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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산행·여행·풍경

2006 가을 그 붉음에 대한 마지막 단상

2006-11-22 21:17

 음력 시월스무이틀 소설날에 찾은 청량산(문수산) 단풍 숲

 

 

 

 

 

 

 

 

 

 

 

 

 

 

 

 

 

 

 

2006년 가을이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단풍의 아름다움에 대한 철학적 고찰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붉음에 대한 마지막 단상쯤은 남겨야 하지 않겠는가?  

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청량산 문수사 일주문에 들어섭니다.

항시 느끼는 바지만, 절 입구에 이르기까진 별 특징 없는 길로 이어지다가 언덕을 오르고 나면 갑자기 화려한 별천지에라도 온 양,

앙증맞고 검붉은 애기단풍의 모습이 마치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토해놓은 듯한 느낌으로 객을 맞아줍니다.

양 옆으로 울창한 서어나무와 단풍을 도열시킨 운치 만점의 문수사에 이르는 숲길.

예전의 흙 길이 그대로 남아있다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다가오는 가운데 천천히 고목으로 이루어진 단풍 숲에 다가섭니다.
평일이어서인지 아니면 흐리고 냉냉한 날씨 때문인지 나 말고는 전혀 사람 그림자가 보이지 않으니 호젓하게 감상하는 데는

그야말로 제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단풍 숲에서 가장 수령이 오래된 몇 그루에 집중적으로 시선을 보내는데, 아뿔사.....!
그토록 찬란한 붉음을 고대했건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초록에서 붉음으로 곧바로 이어져야 하거늘, 초록에서 힘이 다 했는지 붉음으로 가지 못하고 그만 황색에서 머물고 말았구나.

올 여름이 너무 길었고 가을 가뭄이 너무 가혹해서일까? 너무나도 안타까운 모습에 그만 시선을 돌리고 맙니다.

발걸음을 옮겨 부도 밭으로 이동, 붉음이 아닌 노랗고 산뜻한 은행잎에서 차라리 위안을 얻어 봅니다.
그 부도 밭 앞쪽으론 붉은 단풍의 잔해가 벌써 수북 합니다.

해탈에 이르러 껍데기를 벗어버리고 영원한 대 자유인으로 돌아간 수행자,
그의 남겨진 육신을 태워 얻어지는 사리를 안치한다는 부도가   붉음의 잔치를 마악 끝내고 땅에 나뒹구는 낙엽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만추의그림자를 길게 드리운체 서 있었습니다.  

그 수북한 낙엽과 부도의 긴 그림자를 번갈아 보면서 2006년 가을, 그 붉음에 대한 나의 단상도 이쯤에서 종지부를 찍으려 합니다.












 
 
 
명경헌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소개해 주신 청량산 문수사도 정말 대단한 곳이더군요.
아내는 그저 탄성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수령이 3~400년 되는 애기단풍님들이 그곳에서 은거하고 계시는 줄...
예전에는 미처 몰랐었는데 김선생님 덕분에 새로운 산친구님들이 생겨 기쁩니다.
초봄에 새록새록 녹색 애기닢으로 나투일 때 또 찾아 보면서 내년 가을까지
친구들을 지켜볼 요량입니다.
세심원의 변선생님도 계시니 그곳에 가서 다담도 나누고 단이와 풍이도 보고...
여러모로 무등산닷컴을 알게 되어 감사 드립니다.
2006-11-22
23:49:50
 
 
 
폭탄
청량산 문수사 가는길 좀 갈케 주이소~~~~
2006-11-23
0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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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사랑
입동, 소설도 지나고 곧 대설인데
문수사 단풍 숲 풍경은 이제야 가을의 절정을 달리고 있네요.
요즘 월동 준비 때문에 바쁘시죠?
자주 갈 수 없는 곳인데 형님 덕분에 편안하게 감상하고 갑니다.
2006-11-23
09:20:17
 
 
 
김환기
폭탄님
문수사엔 진즉에 폭탄이 터지고 그 잔재만 나뒹굴고 있답니다.
차라리 하얀눈이 천지를 뒤덮어 고요함이 절정일라치면 제가 기별을 드리겠습니다.
힌 눈과 미녀군단, 그 미녀군단을 이끄는 웬 새까만 아자씨......
어떻습니까? 그럴듯한 그림이 연상되시나요 ~!@#$%^^^^^
2006-11-23
23:4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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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여백
김환기 선생님 그동안 안녕하신지요..
언제 들려도 아주 편안한 이곳이 좋습니다..
문수사에 작년에 다녀왔었는데....부도가는길목이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동백이 필때쯤 혼자 산책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400년 단풍이 있는줄 몰랐었는데.. 문수사 오르막 옆에 있는 나무가
맞는지 모르겠네요...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늘 건강 하시길 ..
2006-11-25
13:5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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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작은여백님
이렇게 잊지않고 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습니다. 절로 올라가는 왼편 계곡에 서 있는 굵은 둥치의 애기단풍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단풍 군락이랍니다.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닷컴의 가족들과 함께 산행 한번 하시죠.
언제나 좋은 일 들만 가득하시길......
2006-11-25
22: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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