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2-04 22:12
촉촉한 바위와 그 아래의 쌓인 낙엽에서는 봄의 따스함이 기지개를 펴는 듯....! 2007, 2, 4 일요일 - 입춘- * 전남 장성 소재, 가인봉 - 사자봉 - 하곡동 - 남창골 - 6시간30분 소요 - * 삼인산님, 공명님,첨단산인님, 산골소녀님, 게스트 한분 |
가인봉에서의 장성호 조망
약수리 쪽으로 이어지는 능선 |
바로 앞의 도집봉과 그 다음은 학바위, 저 멀리로는 추월산 라인 |
눈과 얼음에 쌓인 몽계폭포,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는 일제히 봄을 합창하고 있었습니다.
가인봉을 오르기 위해 남창골 입구에 자리한 할렐루야 기도원에 들어선다. 예전엔 볼 수 없었던 대형 철재 헌금함이 육중한 모습으로 보초를 서고 있는 들머리를 지나 꼭, 개집을 연상 시키는 철재로 만든, 소위 1인 기도실이 산자락 여기저기 늘어선 모습 사이를 지난다. 헌데, 그 철재 박스의 숫자가 예전에 비해 약간 늘었다. 어떤 형태의 기도원 인가는 몰라도 소위 그들이 추앙하는 신이 다소 피곤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유인즉, 저 작은 철재 박스 속에서 일제히 미�니다를 절규하며 외쳐대는 자 들을 골고루 찾아 그 들의 소원을 들어주려면 여간 부지런하지 않고서는 어림없으리라는 지극히 통속적인 생각(?)에서다. 경사가 심한 가인봉 정상, 양 바위 사이 안부에 올라보니 북쪽 사면엔 올 해도 어김없이 눈이 많이 쌓여 있는 모습이다. 안테나가 눈에 거슬리는 암봉에 올라 먼저 장성호 물빛부터 살피고, 산 아래쪽에 하얀 띠구름을 두른 무등산부터 시작하여 눈에 들어오는 모든 익숙한 산들을 차례로 짚어 나간다. 사자봉을 향하는 능선을 타기 시작하는데 쌓여있는 눈의 양이 상당하다. 스페츠를 꺼내어 착용하고 앞서간 토끼 발자국을 따라가기 시작하는데 몹시 더디기만 하다. 입춘 훈풍이란 이런 것인가? 너무나 따사로운 햇살에 땀을 죽죽 쏟아가며 사자봉에 당도, 눈을 발로 다져서 식사할 공간을 확보한 다음 중식을 든다. 이어서 하곡동으로 내려서는데, 평년에 비해선 그래도 쌓인 눈의 양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고로쇠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하느라 산 속 여기저기에 늘어놓은 호스가 별로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하는 가운데 어느덧 몽계폭포에 다다른다. 일행 모두 폭포의 모습을 사진에 담느라 정신이 없다. 설마 이 정도 물줄기가 흐르리라곤 미처 예상을 못했다. 흰 눈과 얼음, 그리고 쏟아지는 물줄기, 폭포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 속 어지러운 생각들이 어느새 사라져 버림을 우리는 종종 경험한다. 이 몽계폭포는 조선 선조 때의 인물인 하곡 정운용이 소요했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곡(霞谷)은 회재 박광옥을 사사하고 18세에 향시에 합격 했으나 벼슬에 나가지 않고 오로지 학문에만 전념했다한다. 고봉 기대승 문하에 들어가 공부를 했을 때도 매우 찬사를 들었다고 전해진다. 정 송강과도 교분이 두터웠으며, 정여립과도 교우했으나 후에 절교했다고 전해지고, 임란 때는 장성 남문에 의병청을 만들고 각지에서 수 많은 왜적과 싸워 큰 성과를 거둔 인물이기도 하다. 장성군 서삼면의 모암서원에 배향되어있다. 겨울가뭄으로 각종 폭포가 거의 다 말라버린 요즈음, 별 기대 없이 찾아든 이곳 몽계폭포는 그런대로 수량을 유지하며 폭포의 면모를 잃지 않고 있었다. 계곡 끝자락에 위치한 남경산 기도원을 지나는데 계곡 어디선가 절절한 여인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호기심에 다가가보니 무슨 노래인지 기도인지 모를 내용들을 쏟아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하도 진지해 보이고 또한 수려한 계곡 풍경 덕인지 몰라도 기돗빨 효험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계곡을 벗어나 남창골에 내려선다. 이곳 남창골 자하동이란 골짜기는 평생을 성리학설 연구와 후진양성에 매진한 자하 변경윤(紫霞 邊慶胤)이 은거한 곳이기도 한데 그는 조선 선조때 화차를 발명하여 행주산성 전투에서 크게 승리하게 한 망암 변이중의 첫째 아들이기도 하다. 봄이 가까워져서 일까? 어쩐지 산의 모습이 많이 부드러워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비록 산정엔 많은 눈이 쌓여있었으나 추위를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그야말로 너무나 따사롭고 여유 있었던 오늘, 입춘이라는 절기에 꼭 어울리는 멋진 산행을 마무리하고 남창골을 서서히 빠져 나온다. |
첨단산인 연이틀 이어진 봄맞이 산책길 봄을 느끼지 않으려 해도
벌써부터 불어오는 훈풍에 졸리움조차 함께 했던 아늑한날 그래도 가는 겨울은 봄을 시샘하여 사자봉 하산길은 눈을 쌓아두었고 풀린 얼음물에 몽계폭포는 용틀임을 하는데 멋진 하루의 풍경이었습니다. |
2007-02-05 08:23: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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