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명산(佛明山) 480m
* 2008. 2. 10 일요일
* 전북 완주군 경천면 가천리
* 화암사 주차장 - 협곡 - 화암사 우화루 앞 들머리 - 정상 - 시루봉 쪽 안부 - 화암사 뒷편으로 하산
* 약 5 km . 3 시간 소요
입춘 하루 전 날
진즉부터 마음에 담아 두었던 절 하나를 찾아가는 길 입니다.
불명산 (佛明山)화암사(花巖寺) 우화루 전경 (보물 662호)
우화(雨花)라.....
그 심오한 뜻은 일단 제껴놓고서라도
저 누각에 올라 봄 날 매화나 복사꽃에 내리는 꽃비라도 감상 할라치면
한 소식이니 오도니 하는 것 쯤이야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절을 향하는데 처음엔 여느 절과 다를게 없는 평범한 모습이다.
허나, 길은 점점 양쪽이 단애로 이루어진 협곡사이로 이어지고 있었는데 가만보니
만약 비라도 쏟아질 양 이면 절을 오르내리긴 틀렸을게고 당연히 완전한 속세와의 별리라...
그렇다면.
죽어라 공부나 해댈 수 밖에.....?
그렇게 열심히 공부 하는 스님네들께 눈요기라도 시켜주는걸까?
길 옆의 느티나무 뿌리가 너무나 야시시한 포즈를 취해 주고 있었습니다.
협곡이 끝나고 거대한 절벽이 막아서는 지점에 비룡폭이라 이름한 멋들어진 광경과 마주합니다.
수량이 많으면 정말 용이 춤이라도 추어 댈 것만 같은 저 아름다운 폭포 위쪽으로
엄청스런 철계단이 절벽을 따라 절로 이어지고 있었는데
도대체 어떤 인간이 저토록 용렬한 짓거리를 해 댔을까 혀를 차게됩니다.
나중에 어디선가 들은 애긴데, 팔십년대 초 라던가?
완주 군수가 이 곳을 찾아왔다가 미끄러져 크게 다친 일이 있었고 그 후로 저런
우악스러운 철제 괴물을 설치하게 되었다는데, 마치 못 볼것이라도 본 양,
심사가 뒤틀리고 맙니다.
화암사의 예찬엔 여러 것 들이 있는데 그 중 너무나 잘 알려진 시 한 편을 소개하자면
화암사 내사랑
- 안도현 -
人間世 바깥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미워하는지 턱 돌아앉아
곁눈질 한번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화암사를 찾아가기로 하였습니다
세상한테 쫓기어 산속으로 도망가는 게 아니라
마음이 이끄는 길로 가고 싶었습니다
계곡이 나오면 외나무 다리가 되고
벼랑이 막아서면 허리를 낮추었습니다
마을의 흙먼지를 잊어먹을 때까지 걸으니까
산은 슬쩍, 풍경의 한 귀퉁이를 보여주었습니다
구름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아예 구름 속에 주춧돌을 놓은
잘 늙은 절 한 채…
편액의 글자가 하나 하나씩 떼어져 걸려있는 극락전(보물 663호)
"잘 늙은 절" 이라는 표현이 너무나도 절묘하게 다가오는 화암사 ㅁ자 경내
너무나도 특이한 양식의 극락전 공포, 한 마디로 처마를 더 길게 뺄 수 있는 형식의 공포라 들었습니다.
극락전의 공포에서는 하앙 단부의 처리와 주두(柱頭)의 형태에서
정면성(正面性)이 강조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전면에서는 하앙 끝을 용의 몸체와 다리 형태로 투각하였고
후면에서는 뾰족하게 깎아 정면이 부각되도록 하였으며,
공간포의 주두는 후면의 것과 달리 하엽(荷葉) 형태로 깎아 장식성을 더하였다.
내부에는 대들보에 의지하지 않고 구조체와 독립된 불단(佛壇)을 만들어
중앙에 아미타여래(阿彌陀如來)를 봉안하고
좌우에 대세지(大勢至)와 관음보살(觀音菩薩)을 협시로 모셨다.
불단 위에는 아(亞)자형 물림닫집을 설치하여 장엄을 더하였는데
헛기둥과 화려한 공포대, 운룡(雲龍) 등의 장식으로 천궁(天宮)의 모습을 형상화하였다.
가구는 5량 구조이나 중앙부에서 하앙 구조를 이용하여 종보(宗樑)를 생략한 수법은 매우 독특하다.
천장은 가운데가 높고 앞뒤쪽이 약간 낮은 층급반자(層級盤子)인데
중앙부 불단 위에는 소란(小欄)을 꽃모양으로 화려하게 장식하였다.
(옮긴 글)
우화루 기둥에 내 걸린 너무나 자연스럽고 멋스러운 목탁.
화암사의 그 어떤 보물에 앞서는
오늘 내가 본 중에서 최고의 문화재요 걸작이었습니다.
화암사 후원
봄 날
담장 아래의 저 매화가 행여 암향이라도 흩뿌릴 양 이면,
저 부도의 주인공께서
혹
.
.
.
이곳을 극락이라 여기시고 환생이나 하지 않을런지....!
우화루 옆 벽면 풍경
어떤 것이 낙서이고 어느 것이 정서인지 부처께 물었으나 묵묵부답......
답을 구하려면 산을 올라야 하는 법....
일단 대충 경내를 훑고나서 바로 건너편의 불명산 들머리로 붙습니다
산을 오르면서 돌아보니 거기 단아한 화암사가.....
금남정맥의 마루금이 눈 앞에 다가옵니다
갑자기 눈보라가 몰려오기도 하는 변화무쌍한 산행길입니다.
언제 걸어도 푹신해서 기분 좋은 이름하여 '산꾼 축복로'
이윽고 불명산 정상의 봉수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정상의 암릉
대구의 어떤이가 걸어놓았다는 정상표지판 앞에서
내달리는 금남정맥
그 해 겨울, 오늘 태어났다는 상제의 딸, 장선녀니~~임
무릎이 시원찮아 엉거주춤?
겨울에 태어난 아름다운 당신
생일축하합니다, 당신의 생일을...
해피버스데이 투유~~ 해피버스데이 투유~~
맑은 날이었다면 저 건너 천등산 조망이 환상일텐데, 아쉽습니다.
시루봉 못미친 지점의 안부에서 화암사 뒷편 편백숲으로 하산하였습니다
요사채 건너편, 화암사 중창비로 오르는 계단
화암사 중창비 (전북 유형문화재 제94호)
화암사의 중창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비로,
1441년(조선 세종 23)에 성달생(成達生, 1376-1444)이 비문(碑文)을 짓고
1572년(선조 5)에 세운 것이다.
비석의 규모는 높이 130cm, 넓이 52cm, 두께 11cm로
앞ㆍ뒷면에 모두 해서체로 된 894자가 쓰여 있는데
상당부분의 글씨가 마멸되어 완전한 해독이 불가능하다.
비는 넓은 사각받침 위로 비신을 세웠는데 비문의 내용을 보면,
신라시대에 원효ㆍ의상대사가 중국에서 귀국 후 이곳에 사찰을 짓고 주석하였고,
선 태종 17년(1417)에 평안도 관찰사로 부임했던
성달생이 원찰을 짓고자 터를 찾아다니던 중
당시 터만 남아 있던 이곳에 절을 중건했다는 것이다.
또한 화암사 앞에는 의상대사가 서역에서 가지고 온
전단향목(栴檀香木)의 씨를 심어 기른 전단목(栴檀木)이 있었는데,
이것이 중국에까지 알려져 중국에서 사신을 보내 옮겨가 궁전 뜰에 심게 되었다는 것에서
암사의 절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더불어 원효ㆍ의상대사와 성상국(成相國) 등의 뜻을 받아 보수하고
잘 지키라는 당부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옮겨온 글)
화암사 중창비에 따르면,
능히 만 마리의 말을 가둘 수 있다는 협곡이라 기록되어 있다는데....
마지막으로 절을 나서는데 화암사의 백구가 배웅을 나옵니다.
화암사 중창비에 기록되어 있는 절벽에 나 있는 옛길,
너무나도 운치있고 한 마디로 절집에 이르는 길 중에서 최고였습니다.
*** 중창비문 중, 길에 관한 내용을 잠시 소개하자면 ***
바위 벼랑의 허리에 너비 한 자 정도의 가느다란 길이 있어
그 벼랑을 타고 들어가면 이 절에 이른다.
골짜기는 가히 만 마리 말을 갈무리 할 만큼 넓고
바위가 기묘하고 나무는 늙어 깊고도 깊은 성이다.
참으로 하늘이 만든 것이요 땅이 감추어 둔 도인의 복된 땅이다.
요즘 어디가서 적막한 절이나 단아한 절을 찾는다고 하면
그건 세상 물정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타박을 받을 터.
그만큼 큰 절, 작은 절 할 것없이 부산스럽고 번잡 해 졌다는 애기.
이런 저런 답사의 요소 중에서도 내가 가장 관심을 두는 대목은
사찰의 건축이나 문화재도 아니요,
깨쳤다는 자 들에 대한 경외심도 아니요
다름아닌
절집에 이르는 길의 분위기 섭렵이라 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완주 화암사의 협곡 길과 절벽 단애에 나 있는 옛길은
내 취향을 이백퍼센트 만족시켜 준다 할 것이다.
허나, 어디 세상이 내 취향대로만 남아있을 것인가...?
도대체 어떻게 이 협곡으로 자재를 운반하여 절을 지었을까?
궁금증은 산에 올라보니 자연 풀리고 말았다.
흉칙한 도로가 산자락을 휘감아 절에 이르고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옛길을 지금까지 고수 할 턱이 있나.....!
절벽을 타고 오르내리는 옛길 부터 시작하여
광폭한 모습의 철제 계단길과
앞서 애기한 흉칙한 임도에 이르기까지
물경 서너 갈래의 길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인생은 길이다.
어느 길을 갈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있다.
목탁도 못 치고 배코는 더더욱 못치는 주제지만
그래도 나는 절에 이르는 길이 너무너무 좋다
절 끝에는 언제나 산으로 오르는 길이 있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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