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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산행·여행·풍경

자연성릉을 오르내린 계룡산의 가을

2006-10-16 11:38

 

충남 계룡산 갑사에 들어서며...........

* 갑사 - 연천봉 - 관음봉 - 자연성릉 - 삼불봉 - 남매탑 - 동학사
* 2006, 10, 15 일요일 - 산악회와 함께 -
* 카페오픈님, 공명님, 첨단산인님, 산골녀님


 

갑사지구 상가 앞의 삐끼(?) 선글라스 견공

 갑사에선 무슨 시화전인지가 열리고 있는듯..........

 

계룡산을 누르는 거대한 철탑이 눈을 거슬리는 가운데

 

단풍은 채 들기도 전에 모조리 말라 비틀어지고 있었습니다

 

능선에 당도합니다

 

 

 

 

 

 

자연성릉이 눈앞에...........

 

 

 

 

 

 

 

 
이런 모습을 메주꽃님은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오뉘탑

 

 

 

동학사에 들어서며

 

 

 

 

먹물을 좀 먹었다는 치 들이 내놓은 올 가을 전망은 이랬었다.

"강수량이 어떻고, 일기가 어떻고 하여 지난 그 어느 해 가을보다 고운 단풍이 들 것이 확실합니다."  

먹물의 농담(濃曇) 여하에 따라 모든 게 좌우되는 것이 세상 이치의 전부가 아님을 이 가을 산정에서
또 한번 절절히 느끼게 된다.
저 윗녘 설악에서, 오늘의 계룡산에 이르기까지 제 색깔로 단장한 단풍을 단 한그루도 보질 못 했다면
할 말 다한 기상 전망이 아니겠는가?

계룡산행 들머리로 삼은 갑사를 들어서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고운 단풍을 찾아보건만
곧바로 틀렸음을 직감한다.
모든 이파리 들이 제 색깔을 내기도 전에 메마른 기상 조건에다 연일 계속되는 자욱한 운무로 인해
모두 다 말라비틀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갑사 앞마당에는 초파일도 아닌데 웬 연등이 온통 하늘을 뒤덮고 있는 모습인데 아마도 무슨 행사가
열리려는 모양이다. 신경 끄고 곧장 산으로 오르기 시작하는데 오늘도 보통 무더운 날씨가 아닌지라
땀 깨나 흘려야 능선에 오를 수 있겠거니 하면서 별로 상태가 좋지 못한  다리를 추슬러가며 일행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수 없는 돌계단을 오른다.

이윽고 능선에 올라 여기저기 시선을 보내 보는데 운치 있는 운무가 아닌 그저 스모그를 연상 시키는
정도의 답답한 시야로 감상에 막대한 지장을 받는다.
산자락에 붉게 물들었어야 하는 단풍은, 마치 구월에서 시월을 건너뛰어 십일월의 메마른 모습으로
변한 나뭇잎을 보는 느낌이다.

이윽고 관음봉에 당도, 계룡산의 아름다움을 대표한다는 자연성릉을 눈앞에 둔다.
날씨만 쾌청하다면 더할 나위없는 눈 사치를 맛 볼 수 있을 터인데 조금은 아쉽구나.
전진을 계속하다 적당한 장소를 선택, 첨산 내외가 펼치는 중식 자리에 젓가락만 들고 염치 불구하고
끼어들어 민생고를 해결한 다음 또 다시 자연성릉을 오르내리는데......

얼마쯤 전진 했을까? 경사가 급하고 긴 철계단을 오르는데 어린 아이가 내려오고 있어 칭찬을 해 주고
비켜나 두어 걸음을 옮기는데 갑자기 아이의 비명소리가 들려와 돌아보니 방금전의 그 아이가 계단을
굴러 떨어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데 어찌할 방도가 없어 그저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만 보고 있자니
어른들의 무책임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급히 뒤따라 내려가는 아이 아빠의 모습과 아이의 울음소리가 겹쳐지는데 마치 내 자신의 책임인양
짧은 순간에도 아이에게 한없이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뿐 어찌해볼 도리가 없음에 또 한번 내
자신까지 미워지고 만다.
이때, 산골소녀님의 안타까운 한 마디가 들려온다.

“ 내리막에선 반드시 어른들이 앞장을 서고 오르막에선 뒤에 서야하는데.................”

부디 아이에게 커다란 부상이 없길 기원하며 다시 계단을 오른다.
아이들을 산행에 동반시는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주위 사람들이 모두다 신경을 쓰지 않으면 언제고
부상위험이 따른다는 평범한 사실을 절대로 잊어서는 아니 됨을 일깨워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었다.

아이의 비명소리가 내내 귓전에 들려오는 듯한 느낌이 한동안 계속되는 가운데 삼불봉을 지나 동학사에서
갑사로 곧장 이어지는 고갯마루에 당도, 곧장 동학사 길로 접어들어 오뉘탑에 당도 한동안의 감상을 끝내고
가을 가뭄으로 먼지가 풀풀 날리는 등로와 바짝 말라버린 계곡을 따라 내려와 동학사에 들른다.

오랜만에 찾은 동학사의 모습과 계곡 일대에 들어선 엄청난 사찰 건물들의 위세에 할 말을 잊는다.
꼭 저렇게까지 으리방창한 건물을 계곡 내에 들어앉혀 수도에 정진 해야만 불제자로서의 위신이 서고
공부에 성과가 많을 것인가? 저래야만 머나먼 인도 땅에서 태어나자마자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 외쳤다는
붓다의 유지를 받드는 첩경이 될 것인가?.............

상가지구에서 경쟁이라도 하듯이 부침개를 지져대며 동동주로 갈증 나는 목을 축이라는 주모의 외침을
굳세게 거절하며 내려가기란 정말이지 쉽지 않은 대단한 결단(?)이었다.
잠시 혼란에 빠진다. 방금 전까지 난 분명히 선계에 들었었는데 눈 한번 깜빡이고 나니 저잣거리에 내
팽겨쳐져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선계와 저잣거리라는 이분법은 애시 당초 없었던 불이(不二)의 세계란 말인가.???!!!!









히어리
왜 성님이 가시는 산마다 단풍이 말라 비틀어졌을까요?
제가 가는 산은 항상 만산홍엽인데 말입니다.
그리고 계룡산은 단풍나무가 그리 많지 않은 산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지리산 써리봉에 가보십시요.
올 가을 최고의 단풍을 보실 수 있을겁니다.

마지막 패러그라프(밑에서 다섯번째 줄부터 끝까지).
성님만의 독특한 필체가 아우를 전율케 합니다.
꼭 무슨 고승의 글을 읽는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2006-10-16
15:49:35
 
 
 
산수유
짙은 안개 속에서 계룡산에 가을도 깊어만 갑니다.
고즈녁한 사색의 계절...
사랑하는 님들이 계시기에 이 가을이 쓸쓸하지만도 않네요?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 만 가득한 날들 되세요...
2006-10-16
21:22:28

[삭제]
 
 
 
봉환웅
멋지고 아름다운 산세 입니다
오랫만에 들러서 좋은 구경 하였습니다
늘 건강 하세요
2006-10-18
00:20:37
 
 
 
첨단산인
날씨는 9월초순이요 산위의 풍경은 11월중순이라......
이말이 가슴에 와닿을만큼 메마르고 척박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산세만은 멋지고 위용있는 모습으로...
2006-10-18
08:17:26
 
 
 
MT사랑
가을 날씨가 한여름 기온인데
왜 이렇게 날씨까지 뒤죽박죽인지요.
사방에 안개까지 끼어서
괜히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짜증까지...
그나마 형님의 산행기를 보고 있으니
한결 마음이 차분해짐을 느낍니다.

벌써 정오
통장어탕 먹고 이열치열 작전으로 수요일 오후를 시작하렵니다.
2006-10-18
11:42:24
 
 
 
작은여백
19일에 지리산 화엄사 ~ 뱀사골 다녀 왔는데 지리 단풍도 말라서 없더라고요..
계룡산에 단풍은 없었으나 그곳에 다녀온 김환기 선생님 산행기를 보고 제가 물들어 가는것은 아니지 싶네요.
건강하세요..~~
2006-10-24
20: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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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작은여백님
그렇습니다. 올 가을의 단풍에 대한 미련은 버리는게 나을 듯 합니다.
마지막으로 남창골에 기대를 걸어보는데....... 글쎄요?
19일 원래 예정에는 설악을 한번 더 오를려고 했으나 사정으로 취소하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오래간만에 막무가내로 화채능선을 한번 조용히 타보려고 했으나 그만......

그건 그렇고 올 가을도 이렇게 조용히 넘어가는 겁니까?????

조선의 처녀들은 뭐하나 몰라, 이렇게 귀한 남자를 몰라보고.....!
2006-10-25
00: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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