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둔산(877.7m) / 쌍계사(충남 논산군)
▶ 논산 수락골(군지 계곡) - 마천대(정상) - 석천암 - 수락골(원점회귀) 5 시간
▶ 2009. 10. 30 (금)
대둔산 북서쪽에 자리한 수락골(군지계곡)의 만추
220 계단 쪽의 등로는 출입금지
협곡
수락폭포 옆 능선을 오르며...
낙조대 계곡
하산시 들렀던 석천암
월성봉과 바랑산 조망
마천대에 올라
마천대
월성봉과 바랑산으로 이어지는 금남정맥
낙조대 계곡의 단풍
석천암 추색
갈라진 바위 틈에서 나오는 기막힌 물 맛
그리하여, 석천암...?
가을 상념
- 백여 고중영 -
한 입 건너 두 입 또 건너 한 입
혀에서 구르던 소리 입술을 헤치고 나와
나르는 산까치 날개죽지를 물들인 뒤
익어가는 콩깍지에 가을이라 묻어있다.
기러기 부리에 깨물린 초승달이
혼자가기 외로우니 함께 가자 조각 구름 조르지만
정처가 없어 못 간다고 버팅기는 하늘에서
지나던 갈 바람이 등을 살짝 밀어준다.
어느 벗이 두고 간 애틋한 그리움이
함부로 둔 알암무더기에 쫑긋하니 올랐더니
귀뚜리 부르다 만 노래 소절에 미끄러져
또르르 혼자 웃다가 사립문을 나선다.
시월에 쓰는 時
- 백여 고중영 -
시월은 흐르는 물이
시간을 싣고 가는 계절이어야 한다.
저기 산야에서는
가을이 익는 빛 혹은
물보다 빨리 흐르는 시간의 발걸음.
그대도 따라 떠나고 -
모퉁이를 돌며 숨을 고르는 바람
나는 외로움에 지쳐
세월의 가슴패기에 귀를 부비며
산이 산으로 남은 이치와
물이 물로 흐르는 까닭을
이 어둠이 다 익기 전에 터득해야 하지만
그대도 따라 떠나고 난 뒤 -
밝음이 영글어 어둠으로 굳고
굳었던 어둠의 껍질이 깨져
한겹씩 벗겨지는 세월을
우리는 삶처럼 살지 못했을지라도
그런 일들이 저 산야에서는 해마다
열리고 익어 떨어지는
열매와도 같아야 한다해서
나도 너를 잊으려 떠나고 -
쌍계사 중건비
김낙중이 찬하고, 이화중이 쓰고, 김낙중이 새겼다고.
고려 충숙왕 때의 명필 행촌 이암(1297~1364)이 발원 창건하였으며
목은 이색이 사적기를 지었다는 내용.
충남 문화재자료 제 80호
취봉당혜찬대사지도(翠峰堂慧燦大師之屠) 등 9기의 부도
석종형이 대부분으로 옥개석이 얹혀진 부도도 있다.
직경이 182cm나 된다는 불명산 쌍계사 법고.
운판이나 범종은 없고 달랑 법고만...
대웅전(보물408호)
정면 5칸(19.70m), 측면 3칸(10m)
건물의 장대함과 공포의 장식적인 세부 구성 등,
조선 후기 건축물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
건물 정면 오른쪽 세번째 기둥은 굵은 칡덩굴이라는데.
노인들이 이 기둥을 부여 안고 기도를 올리면 죽을 때의 고통을 면 하게 된다는 얘기가...
.
나라 안 불전(佛展) 중
출목(出目) 수가 가장 많다는 공포의 위용.
배흘림이 있는 기둥 위에다 창방(昌枋)과 평방9平枋)을 짜 돌리고
그 위에다, 외사출목(外四出目)과 내5출목(內五出目의 다포를 얹었다.
여섯개의 기둥 사이에 들어선 꽃살문
결코 예삿 솜씨가 아닌 정교한 꽃 새김은 보는이를 황홀의 세계로 이끈다.
작약, 목단, 국화 등의 문양
석가여래를 주불로, 좌우에 아미타여래와 약사여래를 모신 대웅전 내부
우물 정자로 분할된 천장엔 3마리의 극락조가 화려한 비상을 펼치고
닫집 마다에는 칠보궁, 적멸궁, 만월궁 이라는 편액이 걸려있다.
기암과 추색의 절묘한 어우러짐을 생각할 때
대둔산을 앞자리에 놓지 않고선 도대체 얘기가 풀려나갈 수 없다.
큰 바윗덩어리를 뜻 한다는 아름다운 산 "한듬산"
헌데, 문제는 개미떼 처럼 몰려드는 행락객.
쉴 새 없이 케이블카가 오르 내리며 폭포처럼 쏟아 내는 인파.
그 들의 발길에 비명을 질러댈 것만 같은 구름다리와 철사다리.
생각만 해도 아득한지라, 완주쪽 오름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논산 수락리 쪽에서 오르기로 결정.
어둠을 헤쳐 당도한 배티재.
건너편에 우뚝 선 천등산과 대둔산의 암릉을 잠시 감상하고 나서
산 너머에 위치한 군지골로 달려 간다.
일찍 도착 한 것도 있겠지만, 주차장이 휑 할 정도로 조용.
탁월하고도 적절한 선택이었노라는 희열감(?)에 몸이 다 떨려올 지경.
계곡을 따라 거의 바싹 말라 버린 수락폭포에 당도.
구름다리를 만든답시고 막아버린 220 계단 코스를 우회하여
구불 구불 암릉 사이로 유도된 계단을 따라 시야가 트이는 능선에 선다.
부연 아침 햇살이 골골에 짙은 음영을 그려 내는 가운데
만추의 서정으로 채색된 대둔산의 강렬한 컬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수북히 떨어진 신갈나무 잎새에서 풍기는 구수한 낙엽 내음과
바위 틈에 뿌리 내린 상큼한 솔 향을 맡아가며 느릿한 걸음으로 산을 오른다.
얼마나 올랐을까 ?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하는 걸 보니 정상이 가까운 듯.
잠시 후 당도한 마천대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온 행객들로 벌써부터 초만원.
얼른 마천대를 벗어나, 다소 조용한 옆 암릉으로 이동.
기묘한 암릉과 추색의 어우러짐에 한동안 빠져 들었다.
애당초, 깔딱재로 이어가 군지골 초입으로 내려 서려했는데
마음을 바꿔,
낙조대 골짜기를 따라 내려와 석천암에 당도한다.
석간수로 목을 축인 다음 돌아섰는데 스님과 마추진 눈길.
얼른 시선을 피하며 안으로 사라지신다.
얼마나 잡인 들에게 시달렸으면....
역광에 부서지는 암자의 만추를 잠시 훔치고 조용히 물러나 산을 내려 온다.
귀로,
불명산 쌍계사의 추색이 궁금하여 찾아 갔는데 요란한 전기톱의 소음.
시줏돈이라도 좀 들어왔단 말인가...?
허나, 찢어진 법고는 지금도 그대로였고,
명부전을 지키는 험상궂은 인왕상의 잘려 나간 손목 또한 여전.
거기다,
깨지고 주저 앉은 마룻장의 볼썽 사나운 모습에 이르기까지....
신경 끄고 대웅전을 돌아 보는데,
예전 그 인심 사납던 대웅전 지킴이 보살의 모습이 눈에 보이질 않는다.
하여,
맘 놓고 대웅전에 들어가 내부를 찍을 수 있는 것 까지는 좋았다.
헌데,
늠름한 자태로 대웅전을 지키던 백구와 황구의 모습이 끝내 보이질 않는다.
대웅전의 튼실한 기둥처럼 당당한 기품까지를 소유한 놈 들이었는데.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담 번에 쌍계사 대웅전을 찾게 된다면
그것은 순전히 '황구' 와 '백구'의 소식이 궁금해서 일 터.
이 새벽에 금은화는 피고
- 백여 고중영 -
* 茶泉 김환기 선생을 위하여
천년을 산다는 은행나무 등걸 아랫 터를
여름 한 철 빌려 뿌리를 박고
푸른 손 앙징스레 감고 오른 인동덩굴에
지금 막
천상에서 날아내린 편지 한장 얹혀선
하얀 볼 봉곳이 열린 입술에
지긋이 깨물리는 모습이다.
가는 허리 틀어쥔 명주치마 하며
가쁜 숨결에 묻어나온 새끼손가락에
조롱하게 메달린 손톱
초사흘 달님 속눈썹 그림자 살폿하여
범접하기 어려운 별당아씨인 양
어찌 보면 서럽고
어찌 보면 도도한데
어깨에 기대 앉은 이슬 한방울이
못 이룬 사랑의 징표일까,
글썽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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