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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산행·여행·풍경

백학(白鶴)이 나래를 펴니 송학(松鶴)이 날아오르고..

 

 

 

장성호반에 떼를 지어 유유히 떠다니는 철새 무리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그만 시선을 거두고 백암산으로..

 

 

 

 

한 줄기 불법(佛法)이 쏟아진다는 백암산 일광정(日光亭) 을 지나

 

 

 

 

백암산 12경 중의 하나라는 쌍계루에 다다릅니다

 

수 많은 시인묵객들이 이 쌍계루의 정취에 감흥하여 저마다 �어댄 시가 산더미를 이룬다고. 

현재까지 남아있는 시의 숫자만 자그만치 126편에 달한다는데

 

그 중,고려말의 정포은이 이 곳을 찾아 지었다는 시 한 수를 소개 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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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써달라는 백암사 스님 대하고 보니

 

붓 잡고 생각에 잠겨도 능히 �지 못 해 부끄럽구나

 

淸ㅇ는 누각을 세워 처음으로 이름 날렸고

 

목옹(李穡)은 記를 지어 누의 聲價 높였네

 

노을 빛 아득하매 저무는 산이 붉게 물들고

 

달빛 아래 배회하니 가을 물이 맑구나

 

오랫동안 인간세상에서 시달렸으니

 

어느 날 옷을 떨치고 자네와 함께 올라 볼까

 

 

 

 

 

백두대간이 남으로 뻗어 호남정맥으로 가지를 치다 마치 학이 날개를 편 모습으로

백양사를 감싸안으며 솟은 학바위

 

정토사(백양사의 옛이름)대웅전 처마 끝에 내 걸린 풍경 소리에 백암산의  백학이 잠에서 깨어나려니....

 

 

 

 

백학봉을 오르려면 자연 백학의 나래 속으로 접어들 수 밖에....

 

 

 

 

백학의 가슴께에 자리한다는 약사암의 해우소가

마치 근심이라도 풀어줄 양,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고

 

 

 

 

 

도대체 무슨 소린지 알 길 없는 염불이 끊임없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고요하고 적막한 산중에 무신넘의 확성기란 말인가?

 

신세대 스님네들은 염불도 스테레오의 힘을 빌려야 신도들의 주머니가 쉬 열린다는 사실을 기 간파 하신듯....!

 

 

 

 

수행자의 마음이 맑아야 저 아래 저잣거리도 맑게 눈에 들어올텐데.....

온통 뿌연헌것이 당췌 ......??@^&*~~~@?@?

 

 

 

 

 

영천굴

 

내 어릴적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던 영천굴의 전설따라 삼천리를 여기 풀어 놓자면....

 

저 굴 제일 깊은 안쪽에선 수행자에게 꼭 필요할 만큼의 식량이 나오고 있었다는데

어느 날 손님이 찾아들었으니 당연히 양식이 더 필요해졌겄다.

해서, 더 좀 나오라고 부지깽이로 쑤셔댔더니 쌀은 안 나오고 벌건 피가 흘러나왔다나 어쨋다나?

 

아닌게 아니라,  지금처럼 굴 내부를 시멘트로 범벅을 해서 법당으로 꾸미기 전에는 맨 안쪽

석간수가  흘러나오던 지점의 바위 색깔이 온통 벌건 색이었음을 지금도 똑똑히 기억합니다.

 

 

 

 

그리고 이 영천굴에 다다르기 위해선 지금의 약사암 법당 옆 절벽 틈새를 가로질러

 굴 앞쪽의 저 바위 틈으로 들랑거렸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건너편 바위 틈새, 저 소나무의 질긴 생명력엔 늘 감탄하곤 합니다

 

 

 

 

학바위 여기 저기엔 기막힌 모습의 소나무들이 자리하고 있지요

 

 

 

 

 

 

 

 

학바위 꼭대기 바로 아래쪽엔 마치 변산 의상봉 진표율사의 "불사의방"을 연상시키는 공간이

자리하고 있는데, 꼭 한번 들어가보고 싶어 오늘도 시도해 보다 너무 위험해서 그만 돌아서고 말았습니다.

 

 

 

 

백학의 정수리엔 기막힌 모습의 송학이 한 그루 나래를 펴고  속세를 관조하고 있습죠.

 

거기에 웬 찌깐(?) 학이 끼어들어 건너편의 가인봉 조망삼매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 하데요.

 

 

 

 

 

변산의 월명암과 더불어 남한 제일의 기도처라는 '운문암'이 사자봉과 상왕봉 자락 품 안에 안겨 눈에 들어옵니다

 

 

 

 

백학의 정수리에 올라 내려다 본 큰 절 백양사

 

 

 

 

 

백학봉의 정수리에도 어김없이 소나무가....

 

 

 

 

겨울 서정

 

 

 

 

명당이란 소문이 자자하여 지관들의 필수 답사처라는 김성수 부인의 묘를 지나

하산길로 접어듭니다.

 

 

 

 

 

 

내일 모레가 대한(大寒) 이런만  얼음장 아래선 봄이 기지개를 펴는 듯...

 

 

 

 

 

 

 

 

불사리탑

 

석가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8층 석탑으로 백양사 대웅전 뒤쪽에 서 있다.

원래 백용성 선사가 모시고 있던 것을 1924년 송만암 선사가 백양사 중창불사를 하면서 봉안 했다고한다.

탑의 오른쪽엔 추사체를 집자한 불사리탑비가 서 있는데  탑을 세운 연기를 기록하고 있다.

 

내용은 송만암 스님이 지었고 높이는 176cm 인데 원래는 탑의 바로 앞쪽에 서 있었다고,

그런데 워낙 마모가 심해 얼마 안가서 다시 새겨서 세웠다는데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왜냐하면 이 비를 처음 세운 것이 1924년이고 비석 좌측의 기록엔 1934년으로 되어있는데 불과 10년 사이에

그리 훼손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비문 내용의 맨 마지막은 "천고만고(千古萬古)토록 그 사람 얻으리"로 맺고있다.

 

 

 

 

 

경내의 찻방 앞에 놓인 도자기 속에서 

마치 방금 전에 보고 온 백양사의 수 백년 묵은 고불매(古佛梅)가 피어나는 듯.......

 

 

 

 

 

 

 

도무지, 햇볕일랑 기대치 말아야 할 표정의 토요일.

 

날씨가 찌뿌리고 있다고 나까지 덩달아 인상 쓸 필요는 없는 일

 

주섬주섬 행장을 꾸려 백학, 송학을 친견하러 백암산을 찾는다.

 

 

언제고 내 마음 속 고향으로 영원히 남아있을 백암산.

 

 

일광정을 지나면서 길 양 옆으로 도열한 굴참나무 거목에 시선을 얹노라니

 

곧장 어릴적 추억 속으로 직행하면서 입가에 배시시 웃음이 번진다.

 

딱지치기에서 따 모은 성과물(?)을 저 큰 나무 위로 올려다 숨겨 놓았던 일 등등...

 

 

사시장철 언제고 아무때고 찾아와도 전혀 낯 설지 않고 정겹기만한 백암산.

 

그 중 최고로 꼽는 경치는 단연 설경이 아닐까?

 

허나 오늘은 겨울의 한 가운데에 와 있지만 눈 욕심일랑 접어야 할 듯.

 

 

산에 올라보니 그간 얼어 붙었던 고드름이 여기저기서 녹아 떨어지고 있었는데

 

마치 겨울의 끝자락을 보는 듯.

 

산객들의 소음일랑 전혀 걱정없이 호젓하고 한적하게 산을 오를 수 있었으니

 

 

그렇다면 오늘의 이른바  백암산의 백학 송학 친견 산행은

 

한마디로 백점 만점의 만족 산행이라 할 수 있을 터.

 

나도몰래 입 속에선 "사철가"가 자연스레 읊조려지나니....

 

 

이산, 저산 고드름이 녹아내리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

 

 

 

*  2008, 1, 19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