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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산행·여행·풍경

新 지리 유람록

 2006-05-22 22:13

 

백무동으로 빨려들어갑니다

* 백무동 - 장터목 - 재석봉 - 천왕봉 - 법계사 - 중산리
* 2006. 5. 21 일요일 맑음
* 산이모산악회와 함께
* 약 8시간 30분 소요

 

망바위에서 바라본 지리능선

 

장터목이 눈에 들어옵니다.

 

상봉 근처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싱싱한 얼레지 군락을 지나며

 

유장한 지리능선이 펼쳐지고

 

지리산에서 보내는 편지는......?
장터목 산장에서 일출봉을 배경으로 선 우체통

 

그 산장에서의 오찬

 방금 빠리를 거쳐 장터목에 나타나신 마담 산골소녀님

 

진달래와 고사목

 제석봉의 황량한 모습

 

천왕봉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통천문을 향하는 첨단산인 내외

 

상봉에서 흘러내린 부분

 

천왕봉은 인산인해

 

남들처럼 증명사진 한장

 

천왕봉 바로 아래의 진달래 잔치

 

 

 

 

중산리로 내려서는 공포의 급경사 너덜길

 얼마만큼 내려서 올려다본 천왕봉 일대

 

개선문이라 한답니다

 

 

 

법계사 언저리에서 만난 붉은병꽃

 

칼바위

 

오랫만에 다시 만난 우천

 

                                                                                                중산리에서 올려다본 지리산

 

 

 

 

 

 

수십 명의 산 꾼 들이 백무동에 쏟아져 내린다.
요 전날 내린 비로 해서 골짜기의 물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흐르는 가운데 주차장에서
등반대장 공명님의 시범으로 스트레칭을 하고서 천왕봉을 정점으로한 남북 종주에 들어갑니다.
거개의 산악회가 그러하듯이, 이 사람들도 초장에 속력을 내기 시작하는데  결코 바람직한 산행은 아니라는 느낌이다..
처음 일 이십분 동안은 천천히 폐활량을 늘려가면서 경직된 근육을 풀어야 옳은 산행이련만
뭐가 그리도 급한지 몰라도 마치 경주 하듯이 달려 나가기 바쁜 모습이다.

기억을 한번 더듬어 보자.....................
육십년대 후반, 최초로 지리능선을 종주 하고나서 하산한 곳이 바로 이 백무동 이었구나.
그 때만 해도 등산로라고 이름 하기가 송구하리만치 형편없었기에 헤매는 것이 다반사라.
천왕봉 일출의 감동을 먹고서 장터목으로 내려와 백무동으로 하산을 시작, 마천으로 내려오니 해가 설핏했었다.
마천에서 그 무거운 배낭을 지고 실상사 앞 까지 구보로 달려와 저 만치 떠나는 버스를 세워 타고 남원에 도착하니

여기서도

광주행 버스가 막 떠나고 있었는데 간신히 붙잡아 타고
신발을 벗어보니 물집으로 엉망이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세월은 어느덧, 장년으로 가는 버스에 나를 실어 놓고서 줄달음 치고 있는 가운데,

한동안 잊고 살았던 지리산의 품안에 오늘 안겨서 그 살내음을 맡아보리라.
그럭저럭 쉬며 오르며를 거듭하다보니, 선두와 중간그릅, 그리고 후미로 나뉘어 지는 모양이다,

곧 죽어도 뒤쳐질 생각은 없는지라

열심히 선두를 놓치지 않고 따라 가다보니 어느 덧 장터목에 이른다.
말 그대로 장바닥을 연상시키리만치 산객들로 바글댄다.
그 와중에 MT사랑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천왕봉이라는데, 만나고는 싶지만 아무래도 서로의 일정상 어렵겠고, 반가운 마음만 가지고
천왕봉 쪽으로 시선을 보낸다.

장터목에서 식사를 마치고 천왕봉을 오르니 역시 이곳도 인산인해요 팔도 사투리 경연장이다.

별 의미도 없는, 표지석을 배경으로 한 증명사진 한방을 남기고 서둘러 천왕봉에서 중산리의 급경사 바윗길을 내려서는데

첨단산인의 인상이 구겨집니다.
무릎에 통증이 오는 것 때문이겠지요.
나라고 해서 미제(?) 비싼 물팍을 가졌겠는가?  
같이 인상을 구기며 내려 가다보니 법계사에 이른다.
지금 내려가는 이 중산리 코스는 자그만치 삼십칠팔년 만에 내려 가 보는데, 그 시절엔 육이오를 거치면서 완전 폐허였는데

오늘은 으리방창한 모습이다.
상당한 고도에 자리한 절이기에 한참을 더 내려가서야 계곡의 물소리를 듣는다.

드디어 계곡을 벗어나니 “우천 허만수”의 추모비가 서 있는 모습을 본다.
우천이라.............
그 옛날 세석평전을 지나며 일주일 만에 처음 만났던 이가 바로 우천이었다는 사실을 수 많은 세월이 흐른 후에야 알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가 걷는 대부분의 지리산 등산로가 그의 손에 의해 정리되고 체계화 되었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제외 하더라도

그가 지리산에 쏟은 열정은 가히 종교적 신념이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우천은 그러한 소명의식으로 이 지리산에 들어와 아무런 껍데기를 남기지 않고 하늘로 올라가 버린 그야말로 참 산인이요,

이를테면 도가풍의 신선이 아니었을까?.................
내려온 산을 다시 올려다본다,
겹겹의 능선과 골짜기마다 수많은 사연과 통한의 세월을 흘러온 역사의 실타래가, 석양을 받으며,능선마다 골짜기마다

 명암을 달리한채 장쾌한 수묵화의 한 폭이 되어 눈앞으로 달려온다.

  
“선인들이 쓴 지리산 유람록”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조선조만 해도 각 시대에 따라, 또한 각자 학문의 정도와 사상에 따라  지리산과 그 안에 품고 있는

수많은 것들에 대한 해석이 천차만별이었다.
불교의 쇠퇴기여서 인지 웃지못할 희극도, 어처구니없는 일들도 많음을 볼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서도 혹세무민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식, 경세제민의 현실에 대한 인식,
역사를 대비시키면서 그에 대한 회고, 심신 수련과 수양 그리고 자아 성찰,
마지막으론 우리 산하에 대한 인식 등, 지리산이라는 거대한 덩치를 대하는 선인들의 갖가지 소회를 즐겁게 엿볼 수 있었는바

오늘 지리산을 오르는 우리들은 어떤 사연과 생각으로
땀을 흘리는 것일까?......................

산이 좋아서, 친구가 좋아서, 빛쟁이에게 시달려서, 사업에 실패해서, 여자에  차여서,
등산화를 새로 장만해서, 그도 아니면 미모로 산신령을 �이기 위하야 등등등..........
이런 저런 모든 사연의 주연공들은 모름지기 오르고 또한 빠져볼 일이다.

어디를?
지리산 봉, 봉, 봉과 ........  지리산 골, 골, 골에 ..............

 

 

 

 

 

 

 

 

히어리
하도 바빠 오랜만에 들어와서
여기저기 댓글을 다느라 정신없네요.
멋진 산행을 하셨군요.
사진도 멋지지만
아래 글은 성님의 품성이 듬뿍 배어난 걸작이올시다그려.
제목 또한 기가막힙니다.

광주팀이 몽땅 산악회를 따라같네요.
이러다간 저하고 산행하기가 힘들겠습니다요. 허허!
덕분에 자알보고 갑니다.
2006-05-22
22:28:13

첨단산인
지난 일들을 기억하면서 추억에 어리시는 모습 보기에 좋았습니다.
함께하는 안내산악회라 땅하는 동시에 상백무로 빨려들어가는
산인들 무서울 정도로 속도를 내기에 계곡에 들어가 사진한장 찍고 나오면
후미도 보이지 않아 제 페이스를 잃기 딱 좋은 조건이었지만
참샘을 넘어서면서 부터는 그런대로 사진도 담을수있는 여유가 생기더군요
아쉬운것은 백무동의 폭포들 사진... 여하튼 너무 즐겁게 잘다녀왔습니다.
2006-05-22
23:00:33

공명
우와!
형님. 다 좋은데 특히 제석봉 철쭉과 고사목 사진.
내마음을 홀딱 빼앗아 가 버립니다.

산악회원들이 속력을 냈다고 하는데 내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선두 그룹에 언제나 형님의 모습이 있던데요.
첨산 아우랑 내 팽개치고 혼자서 씽씽 내달렸으면서....... ^^*
2006-05-22
23:28:09

메밀꽃
지리산 산행기 잘보았습니다
멋이 있는 산임에는 틀림없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들 지리산을 좋아하시나봐요?
산골소녀님도 사진 멋있게 나왔네요
2006-05-23
09:28:55

MT사랑
구수하고 자연스러운 산행기 역시 형님 ^g^
그런데 산소님도 보이시네여
산소님이 오신 줄 알았으면 천왕봉에서 기다리고 있었을 것인디
첨단 친구 미워~잉
저는 중봉~써리봉~치밭목~새재~비둘기봉 아래에 위치한 하늘 아래 첫 동네로 하산했습니다.
보고픈 형님 즐거운 화요일 되세요.
2006-05-23
10:18:13

동동(김형석)
글이면 글, 사진이면 사진. 어디 하나 부족함이 없고 군더더기 하나 없네요.
(찼았읍니다. 옥의 티 !! 천황봉 배경의 증명사진 ㅋㅋ)
저도 가고 싶었는데, 동문 산악회 결성해서 처음 갖는 산행이랑 겹쳐서 ....
무등산이나 지리산이나 사람들 천지였네요. 좋은 산행기 즐감했읍니다.
2006-05-23
11:03:27

봉환웅
김선생님의 시각으로 본 지리산의 또다른 아름다움을 대합니다
읽을수록 더해가는 글의 맛을 놓쳐서는 아니될일.......
멋진 산행기 보고 있습니다
2006-05-23
12:03:37

saminsan
얼레지꽃이 아직도 군락을 이루고 있다니요... 유장한 지리능선이 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펼쳐지고 천왕봉의 준엄하면서도 다정한 모습이 감동을 자아냅니다.
중산리로 내려가는 급경사 너덜길도 사진으로만 보아도 위태해 보입니다.
아름답고 간결한 사진들 잘 보았습니다.
2006-05-23
19:44:21

박흥구
지리산의 고즈넉함과
지리산 만의 풍길 수 있는 중후함과 품위가
환기형님의 렌즈에서 더욱 발 하였습니다
같이 못한 산행 정말 아쉽습니다
느낌이 또 다른 작품 잘 봤습니다
2006-05-23
23: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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