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연/산행·여행·풍경

실버나물채취산행 동행기

2006-05-17 13:27

 * 전북 장수 와룡산
* 2006. 5. 16 화요일 맑은날씨
* 화요웰빙산악회 �은 누님들과 함께

 

와룡산 휴양림 주차장에서 조금 오르면 왼편으로 나 있는 등산로

 능선상에는 엄청난 굵기의 철쭉과 진달래 군락이 있었습니다만 철쭉은 거의 진 상태였습니다

 능선에서 건너편을 바라봅니다

 

굵은 철쭉과 참나무가 연리되어 살고있는 모습

 얼레지가 아직 피어 있었습니다

 

 때를 잘 �춰 오면 꽃이 그야말로 최고일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가 팔공산으로 갈리는 지점인데 약 이십리정도 랍니다

 

삿갓봉입니다

 저 멀리로 장수 팔공산이 보이는군요

 

 

오계치 안부에서 잡목이 울창한 와룡 휴양림으로 내려섭니다

 

 

 

 

 

결론은 황당 산행이었습니다.

아는 관광버스 기사로부터 전북 장수에 위치한 팔공산엘 가니 같이 다녀오자는 제의를 받고
흔쾌히 수락, 시간을 물으니 새벽 다섯시 반이란다.
산악회 사람들의 구성이나 기타 여러 사항에 대해선 전혀 묻지 않은 채 약속 장소에 나가면서 자문자답 해 봅니다.

“ 아따 ! 그 산악회 사람들 한번 부지런한 분들로 구성된 모양이구나 !”

그런데 광주역 앞에 도착해 보니 아무도 보이질 않는게 아닌가?..............

버스기사 왈, “ 잠시 후면 나오니까 우리 식사나 합시다”

식사를 하면서 출발시간을 물으니 여덟시란다. 에 ~~~ 엥 ~~~~ !!!???

뭔가 예감이 좋지 않은 가운데 출발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이건 또 웬 황당한 광경인가?
주로 할머니 급(?)에 속하는 여성분들이 기사와 반가운 인사와 걸쭉한 입담을 나누며 차에 오르는게 아닌가.
약 삼십여명의 구성원 중, 나와 다른 한분의 남자 할배만 제외하곤 모조리
여성분들 이로구나 !!!!!!!!

이 황당한 아침 풍경에다, 오늘 하루를 예감하노라니 등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 한다.
유일하게 내 옆자리의 여성분만이 그 중 �은?) 아낙인데 궁금하기 짝이 없지만 묻지 않고
버스에 실려 고속도로에 접어드는 가운데 왕 고참격인 산악회장께서 마이크를 잡는다.

“ 마~ 우리 모두 입을 꽈악 다물고 가불먼 심심하기도하고 헝께 찬가나 한 곡조씩 해 뻔지는 것이 어찌것소? ”

노래 제목이 주~욱 적혀진 책을 돌리면서 곡목을 선택하란다.
거기까지는 참을 만 했는데 몇 곡조 뽑으면서 흥이 오른 이 노친네들 왈.........

“ 아- 젊은 양반 한 곡조 혀 보쑈~잉~”

손사래을 치며 눈을 감아버렸더니만 허시는 말쌈.
너무 빼분다는둥, 원초적인 몇 마디로 나를 바늘 방석에 앉게한다.
이런고문을 당하며 실려 가느니 차라리 위문공연이라 생각하고 통로에 나가 재롱이라도
떨어버려 말어? !@#$%^*************

음정,박자는 애시당초 무시하게 만들고, 게다가 전 국민을 음치로 맹글어버린 저 눔의
가라오켄가 뭔가하는 기계가 내는 소음에 내 귀를 혹사시킨다는 생각에 이르니
내 이 우아한(?) 자존심이 무너져 내리는구나.

여기까지는 서막에 불과 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데는 별로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습니다.
팔공산 아래로 들어 가야할 버스가 들어선 곳은 와룡산 휴양림이라.......
주차장에 당도 우루루 차에서 내린 이 분들의 차림새를 일별하노라니
이 무슨 괴이한 일이란 말인가?
분명히 등엔 배낭을 걸쳤는데, 손에 손엔 한결같이 주머니와 봉지 따위를 들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 주고받는 대화를 들으니......

“오늘 이 산에 얼마나 나물이 많을지 몰라. 강기사가 우릴 제대로 데려 왔는지 몰라 ?”

띠 ----- 용 !@#*********

드디어 이 산악회의 전모가 드러나고 오늘의 목표가 뭔지 감이 오는 순간이다.
아 !,  이 무슨 ‘장난의 운명’ 이란 말인가?
나라는 인간은, 일생을 뒤통수만 얻어맞으며 살아야 하는가?

일만이천원정짜리 팔공산 산행, 어쩐지 너무 싸더라니!@#$%^&*

여기서부터 맹한 내 머리를 혹사시키기 시작합니다.
지금이 몇시지? 부터 시작 해서 어떻게 하면 그나마의 당한 손실(?)을 만회 할 수 있을까?대책을 세워보자니,

와룡산을 넘어 팔공산까지 다녀 오기는 시간상으로나 물리적으로 틀린 것 같고, 그렇다면 와룡산이나 일주 하자는 결론에 이른다.
배낭을 짊어지고 들머리에 막 들어서는데 강기사, 아니 강사장님께서 따라 붙으면서 하시는 말씀인 즉,

너무 앞서가지 말고 천천히 선두를 이끌어 달란다.

아니, 나보고 이 "실버나물채취산행“의 리더가 되어 달라고??????

이 무슨 천부당 만부당한 말씀과 주문이란 말인가............... !
진정, 이런 상황에서 묘책이란 존재하지 않는단 말인가?
하느님과 부처님을 비롯한 네 분의 성인님께 비옵나니

“ 제발 살려주시와요 ”

순간적으로나마 열쒸미 빌었건만  응답이 없음에 무너져 내리고 만다.
그렇다면 차선책(?)........
네 분의 성인 중 특히 공자께서 강조 하신 말쌈은 “孝” 가 아니었던가!
그래, 내 이럴 때 성인의 말씀 한번 실천에 옮겨 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

근데 초입부터 경사가 너무 심하다.
뒤를 돌아보니 모두 떨어져 나가고 겨우 열명 정도가 따라 붙는다.
여기저기 아직 남아있는 고산철쭉을 감상하며 천천히 능선에 올라 모두가 올라오길
기다려 다시 전진, 드디어 나물을 채취할 만한 장소에 도달, 각기 흩어진다.
주 채취 대상은 취나물이다, 거기다 고사리와 분대를 비롯 몇몇 이 시기에 올라오는 나물을
뜯는데, 나는 홀로 능선 상 여기저기 밀집 해 있는 철쭉의 굵기에 눈길을 보낸다.
밑둥치로 보아 족히 수백년은 묵었으리라는 추정이 가능할 만한 수령의 나무들이 상당한 분포를 나타낸다.

거기다 진달래의 굵기도 대단 했습니다.
때를 잘 맞춰 오면 아주 볼만 하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물채취부대를 모두 앞으로 보내고 천천히 걷는데 갑자기 온 몸의 힘이 쭉 빠지는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한참을 앉아서 물을 마셔가며 기력을 찾으려 했으나 어쩐 일인지 도무지
맥을 찾지 못한 채 겨우겨우 따라가니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고, 몇 개의 김밥을 우겨 넣으니 겨우 맥이 돌아옵니다.

산신령께서 미리 실버체험을 내게 시키신 건 아닐까?.......

색다른 경험을 하고 나서 저 멀리 안테나를 이고 서 있는 팔공산을 바라봅니다.
오늘은 그만 물러가지만 언젠간 꼭 올라보리라 다짐하는 가운데 정맥꾼들을 만나 전의를
불태워 봅니다.
---- 언젠가는 나도  우리의 산하를 빠짐없이 답사 해 보리라.----

삿갓봉을 눈 앞에 두고 오계치 안부에서 우회전 휴양림 계곡으로 내려섭니다.
주차장에 당도 살펴보니 모두들 제각각이지만 한결같이 나물을 뜯은 봉지가 손에 손에 들려
있습니다.
저 나물의 의미를 요즘 세대들은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머리를 스칩니다.

보릿고개라는 걸 거친 세대여야만 저 나물의 용처에 대한 확실한 쓰임새를 알겠지요.
오늘날 우리는 겨우 쌈이나 싸 먹고, 무쳐먹고, 데쳐먹고, 떡에나 넣는 수준이지만
그 옛날 멀건 죽에 양을 늘리기 위해 넣던 나물의 의미는 처절했었습니다.
우리를 길러 내시던 어른들의 그 처절한 고초를, 저분들이 캐 들고 계신 나물을 보면서 다시 생각 해 보게 됩니다.
오늘날의 바뀐 세대와 환경을 놓고 볼 때,  자연보호라는 거창한 논리에 위배되는 행위가 분명하지만,

 어려운 세대를 헤쳐오신 저 분들의 눈에는 악착같이 뜯어 모아야만 되는 대상일 뿐,

그 어떤 논리의 설명도 배부른 자의 넋두리 쯤으로 들리겠지요.
황당한 산행이었지만 많은 걸 생각 해 본  하루였습니다.

젊은 누님들, 파이팅 !!!!!!
다음번에는 가야산 공룡능선을 가신다던데 저도 끼워 주실거죠?

 

 

 

 

 

 

 

 

 

봉환웅
글이 너무 재미 있어서 마냥 읽고 싶네요
참으로 난감 하셨겠습니다
저 였더라면 회비 포기 하고 돌아 섰을텐데 .......
그래도 훗날 얘기거리가 되겠네요
2006-05-17
17:49:27
메밀꽃
하하하~~
와룡산 산행기 너무 재미있습니다
젊은 언니들하고 가셨는데(???)즐거웠겠는데요
거기 산악회는 나물채취 산악회군요

좀 황당하셨겠습니다
나물은 안뜯어가지고 오셨나요?
효도산행 하셨다생각하시면 기분좋아질 겁니다
덕분에 와룡산도 보았잖아요
2006-05-17
20:27:40

[삭제]
공명
5월은 가정의 달!
경로효친의 이념을 몸소 실천하고 오셨군요.
아~~암!!! 그래야지요.
총각 복 받을껴~~~~~ㅋㅎㅎㅎㅎㅎ
2006-05-17
22:21:53

[삭제]
첨단산인
이게 웬 황당한 시츄에이션.......
드라큘라 빨대로 모기뱃속 피빨아먹는 사건이

실버나물채취산행 안내를 맡으셨으니
내려올때 임검하면 나물의 일부는 내것 아닙니까?
임사체험 아닌 실버체험도 해보셨으니
다음 산행부터는 실버로 대접하려는데 의견은 어떠하시온지?
2006-05-17
23:35:27
MT사랑
누님들 틈에서 봄나물 채취^^
그리고 일일 산행대장 축하드립니다.
아우도 1월 그곳에 다녀왔는데 언제 우리 무등산 가족들과 함께
산행 하고픈 산으로 찜해 놓고 왔습니다.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ㅎㅎㅎ
2006-05-19
10:42:52

'자연 > 산행·여행·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新 지리 유람록  (0) 2007.12.14
소백산의 오월  (0) 2007.12.14
안양산의 꽃불 잔치  (0) 2007.12.14
구담봉에서의 충주호 조망  (0) 2007.12.14
늦은 오후의 백양사  (0) 2007.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