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군 고수면 소재
청량산 문수사
문수산(청량산,축령산,영축산,취서산,영취산...)
애기단풍의 용틀임
[유머] 서울말과 고창말의 차이
- 고중영 -
* 국수와 국시의 차이점은?
- 국수는 밀가루로 만들고, 국시는 밀가리로 맹근다.
* 밀가루와 밀가리의 차이점은?
- 밀가루는 봉지에 담고 밀가리는 봉다리에 담는다.
* 침과 춤의 차이는?
- 침은 혓바닥으로 뱉고 춤은 샛바닥으로 뱉는다.
* 혓바닥과 샛바닥의 차이점은?
- 혓바닥은 입 안에 있고 샛바닥은 주둥이 안에 있다.
* 주둥이와 입의 차이점은?
_ 주둥이는 세마디로 하고 입은 한마디로 한다.
* 표준말과 사투리의 차이점은?
- 표준말은 국수라고 하고 사투리는 국시라고 한다.
겨울 연가
- 고중영 -
석양에 미끄러진 조락(照落)이다.
계절 속으로 무너지던 산 그림자가
가녀린 길 하나를 그어놓았다.
동상에 걸린 길은 이따금 절뚝거리고
그 길을 밝고
머물 곳 없는 사람들 다 가고나면
황야는 홀로 남아 가슴이 시리다.
그 새암에
- 고중영 -
물은 더 차오르지 않고
나머지를 채우는 건 투명한 고요.
너무 맑아서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저토록.
볼 수 없음으로
무게는 더더욱 어림잡을 수 없는-
오!.
문수사 동백설
찰라
- 고중영 -
무엇이 이보다 더 적막하랴.
하늘에서 뛰어 내린 어둠이
단박에 으깨져 땅에 번지고
별 하나 뜨고 지는 일처럼
어디선가 새 한 마리 무심상하게 울면
툭 부러진 동백의 목숨처럼
슬퍼지고 싶은 순간이
사람마다 있다.
얻지 않으면 잃을 것도 없는 거라고 -
그러나 얻는 기쁨이
잃는 괴로움 보다는 우선이라고
동백 잎에 씌어있는 詩 한 구절을
지나던 바람이 가볍게 읽는 동안에도
어둠이 깔린 땅 어디
감꽃을 실에 꿰어 목에 걸던
철없던 내 소녀는
쓰고 버린 세월을
나이라는 보자기에 싸 들고
묻을 곳 찾아 서성거리지는 않을런지.
다시
"실패한 혁명" 같다던 동백 한 송이
조용히 목숨을 버린다.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雪中梅
청량산 行
- 고중영 -
추석이라 해서 따로 할 일도 없고
찾아갈 곳도 마땅찮은 사고무친이라 산에 오른다.
해발 400미터쯤에서 부터 헐떡이던 임도(林道)가
한 쪽 폐를 잘라낸 환부에
덩실한 기와지붕을 올린 문수사를 지나면
오를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길은 어디서나 슬플 만큼만 가늘어 지다가
탁 - 끊어지고 만다.
더는 갈 수없는 나라
높다랗게 매달린 저 봉우리를 넘으면
어딜까?
어디쯤일까?
갈 수 없는 곳은 늘
영원이라는 말이 똬리를 틀고 있을 것 같아
또 한 번 슬프다.
올해는 물이 많은 해라 곳곳이 그렇겠지만
청량산 골짝을 흐르는 물소리 또한
다른 곳 못지않게 우렁우렁하여
그 소리에 귀때기가 시퍼렇도록 얻어맞은 떡갈나무는
그래도 무던한 성품인지
바람 속에 한들거리는 의연한 자태가
속인과 다른 바 있다.
그쯤 해서 고목 끌텅에 주저앉아
내게도 혹 그리운 사람은 없나? 생각을 더듬다가
/부질없다./고 우겨넣은 가슴팍에서는
산안개 같은 회한이 모질게 피어오르는데
옹졸한 범부의 볼품없는 연민이 마뜩치 않았던지
벙긋하려던 밤송이가 눈을 흘기고 있었다.
이 아침에
-고중영 -
하늘까지 눈이 쌓여 더는 하에질 수 없을 것 같은
이 산골에
내가 앉아,
이렇게 앉아 바위가 되어가는
내가 앉아,
내가 있어 행복하고 아름다웠던 시간을
함께 밟으며 걸어온 사람들을 생각하고
흰 눈에 덮여 다소곳이 머리 숙인 대나무들을
반쯤 감아 초점이 흐려진 눈으로 응시하면서
生 의 아름다움이란 역시
사람마다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었던 것이라고
헐일 없이 정의(定義)하면서-
며칠 전 푸드득 날아오르는 새 떼를
칼새들이라고 터무니없이 단정해버린 내 오판이
또한 나를 잠시 행복하게 했던 거라고 떠올리고................
그래, 이 눈이 다 녹고 나면
털털거리는 내 고물 승용차를
경사가 가파른 집까지 끌어들이다가
굴헝에 처박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말고
저 아래 평지에다 주차시켜야겠다는 결심을
어렵게도 아주 어렵게도 하고-
이 아침과 마주 앉아서
아름다운 이 아침과 마주 앉았으므로
나도 아름다울 거라는 행복한 착각을 하면서-
여백
- 고중영 -
詩가 꼭 눈물 겨워야 하는 건 아니다 .
살구냄새 고운님의 이별같이
뜨거워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떨어지는 꽃잎 포르릉
딱히 까닭 없는 무궤적이면 좋은 것이고
남천강 물 속에 들어 앉아
시리게 더욱 시리게
몸을 닦는 별빛 같으면 더 좋은 것이다.
시가 꼭
깃털처럼 가벼워서만 좋은 건 아니다.
시가 꽃 사람을 짓누르는 운명같이
그렇게 무거워야만 좋은 것도 아니다.
한여름 밭갈이에 지쳐
잠뱅이 한쪽을 걷어부친 농부가
당산나무 아래서 배꼽을 드러낸 채 잠든
그런 정경을 그린 수채화면 좋은 것이고
아이에게 젖을 빨리는 첫 어미가
부러울 것 없단 듯 지긋이 내리 뜬 시선 끝에 매달린
젖몽실 만큼의 무게면 좋은 것이다.
청량산 기슭에 내리는 눈은
- 고중영 -
청량산 기슭 고사목 끌텅에 내리는 눈은
청정 하늘에서 가지고 오던 파란 색을
소나무 뾰족한 침엽에 찔러두고 내리고
청량산 그루터기 대숲에 내리는 눈은
하늘에서 가지고 오던 가지런한 노래 소리를
바람에 닦여 번쩍거리는 대나무 잎이나 허릴없이 쪼아보는
무명새 부리 끝에 던져두고 내리고
청량산 그루터기 텃밭에 내리는 눈은
말라 비틀어진 토란대궁 위 옹색한 잎파리
추울세라 추울세라 덮어주며 내린다.
그런 탓으로
청량산 그루터기에 내리는 눈은
색깔 없고
소리 없어
추억도 없지만
어쩌다가 산 노루 짧은 꼬랑지
까망빛 동공에 찔리면
어쩌지 못해 쓰러지기도 하고
잡목 뒤에 숨어 쓸쓸한 세상을 엿보기에 지친
청설모 눈썰미에 가슴을 베이고
철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오늘 청량산 그루터기 어느 곳 빈자리 없이
눈이 내리고
눈 위에는 비생산적이긴 하지만
"하얗다"가 쌓이고 또 쌓인다.
양양한 햇빛이 드는 툇마루에 좌정한 고중영 시인
그리운 풍경 샾
-고중영-
새벽은 날마다 제 가슴을 갈라
새로운 길을 내고
청죽들은 길을 옹립하여 양편으로 늘어서고
날아드는 새
달려가는 바람
날아와 잠시 머무는 시간
머물다 가는 짧은 영원 속
다소곳이 걸어오는 가랑비와
후회 없이 훌훌 떠나는 소나기와
언제나 눈을 내리깔고
옷깃을 단정하게 여민 눈송이들의
조신한 몸가짐에 감탄하면서
시린 무릎을 부비며 툇마루에 나앉아
그렇게 지나는 것들과
머무는 것들
또는 머물다 가는 것들을 보며
세상이 왜 있어야 하는지를 배우고
내가 왜 체념해야 하는지를 배우고
그리움에 시달리는 까닭을 배우며
툇마루에서 오늘도 나는
풍경을 위한 소품이 되어가는 것이다.
신화 , 내 어머니, 2
오듬하니 내려앉는
어스름이 곱다.
점심에 먹던 생선찌개
목에 걸린 가시가
타계하던 날 시점 위에
초침으로 박혀 있다.
어머니 근심어린 눈에
출렁이던 바닷물
폐 염전 구석에 고인 나날
소금기 더 짜지겠다.
신화, 내 어머니, 3
돌아앉은 뒷모습이 연하게 흔들리던 저녁
풀꽃처럼 피어나던 어머님의 기침 소리가
짓무른 내 노년의 바늘귀를 뚫고 나가더니
耳順의 희미한 창가에 앉아 달빛을 꿰맵니다.
아픔도 그만하면 예뻐진 흉터일 터
10년 치매 앓으실 때도 나만은 알아 보시고
귀가 하던 저녁이면 복사꽃을 피우실 때
틀니 뺀 흐물한 입속에 미소로 고이던
아 ! 그 꽃잎 같은 매무새를
가슴에 그리다가 빗나간 헛손질이
지상에 찍은 한 방울 부어오르는 삼복 더위가
어머님 자주 덧치던 땀띠 같아 보입니다.
신화, 내 어머니, 4
해마다 이 맘 때면 강 흐르고
절망같이 치받던 단칸방의 무더위를
오래된 선풍기로 식혀 드리고 있을 때
"아범아 팔 아프겠다, 이제 그만 돌리렴"
자식놈 걱정 밖에는
세상일 다 모르셨지요.
신화, 내 어머니, 5
귀퉁이 낡은 원고지 허다한 빈 칸을
사모곡으로 채우려다 겨우
"어머니" 세 글자 밖에 더는 못 쓰고
망연히 앉아 먼 곳을 보다가
새로짠 무명베 잿물에 바랜 한 폭을
원근법 잴 길 없는 허공에 걸어 놓고
웃으실 듯, 웃으실 듯,
끝내 울먹이며 돌아앉는 "어머니"를
눈으로 차마 못 읽고 가슴으로 읽습니다.
겨울나기
- 고중영 -
황촛불 바작바작 타고 있는
방에
내 그림자 버리고 왔습니다.
밖에 내리는 눈도
마음마저 벗어놓고 왔는지
그림자도 없이
하얀 백설(白雪)입니다.
눈부신 일념을 조심스레 집어
바지 주머니에 넣으니
그대여!
슬프고 따스한 내 겨울이
흑백 뢴트겐에 찍힙니다.
가끔씩 들려오는 새 소리를 빼곤 적막강산.
마음을 씻기에는 그야말로 최적의 조건이로고...
'休林'을 접수한 지구촌 젊은 나그네
◆ ◆ ◆
남덕유의 멋진 설경을 접수하겠노라 꼭두새벽 길을 나서
한참을 달려가고 있었는데, 뭔가 쬐끔 허전한 느낌.
아~~~ 차 ㅊㅊ @@@@
카메라 ~~~~~~~~
순간, 두 다리에 힘이 쭈욱 빠지면서,
열이 오른 이마에선 식은땀까지 배어나온다.
집 앞에 쌓인 눈을 뚫고 간신히 큰 길까지 나와서
엉금엉금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던 차 였는데....
집 앞 눈을 치운다고 허둥대다가 배낭만 둘러매고 캄을 그만 깜빡.
아무래도 인생을 정리할 때(?)가 가까워 온 듯 싶다.
도저히, 캄도 없이 남덕유의 상고대를 맨 눈으로만 담을 수는 없는 노릇.
차를 돌려 돌아오자니, 정말이지 환장에다 된장까지 해 버릴 지경.
남덕유 산신령께서 말리시는 것으로 알고 씩씩대며 돌아와
한동안 이불 속에서 뭉그적 거리다가 벌떡 일어나 청량산으로 달려갔다.
스페츠까지 두르고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길을 따라 찾아간 단풍숲.
아무도 가지않은 길을 따라 홀로 걷는 이 기쁨.
설경도 물론 좋았지만, 흰 눈 속에 피어난 정열의 붉은 동백은
환장 일보 직전이었던 이내 쓰린 속을 달래주는데 특효 약.
느긋하게 설경을 즐기고서 내려간 사하촌 칠성마을.
근자에 이 곳 청량산 자락 칠성마을에 서옥을 마련한
시인 白餘 고중영 선생을 찾아갔다.
무안 일로 태생으로 일찌기 문단에 발을 들여 놓으신 선생.
詩에서 부터 소설 그리고 전기에 이르기까지, 문필의 모든 장르를
섭렵하시는 공력 앞에선 그저 머리만 조아릴 뿐.
선생의 서옥을 나서는데, 다시 눈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내일, 다시 남덕유로 떠나볼까....
※ 고중영 선생의 근황은 다음 카페 "목포 나그네"
2009. 1. 11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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