또는 동산(東山)이라고도 한다. 여기서는 규봉(圭峯)을 가리켜 말한 것이다.
[주D-003]나는……듯하여라 : 소식(蘇軾)의 〈전적벽부(前赤壁賦)〉에 “나는 신선을 끼고 한가로이 놀며 명월을 안고 길이 마치려 한다.〔挾飛仙以遨遊 抱明月而長終〕” 하였는데, 이를 원용하였다.
[주D-004]봉영(蓬瀛) : 봉래(蓬萊)와 영주(瀛洲)의 병칭으로, 방장(方丈)과 함께 바다 가운데 있다고 전하는 삼신산(三神山)을 가리킨다.

 

 

 

 

 

/ 행주기씨문헌공종중 홈피에서 발췌 /

 

 

 

 

 

 

 

 

 

 

 

 

 

희우〔喜雨

 

 

- 기 대 승 -

 

 

온 하늘에 구름 일어 해를 덮으니 / 同雲翕翕日韜明

부슬부슬 빗소리 밤 기왓골에 울리도다 / 瓦響騷騷夜更鳴

푸른 이랑 촉촉하니 사람들 기뻐하고 / 膏泫綠疇人競躍

언덕길 질펀하니 말이 놀라는구나 / 泥深紫陌馬頻驚

하늘의 생생하는 이치 변함 있겠나 / 天心肯斁生生理

만물은 참으로 발발한 정 머금는다 / 物色眞含浡浡情

이로부터 풍년을 얻을 수 있으리니 / 從此豐年可收拾

 

마침내 바람과 이슬 가을 풍경 보리라 / 會看風露沕西成

 

 

 

 

 

 

 

 

 

 

 

 

 

 

 

 

 

 

 

 

가을밤에〔秋夜〕

 

 

- 기 대 승 -

 

 

가을 절후가 남은 더위 거두니 / 素節收殘暑

서늘한 기운 점점 살에 닿는구나 / 新凉漸逼肥

빗소리 의자에 침범하여 차갑고 / 雨聲侵榻冷

벌레 울음 침상 가에 구슬프다 / 虫響近床悲

정적을 좋아하면 일을 함에 해로우니 / 抱寂妨趨事

한가한 노닒은 후일에 맡기리라 / 偸閑任後時

그윽한 걱정에 어느덧 밤 깊은데 / 幽憂知夜永

턱 고이고 만 가지 사색에 잠겨 드노라 / 萬緖入支頣

 

 

 

참회나무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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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봉암에 이르는 최 단거리,  화순 '너와나 목장' 을 들머리로 장불재에 오른다.

 

 억새가 지천이지만 햇빛의 각도가 억새의 눈부신 광경을 담기엔 역부족이라.

조금 이른 시간에만 올라왔어도...!

 

 지공너덜을 치고 오르면 규봉암을 품고 있는 광석대 전경이 발 아래 펼쳐진다.

해마다 가을이 오면 아침 일찍 이 광석대에 올라 해뜨는 광경을 꼭 눈에 담아 주어야만 한다.

 

영평 일대의 하경은 물론,

저 멀리 지리산 천왕봉에 이르기 까지,

그야말로 일망무제의 속 시원한 시야가 막힘없이 펼쳐지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