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지구에 당도합니다
동쪽의 울산을 향하는 차 안에서 기억을 더듬어 본다. 도대체 내가 얼마만에 신불산을 찾는 걸까?.......... 확실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 걸로 봐서 오래되긴 오래됐나보다.
백두대간 등뼈 마지막 부분에 1,000m 급으로 솟구친 소위 영남 알프스라 지칭하는 산군. 큰 형님 격인 가지산을 비롯, 신불, 취서(영축), 간월, 고현, 재약, 운문산 등, 모두 돌아보는 데만 약 2박3일정도 소요되지 않을까?
아직도 모조리 한꺼번에 돌아보지 못한 장쾌한 산군들 중에서 오늘은 그 억새 평원의 아름다움으로 명성이 자자한 신불평원을 오르기로 한다. 비록, 시효가 한참 지나버렸지만 말라버린 잎새에서라도 은빛으로 출렁대던 그 느낌을 받아 보리라.
가천리에서 출발, 바짝 말라버린 계곡을 따라 즐거운 담소를 나누며 한동안 땀을 쏟으니 신불재 샘터에 이른다. 대나무를 엮어 샘터 주위 울타리를 설치한 점은 누구의 아이디어 인지 대단히 칭찬 받을 훌륭한 작품이라는 느낌이었다, 반면 바로 옆의 신불산 대피소라 써 붙여놓은 저 괴상한 용처 불명의 오두막이 아주아주 고약한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도대체 연유를 알 수 없었다.
설치 한지가 그리 오래되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나무 데크가 신불재까지 계속 이어져 마지막에는 꽤 넓은 면적의 데크로 마무릴 지어놓았는데, 자칫 밋밋할 뻔한 풍광에 오히려 멋진 포인트가 되 주지 않나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그 나무 데크위에서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쪽과 신불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평원의 빛바래고 키 작은 억새의 말라버린 모습이나마 감탄을 해 대며 감상한 연 후 아르꼬르를 반찬 삼아 몇 숟갈의 밥으로 빠져나간 운기를 다시 채워 담는다.
신불재를 타고 넘는 상쾌한 바람으로 땀을 식힌 후, 다시 신불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영축산에서 신불산과 간월산으로 이어지는 코스가 가장 일반적이겠으나 산 아래에 도착해서 오르기 시작한 시점이 벌써 오전 열한시가 넘으니 여유있는 산행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코스를 짧게 선택할 수밖에 별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것도 산행을 좀 더 빨리 진행시켜 달라고 독촉을 해 대고서의 말이다.
신불산 정상에 올라보니 선두는 진즉에 사라지고 경향 각지에서 몰려든 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 원래 산악회가 제시한 코스는 이 곳 정상에서 소위 신불공룡능선으로 해서 등억 온천지구로 하산하는 거였다. 하지만 난 그럴 생각이 없고 저 앞의 간월산으로 해서 간월공룡능선으로 하산 할 생각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진 거의 제일 꼴찌로 카메라에 풍경을 담고 서서히 올라왔지만 여기서 부터는 속력을 내어야 할 것이다.
바삐 간월제를 향 하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그만 속력을 줄이지 않을 수 없었다.
“ 옵빠, 천천히 갑시당.....” 김기사, 천천히 운전해~~~요~~~~용~~~“
원래 코맹맹이 말투가 들려오면 대책이 서지 않는 게 바로 나 아닌가??~~~~!! 에이 모르겠다! 내가 무슨 간월산까지 진행 해야만 될 역사적 사명을 띤 것도 아니요, 공룡의 등뼈를 꼬~~옥 밟아야만 되는 숙제가 있는 것도 아닌 바에야 미녀집단의 전속 사진사 노릇도 괜찮은 선택(?)일러니.................
간월제를 가로지르는 엄청난 흉터의 임도엔 차량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데 썩 좋아 보이진 않는다. 구름이 몰려왔다 몰려가는 품새 속에, 역시 데크를 설치해 놓은 간월제에 닿는다. 모두들 여기서 그만 전진을 멈추고 따뜻한 온천물에 뛰어들자는 의견이 대세인 것 같다. 나 역시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결정을 내렸다면 신속히 하산해야 하는 법.
빠른 걸음으로 등억온천으로 내려서 개운하고 뽀송뽀송한 몸을 만든 후, 저녁 식사와 함께 하산주로 마무리를 짓고 차에 오른다. 그런데 오늘 산행에서 흘린 땀보다 더 많은 양의 땀을 차 속에서 흘리게 될 줄을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
귀로의 버스 통로엔 디스코라 이름 붙여진 엄청나게 땀을 흘려야만 되는 산이 기다리고 있었고 별 수 없이 일행 모두는 죽을힘을 다 해 그 산을 오르고야 말았던 것이다.
누군가의 재담에 오늘의 피로가 말끔하게 풀리는 느낌이다.
“ 기껏 온천을 시켜놓고 요로꼬롬 땀을 빼 뻔져야 쓰것능가?~!@#$%^&******”
집에 돌아와 별 수 없이 다시 한번 물을 뒤집어쓴다.
아침에 한 벌, 온천을 끝내고 한 벌, 집에 돌아와 다시 한 벌....... . , , , ,
빨래 해 줄 사람도 없는 주제에 겁도 없이 너무 많은 빨랫감만 늘어놓은 하루였구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