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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매

경인탐매 (庚寅探梅) ~1~

         경인탐매(庚寅探梅)   ~1~

              

              ♥ 선암매  납월매  ♥ 낙안매

                      2010. 3. 17 (수)

 

선암매의 향기가 그리워서... 

 

 

팔상전 뒷편의 백매와

차밭으로 오르는 담장가의 홍매 모두다 아직은...

 

 

음력 이월초이튿날의 선암홍매

 

 모두 22그루의 백매와 홍매로 이루어진 선암매.

천연기념물 제488호로 지정되어 있다.

 

 

 맨 윗쪽 차밭에 인접한 청매는 개화가 시작되었다

 

 

 

 

 

 

그 옛날의 추억이 깃든 선암사 객실 그리고 매화

 

 

 


 

 

 

▼ 금둔사 납월매

전각 지붕을 배경으로 어우러진 매와 백매

 

 

너무나도 핍진한 납월매향

 

 

 

 

금전산 금둔사는 지금 납월매향의 바다

 

 

 

 

 

 

 

 

 

 

 겹홍매

 

 

 

 

 

 

 

 

 

 

 생강나무꽃

 

 

 

 

침굉선사가 일구어 놓은 선암사의 400년 다풍(茶風),

칠전선원 뒷편의 차밭을 온전히 되살려 내고 선암다맥(仙巖茶脈)까지를 완벽하게 재 정립,

한국차의 실제를 오롯이 잇고 계시는 차의 달인 지허스님

 

 

 지허스님과의 다담

 

 

 

 

 

 

 

 

 

 

 

 

 

 

지허스님께서 주석하시는 설선당

 

 

 매향을 쏟아내는 금둔사 범종

 

 

 


 

 

 

▼ 낙안매

 임경업이 쌓았다는 낙안읍성

 

 

 낙안매

 

 

읍성내에 피어난 산수유

 

 

읍성내의 고매

 

 

 

 

  오태석(1895 ~ 1958)의 생가

 

조선조 말, 판소리, 가야금산조 및 병창의 대 명인이었던 오수관의 장남으로 태어나

당시 낙안읍성에 살았던 국창 송만갑으로 부터 판소리를,박덕기로 부터는 가야금을 배운 그는

창극은 물론 가야금 병창을 국악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 시킨 명인으로 평가 받는다.

 

 

 

 

 

 

 

 능매

 

 

 

 

 소담스레 피어나는 청매

 

 

 

 

 

 

 낙안읍성 전경

 

 

 읍성 정문을 지키는 석구(石狗)

 

 

 

 

 


 

 

 

 

 

암향이 코 끝에 전해져 오는데, 도저히 더 이상 미적거리고 앉아 있을 순 없었다. 

경인년 첫 탐매의 대상으로 삼은 매화는 '선암매' '납월매'  '낙안매'

 

새벽을 달려 제일 먼저 당도한 곳은 조계산 선암사.

부리나케 절 윗쪽 '선암매'를 향해 달려갔으나 아직은 요지부동.

 

차밭에 인접한 오래되지 않은 청매 군락에서만 겨우 몇 송이 터지고 있을 뿐.

절을 돌아 나와 달려간 곳은 금전산 금둔사의 '납월매'.

 

역시...... !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납월매'

 

온통 경내를 휘감는 매향을 따라가다 발걸음을 멈춘 곳은 설선당.

 작은 창고에 붙은 "법인(法忍)이라는 현판을 보고 있는데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 매화향 좋죠...?"

 

돌아보니 '지허스님'이 서 계신것이 아닌가.

합장으로 반가움을 표 하고나서 시작된 대화는 어느덧 차(茶)에 이르게 된다.

 

" 안으로 들어가 차나 한 잔 하십시다"

 

그 동안의 원이 하늘에라도 닿았단 말인가,...

 '지허' 스님과 차 한 잔 나누었으면 했던 오랜 세월의 원이 자연스럽게 풀리는 순간이다.

 

수인사와 함께 부드러운 미소로 상대를 가늠해 보시는 스님.

찻물이 끓길 기다리는 사이에   카스테라를 권 하면서 얘기를 풀어 가신다.

 

 손수 엮은 것으로 보이는 詩가 빼곡히 적힌 작은 수첩 하나를  꺼내시는 지허 스님.

 한 장 한 장 넘겨 가시다 말고 시 한 수를 너즈막히 읇조리기 시작하신다.

 

 

 

花間一壺酒 (화간일호주)

꽃 아래 한 병 술 ~

 

獨酌無相親 (독작무상친)

친구 없이 홀로 마실제 ~

 

擧盃邀明月 (거배요명월)

잔 들어 밝은 달 사이에 ~

 

對影成三人 (대영성삼인)

그림자 함께 셋이로세 ~

 

 

 

  '이백'이 지은  "月下獨酌"(월하독작)이라는 제하의 네 개의 詩 가운데 하나.

태고종 선암사의 맹주 지허 스님께서  들려 주시는

"달 아래 혼잣 술"이라...

 

역시 도력 높은 선승의 세계는 일반인관 확실히 다르다.

이 취월당의 구미를 어쩌면 그리도 잘 알고 단박에  잘 헤아려 주실 수 있단 말인가...

 

 

잠시 방문 밖에 누군가  뭘 가져온 모양.

 

"택뱁니다 스님"

 

" 오디오 시스템 택배가 도착한 모양입니다."

 

" .....? "

 

산골 스님께 배달된 '오디오 시스템'이라....

 

"내가 고전음악을 좀 좋아합니다"

"베토벤, 모짤트, 브람스 , 말러.... "

 

 '접입가경'이라는 말은 이런 경우를 이름하리라.

위에서 스님께서 읇조리신 '월하독작'은 다름 아닌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가 작곡한

"대지의 노래" (Das Lied von der Erde)에 나오는 노래 가사가 아니던가...

 

이제사 스님에 대한 확실한 감이 잡히기 시작한다.

그간 여러 매체들을 통해 보고 들을 수 있었던 지허스님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 들은

한 마디로, 모조리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말 나온김에 잠시,

동양의 시성이라 추앙되는 술꾼 주태백(?) 선생과

난해한 교향곡으로 악명(?) 높은 서양의 코쟁이 말러 선생이

어떻게 시공간을 초월하여  얽히게 되었는지 한 번 뇌까려 보자면...

 

 교향곡 8번을 완성한 상태였던 '구스타프 말러'.

 9번 교향곡을 써야만 했던 말러에게 드리운 근심 걱정꺼리.

바로 그 것은 대다수 선배 작곡가들이 겪었던 9번 교향곡에의 징크스에 봉착할 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런 가운데 말러가 맞딱뜨린 것은 '한스베트게'가 독일어로 번역한 "중국의 피리"

몇 몇 중국 시인 들의 시  가운데 말러가 9번 교향곡을 염두에 두고 선택한 것이 바로 '이백'의 '詩'.

 

 딸의 죽음에다, 심장병 까지 시달리고 있던 말러.

위에서 말 한 선배들의 징크스을 염려하여 , 몇 번 교향곡이라는 타이틀 대신

 숫자를 빼버리고 "대지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성악이 들어가는 여섯개의 노래를 작곡하게 된다.

 

삶의 잡착과 허무, 체념 등등 말러의 최후가 녹아있는 '대지의 노래' 중,

1곡, 4곡, 5곡이 이백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며

그 중 술의 詩는 1곡과 5곡이다.

  

 

들어주는 귀가 있어 즐거우신지

연 이어 지허 스님께서  소개 해 주시는 또 한  편의 詩, 

 

 제목은 "고분(孤墳)"  작자는 '김우춘'으로 조선 정조 때 기생이었던 인물이라고.

시집을 두 권씩이나 냈다는데....?

내 생전 처음으로 맞딱뜨리는 시요, 작가 인지라 어리둥절.

 

 

 

가여운 가지 외롭고 차디찬

매화는

 

줄기찬 비바람의 괴로움에

지친듯 하건만

 

어쩌다 땅에 지더라도

향기 오롯이 남아

 

버들꽃처럼 물결에

떠도는 것 비교되잖네.

 

 

 

詩의 성찬이 끝나고 이어지는 스님의 법문.

 

진정으로 '잘사는 법"은 무엇인가...?

남자는 명예욕, 재욕을 경계해야 할 터이고, 여자는 물욕을 경계해야 함이 마땅하는 말씀.

여러 군상들의 이력과 행적의 말로를 예로 들며, 자신을 다잡아야 한다는 소중한 가르침을 주신다.

 

첫 만남과 대화 그리고 법문에 이르기까지..., 

 무례할 정도의 시간을 삐앗은 이 무뢰한을 실은 내색 없이 보듬어 주신 지허 큰스님.

 

금둔사의 납월매가 유달리 꽃을 빨리 피우고, 유난히 짙은 향을 내뿜는 까닭은

 바로 지허 스님의 선풍 때문이리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쁘기 한량없었다.

 

 

작별 인사를 드리고 산을 내려와 당도한 곳은 낙안읍성.

이러네 저러네 해도, 그래도 이만큼 옛 향취가 보존된 곳도 그리 흔치 않으리라.

낙안읍성 전체가 배춧잎 색깔의 지전 냄새(?)를 너무 밝히고 풍기는 게 다소 꺼림칙 하지만

그 정도는 그냥 넘어가 주는 센스와 아량이

이 시대의 속일 수 없는 미덕이라 여겨버리면 그 뿐일 터.

 

읍성내 어떤 건물 앞 .작은 능매 한 그루...

 

호남5매로 불렸던 소록도 중앙공원의 '능매'가  근래들어 바리깡질 당하는 수난을 겪은 터라

소중한 마음으로 잘 자라나길 빌어준다.

 

망루를 통해 성 위에 올라, 읍성 전체를 부감하는 것을 끝으로 

 지는 노을을 바라 보며 경인년 첫 탐매 여정은 여기서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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