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녀봉(930m) ~ 오도산(1067m) - 경남 거창. 합천 소재
* 2008. 2. 10 일요일.
* 가조면 음기마을 - 양물샘 - 눈썹바위 - 유방봉 - 문재산(893m) - 미녀봉 정상 - 오도재 - 오도산 - 오도재 - 수포대
* 산행거리 - 11.4km
* 산행시간 - 6 ~7시간
진안 휴계소에서 바라본 마이산 전경
음기마을에서 바라본 미녀봉
음기마을 언덕에 자리한 수령 550년 추정 소나무
(바로 옆의 블럭 건물은 제발 치워주었으면....)
가조마을 뒷편 미녀봉 들머리를 향하여...
솔숲을 지나...
굴참나무 아래에서 잠시 휴식
드디어 첫 번째 전망이 트이는 곳에 당도합니다
가조 들판과 저 멀리 보해산 전경
역시 가조 들판을 배경으로 오른쪽의 비계산과 왼쪽 멀리 의상봉과 장군봉
숙성산(898.9m) 전경
능선상의 선바위
오도산 전경
건너편의 비계산
미녀봉 정상에서..
지나와서 돌아본 미녀봉
왼편 제일 멀리 가야산
미녀봉과 오도산 사이, '오도재'
오도산 전경
미녀봉 하경
합천호
하산
모현정
(경북 문화재 자료 제346호) 경남 거창 가조면 도리 58번지
1898년(광무2년) 평촌공 최숙량을 기리기 위해 세운 건물
모현정과 수포대
양지촌에서 바라본 미녀봉과 오도산
귀로에 바라본 숫마이봉
귀로, 마이산 전경
“ 모두들 열한시 방향의 미녀를 주목 해 주시기 바랍니다.”
미녀봉에 오면 늘 한번씩 듣게 되는 예의 그 ‘미녀 형상 조합론‘
어디 어디가 이마요, 눈썹이요, 코, 입, 갸심.... ! .... ! .... ! ....
열심히 경청하던 이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다시 한번 열심히 산 능선을 훑어대더니 하시는 말씀.
“뭐야....! 뭐가 이마고 눈썹이고 유방이야? 이거 순 사기 아냐.”
미인봉 자락의 마을 이름조차도 숫제 ‘음기마을’ ‘양기마을’ 이란다. 산에 올라보면 더 가관이다.
여기도 양물바위요, 저기도 선바위에다 모두 다 거시기바위 일색이다.
모르긴 해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거시기하고 머시기한 이름으로 도배된 고을이 예 아닐런지.....?
음기(陰基)마을 입구에 적어놓은 마을 유래를 한 번 살펴보자면...
1506년 그러니까 병인 조선 11대 중종 초에 개척되었고, 마을 뒤 893m의 문재산(文裁山)이 있으며,
이목구비가 아름다운 처녀가 긴 머리를 풀고 누워있는 모양 이라 하여 미녀봉 이라한다.
라고 제법 점잖은 어투로 기록되어 있었다.
자연이 세월로 빚어놓은 모습이 원작이었다면, 상상력 풍부한 인간들이 오랜 세월 구전 각색을 거듭한 끝에
비로소 오늘날의 미녀봉 스토리 로 최종 낙착, 유포되기 시작하였으리라.
양물샘이면 어떻고 유방샘이면 또 어떤가. 이름도 거시기하고 야시시한 샘을 거쳐 숨이 다소 거칠어질 즈음
첫 번째로 트이는 조망대를 만나게 되는데 모두들 일제히 탄성이 터져 나온다.
다시 한 번 숨이 턱 끝에 차오를 즈음 드디어 미녀의 이마에 당도,
눈썹부터 시작하여 코와 입술을 거쳐 목으로 내려선 다음,
봉긋한 갸심에 밧줄을 당겨가며 오르내리자니 짜릿함에 정신이 다 혼미 할 지경이라.
땀까지 삐질삐질 솟아나면서 감탄을 쏟게 만드는 걸 보니
미녀봉 이란 타이틀이 괜한 허명이 아님을 각인시켜 주고 있었다.
순백의 겨울 드레스로 몸을 감싼 미녀봉, 곳곳에서의 조망은 또 어떠한가?
널따란 가조들판을 겹으로 감싸고 도는 기막히게 멋진 산들의 풍광에는
박수와 함께 전율을 넘어 거의 실신 할 지경이라.
미녀의 발치에 무심히 자리한 두무산.
미녀의 옆구리께에 자리하고 삼매에 든 오도산.
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줄 듯한 비계산.
도선의 오도를 저 멀리서 묵묵히 지켜봤을 의상봉.
넉넉한 무게감으로 서 있는 장군봉.
날카로운 창칼을 들고 가조를 수호하는 보해산.
오로지 그 감탄과 전율의 감동을 죄 글로 옮기지 못 하는 이내 필력에
그저 통탄을 금치 못 할 뿐........ !
문득, 정신을 수습하고 오른쪽으로 시선을 보내자니 백색의 싸늘한 철탑을 정수리에 꽂은 오도산이 우뚝하다.
컵라면 한 개를 목에 털어 넣고 일어나 오도재로 내려선 다음
된비알의 오도산 비탈을 치고 오르자니,
오도 비슷한 것이라도 하지 못 하고서는 오르기가 여간 버거운 상황이라.
허나 ‘고진감래’라는 야그는 전라도 말로 매갑씨 있는 게 아닌 법.
툭 터진 오도산에 오르니 그야말로 천하가 발아래다.
아래로는 지나온 미녀봉이 다소곳한 형상이요 저 멀리 남덕유에서 북덕유에 이르기까지가 한 붓에 그려진다.
가야산에서 단지봉과 수도산을 잇는 라인은 무심 그 자체요.
저 멀리 산 아래로는 반짝이는 합천호는 아련하기 그지없는데.
문득, 금강산의 감동을 주체치 못해 구룡폭에 몸을 던지려 했다는 호생관 ‘최북’을 떠올린다.
감동과 열정의 술꾼, 그자가 만약 이 자리에 있었다면
지금의 이 풍광을 보다 확실한 명작으로 담아낼 수 있지는 않았을까!
그 옛날 도선국사는 이 오도산에서 확철대오, 물경 칠일간이나 꿈쩍 하지 아니하고 삼매에 들었다던가?
그만큼 수승하고 범상치 않은 산세를 갖고 있는 오도산 일진데
정수리에 꽂힌 철탑은 마치 불화로를 이고 있는 것처럼 뜨겁게 느껴져 한없이 안쓰러울 뿐이었다.
까마득한 시절에 올랐던 오도산을 추억하면서
이제 그만 사방팔방으로 보냈던 감동의 시선을 거두고 오도재로 다시 내려선다.
계곡 얼음 아래를 흐르는 물소리에선 봄을 예감할 수 있었고
투명한 얼음의 반짝임에선 차라리 따뜻한 기운까지 느낄 수 있었던 오늘.
정겨운 산벗들과 함께하자니 산사랑은 더욱 깊어지고
날이 갈수록 아름다움의 두께를 더 할 수 있으니 이 아니 유쾌하고 즐겁지 않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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