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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산행·여행·풍경

덕유산을 내려와 하산주에 무너지다

2006-06-16 13:10

 전날 내린 비로 인한 구천동 의 합창



* 전북 무주 덕유산 1.614m
* 삼공매표소 - 구천동 - 백련사 - 향적봉 - 백련사 - 삼공매표소
* 2006. 6, 15 목요일
* 울림산악회와 함께
* 약 7시간 소요


 구천동의 모습을 오른편으로 보면서 부지런히 올라갑니다

 

폭포를 보노라면 자연적으로 세심이 됩니다

 

이윽고 백련사 일주문에 당도합니다

 고승대덕의 부도림을 지나

 그 유명하다는 백련사 돌배나무 앞에 섭니다

 

절 뒤쪽으로 한참 오르면 만나게 되는 석종형 탑

 

처음으로 시야가 트이는 곳에서 바라본 덕유능선

 

운무 가득한 향적봉이 눈앞에 다가옵니다

 

정상 일원에서 만난 털쥐손이의 모습들

 

 

 

 

향적봉의 정상부

 

정상 일원의 꽃잔치

 

 

 

주목의 붉음이 묘한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생사가 각각 천년이라는 주목의 아랫둥치

 

 

 

 

 

 

 

 

 

 

드디어 지리한 장마가 시작되었다는 예보와 함께,  어제는 종일토록 비가 내렸습니다.
덕유산을 향하는 차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누군가가 하는 말.

“ 어제께 내린 비에다가 누가 하이타이를 풀어 부럿다냐? 어찌꼼 요러케 산이 징그랍게
  깨끗해 분진다냐, 이~~~잉”

천하 비경이라는 구천동 계곡에 들어서 백련사 길을 따라 오르며 먼저 흐르는 계류에 귀를 씻습니다.
향적봉에서 발원한 물이 구천동 33경을 이루는 가운데, 어제 내린 비로 풍부한 수량이 확보
되었는지라  물소리의 합창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달빛 아래에서야 본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월하탄”
속세와의 인연에 가위질을 할 수 있다는 “이속대”

연이어 나타나는 폭포와 담에 마음까지 씻을 수 있으니,
오늘의 본전은 이미 뽑고도 남은 게 틀림없습니다.

구천동과 덕유산이라........
트럭 짐칸에 실려 처음 찾아 들었던 그 옛날이, 마치 흐린 필름처럼 스쳐지나 갑니다.
원시의 비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 꼴 보기가 아주 어려웠었고, 주목의 붉음에 황홀 해
하던 기억, 지금 오르고 있는 이 길을 따라 향적봉에 올라, 군용 A 텐트를 치고 일출을
기다렸지만, 끝내 보지 못하고 터덜거리며 내려왔었지.........!

개발이라는 삽질이 덕유산에 시작된 뒤론 단 한번도 오지 않았으니까. 꽤 오랜 시간이
흘러, 세기도 바뀐 오늘에서야 다시 덕유산을 오릅니다.
곤돌라라는 괴물이 가설되어 어린이와 노약자들이 손쉽게 산상의 화원에 오를 수 있다지만
적어도 서너 시간의 다리품을 팔고 올라야만 오름길의 눈 맛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그리하여 남덕유에 이르는 장장 백리 대간을 타야만 진정한 조망을 즐길 수 있으련만.........

사람 떼가 얼마나 무서운가는, 등산로의 파임 정도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계단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고, 몇몇 어른들께서 곤돌라를 타고 올라 향적봉을 거쳐 하산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니 별로 땀을 흘릴 것도 없이 운무 자욱한 향적봉에 오릅니다.
드디어 오늘의 사냥감인  꽃을 찾아보는데 별로 신통치 않은 성과일 것 같은 예감이라.
짙은 운무 속 여기저기를 기웃대다 대피소 쪽으로 향합니다.
유월에 피어나는 야생화의 숫자가 별로라더니 아닌 게 아니라 별로 소득이 없습니다.

사진 몇 장을 찍고 나서 주위를 살피니, 이건 또 무슨 황당한 경우인가?..............
애당초는 중봉과 오수자굴을 거쳐 백련사로 하산하기로 했는데 아무런 동의도 없이 그냥
올라온 길로 하산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연유를 물으니 예상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라나 뭐라나, 구천동 계곡에서 이미 본전을 뽑았으니 하고 스스로를 위로 해 보지만
그래도 뭔가 찜찜하기만 한 가운데, 따라 내려가면서 여기저기 혹시나 하고 기웃대지만
꽝 이었습니다.

다시 청류를 감상하며 계곡을 내려가 주차장에 당도하니 하산주가 기다리고 있기에
몇 잔 털어 넣고 차에 오릅니다.
그런데, 문제의 사건(?)은 버스에 올라 귀로에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한잔 술에 거나해져서 잠에 빠져 들었는데 잠결에 들려오는 기막힌 노랫소리를 듣고 눈을
뜨지 않았겠습니까?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주위 분들에게 물으니 국악을 하시는 분이라는 설명.

노래를 끝내고 좌석에 앉은 모습을 확인한 연후 그 분 곁으로 다가가서 작업(?)을 시작
했습니다. 노래가 너무 좋다는 둥, 국악 쪽의 누구누구를 아시냐는 둥, 관심을 표명하는
가운데, 어찌 윤활유인 알콜이 빠질 수 있으리요...............?
거기까지는 모든게 원만(?)했으나 이 후가 문제였습니다.
멋진 소리의 주연공과, 천국행에 꼬~옥 필요하다는 아르꼬르가 더 해진 가운데  몸부림에
동참 하랍시는 스피커가 토 해 내는 음악이 귀를 찢고, 구불구불 돌아나가는 버스의
흔들림이 합쳐지니 나도 모르는 사이, 어느덧 비좁은 통로에서 소위 관광버스 춤을 추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맙니다.

아................ !

방금 전까지도 나는 교양인이었으며, 결코 덜 떨어진 부류엔 속 하지 않는다는 자부심 속에
우아함을 생명처럼 끌어안고, 저 몸부림치는 속물들을 마음껏 비웃어 왔었습니다.

바로 아까 산에서, 오늘의 산악회장께 나는 간곡하게 청했었습니다.

“제발 차에서 조용히 사색하며 갈 수 없을까요?”

그런 나였는데 이게 도대채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그면서도 일푼어치도 안되는 자존심은 살아있어서인가?

“나 이러면 안 되는디....! 못 쓰는디.......!”

속물과 우아함의 차이는 반 끗발 차이도 아니라는 간단하고도 평범한 사실을 깨닫는데
참으로 많은 시간을 낭비 했음을 오늘 이 순간, 흔들리고 몸부림치는 관광버스 속에서
알게됩니다.
알렐루야--------아멘--------

덕유산 산신령님의 가피를 입어서인가?
물 좋은(?) 보살님들을 만나서인가?
인간 재 탄생에 일조를 아끼지 않으신 산신령님과 오늘의 관광보살님들.....
그 중에서도 특히 아름다운 노래로 이 돌덩어리를 깨우쳐주신 “OO”님께 고마움을
전 합니다.

덕유산?. 자주 찾아야 쓸랑개비여~~~~~~~~!

 

 

 

히어리
아이고, 배꼽이야.
성님 글이 너무 재미있어서 지금 떨어진 배꼽 찾는 중....
술때문에 흥에 겨워 신나게 놀면 어떻습니까.
모든 사람이 다 놀면 같이 놀아야지.
성님만 인상쓰고 앉아있을수는 없지 않습니까.
성님의 유머,
첨단도 못따라갈 정도의 수준높은 유머입니다.

무주구천동의 멋진 사진 잘 보고 갑니다.
2006-06-16
14:04:57

굴참나무
7시간 이라면 꽃사진 찍으면 10시간 다녀올 수 있겠네요.ㅎㅎ
가야할 곳은 많고...........
히어리님 배꼽은 아직 못 찾으셨나요?

1. 풀솜대(지장보살 이라는 이름도 있음)
2. 박새와 여로를 놓고 고민하다가 박새로 결정
3. 백미꽃 종류중 푸른백미꽃으로 추정(제가 아직 못만나봐서......)
2006-06-16
15:34:34

봉환웅
정말 재미 있는 글입니다
쭈.....욱 읽어 내려 오면서 오래전에 읽은 니체의 "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 이란
책을 떠올려 봤습니다
관광 버스내에서 가무에 흥이 겨운 사람들의 모습이 어쩌면 너무도 인간적 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2006-06-16
23:25:50

[삭제]

첨단산인
산적 두목님은 산채에 계셔야지
졸개들(?죄송)과 음주 가무라니요?
.....하지만 그 분위기에 취하여 함께 어울릴수 있다는것도
즐겁고 좋은것 아니겠습니까
대신에 일요일에 하는 교통문화정착 프로그램에 적발되어 모자이크 처리되는일은
없어야 할듯 ^ ^* 하는 ** 입니다.

지는요! 안출라 그랬디라 옆에 **가 자꾸 한잔만 하구 스텐레스(?) 풀으라구 해서유~
오! 나무 관광보살~~~~
2006-06-17
08:18:47

MT사랑
덕유산의 야생화가 보고 싶은디 어쩌면 좋을까요^^
형님께서 올리신 사진으로 대리만족 아니면 덕유산으로 확 출발
아니 일단은 냉정을 되찾고 아~떠나고 싶다.

육중한 몸매의 형님
좁은 버스안에서
묻지 마 댄스 기대됩니다.
앗싸~~~
그리고 00님의 노래도 듣고싶네요.ㅎㅎㅎ
2006-06-17
09:35:42

공명
쥬니믈 넘기신 제자 가라사대
속물과 우아함의 차이는 반 끗발 차이도 아니라 하쉽뉘돠.

여러부운! 미~있씁니까?
아~먼! 하알말이 또 있쓰루야!

성님! 많이 베레뿟쏘이 ^^*
잠깐 귀좀........(아짐 이쁩디여??)ㅋㅋㅋ
2006-06-19
01:13:56

[삭제]

김환기
공명 선생---
분명 똑같은 얼굴인데 목을 타고내리는 아르꼬르의 양에 따라 미모의 정도가
좌우됨을 알게된게 큰 소득이라는 사실을 귓속말로 알려드립니다
2006-06-20
00:28:30

[삭제]

공명
ㅋㅋㅋ 형님~
그 쉬운 것을 인자 아셨습니까????
험!!!!! 이하 생략.
2006-06-20
21:5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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