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연/탐매

'09 탐매(探梅) 세 번째 여정

          ● '09 탐매(探梅) 세여정

 

              ▶ 납월매(臘月梅) . 선암매(仙巖梅) . 홍매(광주국립박물관)     

              ▶ 2009. 3 . 2 (월)

 

 

금둔사(金芚寺) 납월매(臘月梅)

 

 

납월(臘月)은 음력 섣달을 말 한다.

 

 

납월매

 

 

찬 서리 고운 자태 사방을 비춰

 

뜰 가 앞선 봄을 섣달에 차지했네

 

바쁜 가지 엷게 꾸며 반절이나 숙였는데

 

개인 눈발 처음녹아 눈물어려 새로워라

 

 

 

그림자 추워서 금샘에 빠진 해 가리우고

 

찬 향기 가벼워 먼지 낀 흰 창문 닫는구나

 

내고향 둘러선 개울가 나무는

 

서쪽으로 먼 길 떠난 이사람 기다릴까

 

 

- 신라인 최광유 -

 

 

 

 

 

 

 

 

펄펄 나는 새야, 내 뜰의 매화나무에서 쉬렴

 

향기도 진하니, 은혜로워라 어서 오렴

 

매화가지에 올라 매화나무에 깃드니, 너의 집은 즐거우리

 

꽃이 아름답고 화사하니 열매 또한 많겠구나

 

- 정다산 -

 

 

 

 

 

 

 

금둔사의 원조  납월매는 지금으로부터 약 20여년 전 수명을 다 하고 사라졌으며

지금 금둔사에 피어나는 납월매는 약 25년 내외의 수령으로 딱 여섯그루가 있다.

이 납월 홍매는 벌 나비가 꿀을 따러 나오기도 전에 워낙 꽃을 일찍 피우는 관게로 

수정이 시원치 못해 매실의 숫자가 아주 적은 편이라고.

 

금둔사 백매

 

 

 

늦은 시간,  선암매(仙巖梅)를 향하여...

 

 

 

그 어떤 수식도 필요치 않은  이 나라 제일의 매화

 

 

 

 

仙巖梅...

 

 

 

매화는 지고 달은 찬데

 

 

창 아래엔 매화나무 여러가지 뻗어 있고

 

창 앞에는 둥근 달이 둥실 떠 있네.

 

맑은 달빛이 빈 사립문에 흘러드니

 

남은 꽃이 계속해서 피어나는 듯.

 

- 초정 박제가 - 

 

 

 

 

선암매, 이것이 진정한 조선땅 오리지널 매화

 

 

산수유

 

 

국립광주박물관 홍매

 

 

국립광주박물관 홍매

 

 


 

 

낙안읍성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금전산 자락에 자리한 금둔사(金芚寺) 

그곳에 가면, 차의 달인이자 태고종 선암사 지킴이로 너무나 잘 알려진 '지허'스님이 계신다.

전생에 매화밭 쥔 노릇이라도 하셨는지,  암튼 기막힌 매화만을 엄선하여 경내에 식재,

산문에 들어서는 자는 누구고 할 것 없이  코를 벌름거리게 만들어 놓았다.

 

무엇보다도 이 땅에서 가장 먼저 매화가 피어나는 곳으로 잘 알려진 절.

납월매(臘月梅)라는 별칭으로 탐매객 들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금둔사의 홍매가

진즉부터 나를 부르고 있었는데 오늘에서야, 그것도 늦은 시간에  헐레벌떡 달려왔다.

 

풍수지리상 그렇게 되어있는지, 아니면 매화의 DNA가 그리 입력되어있는지 몰라도

이 금둔사 매화의 개화 시기는 참으로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상당한 높이의 산 위쪽이라면 당연히 저 아래 보다는 기온이 낮을텐데도 불구하고

더 일찍, 그것도 기세 좋게 화들짝 피어나곤 하는데, 도저히 내 머리로는 분석이 불가라...

 

골치 아픈 분석 따윌랑 학자 분 들의 몫으로 돌리고 나같은 산적꽈 들은

매화 향기나 실컷 맡으며 그저 몽롱한 세계로의 여행을 떠나는 것이 상책이요 장땡.

 

금둔사 부처님께서는 매향 마니아?

그렇지 않구서야 이리도 핍진한 매향 속에 어찌 멀쩡한 평상심으로 앉아계실 수 있단 말인가...?

보통의 우리네 같으면 매향속에 허우적대다,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든지, 황홀에 빠진 나머지

최소한 목청껏 노래라도 한 곡조 불러 제끼면서 감탄사라도 연발할텐데,

눈을 내리깔고 묵묵부답이신걸 보면, 역시 부처님과 절집의 스님네들 모두는 고단수가 분명.

 

횡설수설은 이쯤에서 끝내고 어디 선암사로 한 번 달려가 볼까?

부리나케 달려온 선암사, 여기 저기 온통 공사판이 벌어져 어수선 한 모습.

오늘의 목표는 '선암매'인지라 신경끄고 부지런히 매화에게 달려간다.

 

개화는 애시당초 기대 항목에 들어있지도 않은지라,

행여 부풀어 오른 꽃망울이라도 없나하고 이리저리 눈을 휘번덕대노라니 '

선암매' 특유의 작으면서 앙증맞은 백매 두어 송이가 시야에 들어온다.

근데 너무 높은 곳에 달려있다. 날씨도 잔뜩 흐리고 어두컴컴한 판에...

그래도 그게 어딘가 ! 열심히 달려들어 겨우겨우 한 장 찍고나니 선암매화 만만세다.

 

 '09 탐매의 여정은 내일도 계속될 예정,

 

비가 내릴거라고....?   

 

차라리 눈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