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큰 메기 한 쌍
여유 있어 보이는 큰 몸집에 비해 유난히 작은 눈과 긴 수염이 익살스럽다.
지느러미를 쭉 뻗고 하늘을 향해 유영하는 메기는 남성의 상징물처럼 그렸다.
진주 호랑이
못생긴 호랑이지만 새끼가 세 마리씩이나 딸린 위엄 있는 모습이다.
이 호랑이를 그린 신재현(申在鉉)은 언제 태어나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 없는
무명화가다. 다만 같은 작품이 진주 일원에서 몇 점 발견되어 이 그림을 '진주 호랑이'라고 부른다.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정초에 문배 그림이나 민화를 그려주었던 서민화가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민화 초본
불화나 무신도와 같이 민화도 본을 바탕으로 그린다. 많은 양을 그려낼 때 목판으로 찍어내거나, 일정한 구도에 따라
그려진 초본을 배껴 채색을 하면 그림이 완성된다. 본을 사용하면 빠른 시간에 그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어지간
한 솜씨만 있으면 그림 수업을 받지 않고서도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자수 화조도
오동나무 아래에는 봉황이 노닐고(왼쪽), 소나무 아래에는 호랑이가 다소곳이 앉아 있다(오른쪽).
조선시대 여인의 고운 심성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는 듯하다.
어해도
물고기는 알을 많이 낳아 다산이나 풍요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어진 신하를 뜻하기도 한다.
하늘을 향해 새벽에 뛰어오르는 물고기는 비할 데 없이 힘차다.
해태
국회의사당 앞에 있는 석상은 부정을 막는 정의로운 영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민화 속에 나타나는
해태도 마찬가지로 정직한 마음씨를 심어주고 참된 인간의 삶이 무엇인지를 가르치기 위해 서당이나
사랑방 벽에 그려 붙였다. 외뿔에 용을 닮은 해태는 부정한 것을 보면 뿔로 받아버린다는
정의로운 상상의 동물로 화마火魔를 제압하는 벽사의 동물이기도 하다.
(좌) 새우를 타고 있는 신선
새우는 생일이나 회갑연, 과거급제 등을 축하한다는 뜻이 있다. 붉은 쟁반에 천도복숭아를 받쳐 든 신선이
새우를 타고 경사스런 행사의 주인공을 축하하러 가는 내용이다. 동글동글 피오오르는 오색영롱한 구름이
더욱 더 길한 기운을 느끼게 한다.
(우) 화병도
푸른빛 도자기 꽃병에 모란과 연꽃이 꽂혀 있고, 불수감과 석류 가지도 꽂혀 있다. 화병 아래에는
불수감과 석류 가지도 꽂혀 있다. 화병 아래에는 불수감과 복숭아 가지가 놓여 있어 그림에 담긴
소망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이우환은 민화를 십장생 · 사신도 · 벽사 · 신선도 등의 도교적인 것, 세소고하된 불화 · 고승상 · 사원벽화 등의
불교적인 것, 문자도 · 문방도 · 백자동화 등의 교육적인 것, 그리고 화조 · 어류 · 산수 · 풍속 등의 일상적인 것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이들 그림이 시대가 흐름에 따라 본래 사상과 관계가 약해졌으며 오히려 도형의 스타일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얽혀 있기 때문에, 주제에 따른 분류가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김철순은 민화를 꿈의 민화, 사랑의 민화, 믿음의 민화, 길상의 민화, 깨달음의 민화 등으로 분류하여
민화가 겨례그림으로서 서민들의 꿈과 믿음과 깨달음의 읫식을 담아낸 그림이란 뜻으로 분류를 시도하고,
다시 소재를 중심으로 화조, 산수, 민속, 불교화로 분류했다.
김호연은 민화를 크게 아홉개의 범주로 분류했는데 화조화 · 호랑화 · 동물화 · 산수화 · 풍속화 ·
속신화 · 불교화 · 윤리화 · 장식화 · 등이 그것이다.
조자용은 민화를 크게 '한화'라 이르고 이를 순수회화와 실용회화로 분류하고 있거니와, 그것을 상징별로
수壽, 쌍희囍, 자복子福, 재복財福, 영복寧福, 녹복祿福, 덕복德福, 길상吉祥, 벽사辟邪, 민족民族 등
열 가지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다시 화제별로 나누어 산수화山水畵, 수석도壽石圖,
화훼도花卉圖, 소과도蔬果圖, 화조도花鳥圖, 축수도蓄獸圖, 영수화靈獸畵, 어해도漁蟹圖, 초충도草蟲圖,
옥우화屋宇畵, 기용화器用畵, 인물화人物畵, 풍속화風俗畵,도석화道釋畵, 기록화記錄畵, 성화화說話畵,
도안화圖案畵, 지도화地圖畵, 혼성도混成圖, 춘화도春畵圖 등 스무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좌) 산수화 병풍
강원도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수화 가운데 금강산을 소재로 한 그림이다.
중앙에 구룡담을 회화적으로 표현했고 좌우에 향로봉과 보덕암을 그렸다.
그림 상단의 일출봉과 월출봉은 이상세계처럼 보인다.
(우) 신령스런 거북
민화 속의 거북은 오래 사는 신성한 동물로 장수를 상징하는 길상이다.
생김새가 등은 하늘처럼 둥글고 배는 땅처럼 평평하여 우주의 축소판과 같아,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매개체라고 믿었다. 입에서 상서로운 서기를 내뿜는 거북 한 쌍이 그려진 이 그림은 바로 그러한 믿음을 보여준다.
토끼와 거북 (상주 남장사)
<수궁가> 또는 <별주부전>으로 우리에게 판소리 다섯마당 가운데 하나로 잘 알려져 있는 이야기의
한 장면이다. 용왕의 병을 고치기 위해 토끼의 간을 구하러 간 거북의 설화는 불교와 함께 전해져 온
것으로 《삼국유사》의 김춘추 조에 나와 있다.
토끼와 거북
거북의 등에 올라앉은 토끼의 표정은 속기가 전혀 없는 소박한 민심을 나타내고 있다.
두 마리의 거북이도 마찬가지로 소탈하면서도 장난기 어린 표정들이다. 등에 탄 토끼를
돌아다보고 있는 거북이는 토끼에게 무언가 말을 걸고 있는 듯하다.
유자와 신선도
몸짓만큼이나 큰 유자를 밟고 서 있는 동자가 오른손에는 서기가 피어오르는 보병을,
왼손에는 발이 셋 달린 동기銅器를 들고, 허리에는 단약이 들어 있는 호리병을 차고 있다.
이 그림은 전체적으로 천하가 태평하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신선 그림이 각기 한 가지씩의 상징물을 가지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데 비해 네
가지의 상징물을 가지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데 비해 네 가지의 상징물을
조화롭게 처리하였다.
문자도
문자도의 여덟 자 중 '충忠' 자와 '효孝' 자이다.
'忠' 자는 황룡이 '中' 자를 이루고, 새우 · 대합 · 잉어가 '心' 자의 획을 이루었다.
어진 신하 속에서 황룡이 천하의 백성들과 화합함을 기원한다는 내용이다. '孝' 자는 효자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죽순과 잉어, 부채와 거문고를 그렸다. 자식이 부모님께 드리는 효는 만족이나 끝이 없다.
자수刺繡 장생도 (수저집)
십장생도를 그린 대형 병풍들은 대게 궁중의 도화서에서 그려 세화나 축하용으로
내려지는 하사품으로 궁중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보잘것없는 천민이든 지체 높은
사대부든 불로장생을 기원하는 마음은 한결같기 때문에 십장생 그림이나 십장생으로
장식한 생활용품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수저집을 만들면서 장생도를 수놓았다.
(좌) 소상팔경도 (산시청람) (우) 소상팔경 (산시청람)
소상팔경은 중국 호남성 동정호 남쪽에 있는 소상瀟湘의 여덟 가지 아름다운 경치로,
산시청람山市晴嵐 ,어촌석조漁村夕照, 소상야우瀟湘夜雨, 원포귀범遠浦歸帆, 연사만종煙寺晩鍾,
동정추월洞底秋月, 평사낙안平沙落雁, 강천모설江天暮雪을 이른다.
금강산도
금강산도를 살펴보면 동물이나 사람의 형태로 묘사한 그림도 종종 나타난다.
관동팔경도
강원도 지역의 유명한 명승지 여덟 곳을 그린 그림이다. 각 명승지에 있는 기암괴석을 그 이름에 충실하게 묘사하여,
기암괴석 위의 글씨를 보지 않고도 어떤 바위인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눈으로 보고 읽을 수 있는 회화적인
그림인 것이다. 명승지에 직접 가볼 수 없었던 무명화가가 상상력만으로 거침없이 그려낸 자유로운 그림이다.
소상팔경도
우리나라에서 소상팔경을 가본 이는 아무도 없지만, 실제의 소상퍌경과 그림을 비교해보면 거의
흡사하게 표현된 것을 알 수 있다. 민화 작가의 상상력과 표현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그림이다.
일월오봉도
조선 시대 오봉五峯은 동악(금강산), 서악(묘향산), 남악(지리산), 북악(백두산), 중악(삼각산)으로, 한반도
금수강산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상서로운 파도 뒤에 금빛으로 빛나는 다섯 개의 산을 그리고, 하늘의 좌우에
는 음양의 근원이며 우주의 핵심인 해와 달을 그렸다. 일월오봉도 병풍 앞 중앙에 어좌가 놓이는데, 이는
하늘 아래 최상의 자리임을 뜻한다.
노송도
그림 솜씨가 별로 좋지 않은 이의 작품임을 알 것 같다.
홀로 서 있는 소나무는 화제와는 관계없는 목숨 수壽자로 형상화되어 있고,
소나무 아래에서는 학이 날개짓하고 있다. 항상 푸르른 장부의 심성보다는
장수를 기원하는 마음이 의도적으로 더 표현된 그림이다.
괴석도
자연 속에 어우러져 있는 괴석이기보다는 잘 생기고 멋들어진 돌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잘 꾸며진 정원에
놓아둔 느낌이다. 추상성이 엿보이는 복잡미묘한 조각품류에 가까운 것은 대게 중국의 영향이지만, 음양
에 따라 유연한 필선에 명암을 살린 격조 높은 그림에는 석수장생의 의미가 담겨 있다.
모란 병풍
모란은 꽃 중의 꽃이라 불리는데, 국색천향國色天香, 즉 한 나라의 으뜸을 차지할 만큼 완벽하게 아름다운
꽃이라는 말도 있다. 모란 병풍은 부귀영화를 누리기를 축원하는 뜻이 있어 혼례식이나ㅏ 회갑연에 주로
사용 되기도 한다. 꽃받침을 구불구불하게 그려놓아 기이한 느낌을 준다.
고성 민화 화조도
민화의 지역적인 특성은 전주, 고성(경상도), 강원도, 제주 등의 그림은 구별이 되나
그 외 지역은 구별하기 어렵다. 경상도 지역 화조도는 우선 채색이 강렬하고 탁하며, 꽃이나 나무,
괴석 등의 선이 크고 강하며, 유난히 넓은 꽃잎이나 나뭇잎으로 공간은 채우는 특성이 있다.
괴석 모란도 병풍
하단은 울퉁불퉁 기묘한 바위의 형태인 괴석을 그리고 활짝 만개한 각기 다른 채색의 대칭된 모란으로 가득 메운
대형 병풍을 궁중모란도라 부른다. 꽃 중의 꽃인 모란도는 원래 궁중에서만 사용되었다는 설이 있으나 조선 시대
후기에 와서는 일반 민가에서도 널리 활용되었다.
괴석모란도
괴석모란도는 병풍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많았지만, 한 폭짜리 그림으로 그려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한 폭으로 그려지는 괴석 모란도는 대개 문이나 벽에 붙이는 형태로 사용되었
는데, 이 그림 또한 그런 형태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연화도
진흙 속에서 피어난 연꽃은 더러운 물 한 방울 묻지 않고 아름답고 청하하게 피어나기에
고고한 선비와 같다고 한다. 꽃 중의 꽃인 모란, 덕이 높은 선비를 나타내는 연꽃, 절개 높은
선비를 나타내는 국화를 삼절三絶이라 불렀다. 화훼도에서 이 삼절은 가장 사랑받는 소재다.
괴석국화도
가을과 정절을 상징하는 국화가 괴석 사이에 피어 있는 그림이다.
화폭 가득히 꽃을 그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화면이 가득 차 보인다.
고슴도치와 참외
커다란 괴석 아래 달덩이만큼 탐스런 참외가 열려 있다. 참외 위에는 고슴도치가 참외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다. 같은 소재로 포도를 따먹는 다람쥐외 고슴도치도 있는데, 이와 같은
욕심쟁이 동물들은 풍요, 풍년, 재복을 뜻한다.
(좌) 수박이 들어간 책거리 (우) 오이가 들어간 책거리
학문과 선비의 상징인 책거리 그림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과일이다.
글 읽는 젊은 선비방에 장식되는 책거리는 그려지는 과일류는 대개 젊은 남녀의 성적 상징을 은유하거나
다산을 상징한다. 수박, 참외, 가지 등은 일부러 윗부분을 잘라 빼곡하게 박혀 있는 씨앗을 보여준다.
책거리 병풍
석류, 불수감, 선도를 함께 그려 삼다三多라고 한다. 석류는 씨가 많아 다자多子, 불수감은 부처님 손을 닮아 다복多福,
서왕모의 선도는 삼천 년 만에 열매를 맺는다 하여 다수多壽를 나타낸다. 삼다도와 상징성은 같지만
수박, 호박, 오이, 참외, 가지, 고추 등은 소채로 분류되고 있다.
석류도
석류는 씨앗이 백 개가 있다 하여 백자류百子榴, 백자동실, 유개백자 등의 이름으로 부리며,
보석을 간직한 복주머니와 같다 하여 사금대沙金袋라고도 한다. 그래서 석류는 부귀다남의 뜻을
품고 있다. 민화 속의 석류는 탐스럽게 무르익은 열매가 터져 씨앗이 보이는 게 특색이며,
쌍쌍의 벌과 환생還生을 상징하는 매미가 주변에서 노닌다.
선도도
선도는 하늘에 사는 서왕모가 있는 곳에만 있다 하여 천도복숭아라고도 한다.
천도복숭아는 삼천 년 만에 한 번 꽃이 피고, 삼천 년 만에 열매가 열리고, 삼천 년 만에 익어
결국 수확하는 데 구천 년이 걸리는데, 이 과실을 서왕모에게서 얻어 먹으면 신선이 된다고 한다.
석류와 선도는 여성의 유방처럼 한 쌍으로 그려지는데 생활 주변에서 목판화,
금박, 단청, 떡살, 노리개 등에 많이 응용되고 있다.
포도도 병풍
포도 넝쿨에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린 새카만 포도알은 자손번창의 뜻을 지니고 있다.
또 한줄기의 넝쿨이 길게 뻗어나가므로 부귀장수를 뜻한다. 포도 알이나 포도알의 농담을 잘 나타내기 위해
먹물 대신 즙을 갈아 즙화楫畵를 그리기도 했는데, 이는 시각적인 감상과 더불어 향기까지도
감상할 수 있는 기발한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화조도
민화 하면 화조도를 연상할 만큼 다양한 형태의 화조도는 가장 많은 수의 작품이 남아 있다.
우리 선조들은 위대한 자연을 신성시하였으며 그 속에서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꽃과 새를 그려 방 안에까지
자연을 들여왔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소재를 생활 속의 평범한 멋으로 융화시킨 옛사람들의 풍류와 서정을 느낄 수 있다.
화조도
봄날 보름밤의 고즈넉한 자정이다. 중천에 뜬 달무리진 달을 거울처럼 걸어놓고 귀여운
새 한 쌍이 매화나무에 정답게 앉아 있다. 문인화풍의 흉내를 내긴 했지만 구김살 없는
서민들의 진솔함이 담뿍 묻어나오는 그림이다.
장생도
다양한 화조도 병풍을 살펴보면 대개 첫 폭은 송학이, 끝 폭은 오동나무와 봉황이 그려진다.
송학도의 경우 한 쌍의 학이 사슴을 비롯해 소나무, 구름, 바위, 불로초 등이 곁들여져
장생도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송학도
학은 문관의 상징으로 관복의 흉배에 사용된다. 학문하는 사람들은 학의 청렴함과 고고함을 사랑해왔다.
학 그림은 민화에서는 물론이고 그림을 그리는 화공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그려보는 대상이었다.
그림 속 흰 달과 푸르른 소나무는 희고 깨끗한 깃털, 긴 다리의 우아한 학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봉황도
사신도 가운데 하나인 상상의 동물인 봉황은 배가 고파도 대나무 씨앗이 아니면 먹지 않고,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 않고, 한 번 날개를 펴면 구만리를 날며 성현 성군이 치세하는 시대에만
나타난다는 새이다. 구름 사이에 해가 떠 있고, 오동나무 아래 봉황 한 쌍이 조화롭다.
운룡도
푸른 물결 위로 검은 구름이 상서롭게 뭉실뭉실 피어오르고, 그 속에서 용이 여의주를 희롱하고 있다.
백로
백로가 한 마리 있으면 일로一鷺 두 마리 있으면 이로二鷺 등으로 부르는데 '로鷺'는 길을 뜻하는
'로路'와 음이 같아 과거길에 급제하기를 원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백로는 해오라기라고 부르기도
하며 연꽃이나 갈대를 함께; 그린다. 게나 새우, 메기 등도 같이 그려 여정을 축하하는 뜻도 가진다.
어해도
푸른 잎을 길게 드리운 버드나무에는 메미 한 마리가 붙어 있고 그 아래로는 나무만큼이나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가 헤엄치고 있다. 퍽 해학적이고 추상적인 작품으로 무명화가의
마음을 그린 듯하다.
원앙
항상 쌍으로 노는 다정한 모습에서 원앙은 다복한 부부의 이미지를 지닌다.
닭
닭 울음은 새벽을 깨우고 어둠 속 활개치던 귀신들을 물리치므로 벽사의 의미를 지닌다.
화조도 병풍
밝고 화려한 채색에 세련된 화법, 원숙하고 시원한 구도 등이 수준 높은 화조도이다.
올빼미
오리, 꿩, 매, 참새 등은 화조도에 많이 등장하지만 올빼미는 매우 드물다.
푸른빛이 감도는 나무 줄기가 이채롭다.
호랑이와 토끼
맹수의 왕이라는 호랑이는 어쩐지 술 취한 아저씨 같은 맹한 얼굴이다.
으르렁거리는 호랑이 앞에서 응당 질겁을 하며 피해야 할 토끼는 귀찮은 표정으로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옮기는 듯하다. 지위와 권력으로 호령하는 사대부들의 작태를 한심스럽게 바라보는 민초들의 상상이랄까?
자수 호랑이
한 땀 한 땀 정성의 바늘 끝에서 인자한 어미와 귀여운 새끼 호랑이가 탄생했다.
발 아래 놓인 산보다도 훨씬 큰 호랑이의 몸체나 꼬리 뒤쪽에 언뜻 보이는 어미 호랑이의
왼쪽 뒷다리의 형태는 우리 민화에서나 볼 수 있는 비사실적 묘사법이다.
호피도
총 8폭의 호피도였으나 한 폭이 사라지고 7폭이 되었다.
호피의 표현과 호랑이의 얼굴 표현 등이 뛰어난 수작이다.
까치 호랑이
민화 속 호랑이 그림에는 대개 호랑이를 중심으로 까치와 소나무가 그려져
'까치 호랑이 그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군호도
자연스레 구부러진 소나무 숲 사이로 어미 호랑이와 새끼 호랑이, 참호랑이와 개호랑이가 어울려 놀고 있다.
우리 호랑이는 줄무늬 참호랑이과 점박이 개호랑이로 나뉘는데, 원래 참호랑이와 개호랑이는 만나면 싸움을
벌이는 상극관계라고 한다. 그림 속에서는 싸우는 모습이 아닌 평화롭게 지내는 모습으로 종종 그려진다.
중국 호랑이(좌) 일본 호랑이(우)
한국 민화에 나타나는 호랑이는 순진하면서도 위엄이 있고 해학적인 표현으로 유명하다.
반면 중국 호랑이는 지나치게 위엄을 부리고 둔하게 생겨 멋이 없으며, 일본 호랑이는 항상
침략적인 자세로 으르렁거리기만 한다. 삼국의 호랑이 그림에서 각기 민족성을 엿볼 수 있다.
담배 피우는 호랑이
한국 민화 가운데 가장 해학적인 그림을 들자면 아마 담배 피우는 호랑이일 것이다.
무섭고 사나운 호랑이가 목에 잔뜩 힘을 주고 거만한 자세로 장죽을 물고 앉아
연약한 토끼의 시중을 받는 해학이 압권이다.
쌍록도
앞다리를 들고 고개 숙인 숫사슴은 마치 암사슴에게 자신의 뿔을 자장하는 듯하다.
그러나 암사슴은 뒷다리로 자신의 코를 긁을 뿐 숫사슴에는 관심이 없는 눈치다.
불로초 밭 쌍록도
못 그린 그림이지만 정감어린 해학이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한다. 구불구불 펼쳐진 산봉우리마다
다닥다닥 불로초가 자라고, 나무보다 몸집이 큰 사슴은 장난꾸러기 같은 얼굴이다. 꾸밈이나
속됨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ㅎ는 소박하고 정이 흐르는 그림이다.
불사약을 찧는 토끼(전체-좌/부분-우)
계수나무 아래에서 절구를 찧는 한 쌍의 토끼가 정답다.
절구질을 하면서도 시선은 절구가 아니라 나무 위를 향해 있는 듯한 두 마리 토끼에게서
소박한 민간의 해학이 느껴진다. 나무를 슬쩍 덮은 흰 구름이 한 줌의 영험함을 더해준다.
귀신 잡는 개
전형적인 토종개의 모습에 목에 붉은 방울을 달고 있는 세눈박이 개의 모습이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비바람이 몰아쳐도 멀리서 오는 도둑이나 귀신의 기척까지도 듣고 보아야 하므로
벽사용 개나 호랑이는 두 눈으로는 모자라 세 눈이나 네 눈, 네 귀를 가진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기린
태평성대가 오면 나타난다는 기린은 상상의 동물로, 수컷은 기麒, 암컷은 린麟이라 부른다.
기린은 살아 있는 생물은 발로 밟지 않고 먹지도 않는다고 한다. 인간의 이상 속에서
만들어진 괴수의 상을 길상과 결부시켜 만들어낸 서수이다.
거북을 탄 학
물 위에 뜬 거북의 등 위에 학이 서 있다.
로 마주보고 있는 학과 거북의 모습이 정겹기까지 하다.
해태와 신선
이 그림은 본래 여덟 폭 신선도 병풍으로 매 폭마다 서수와 길상의 상징물을 든 신선이 등장한다.
불수감 가지를 어깨에 멘 신선은 화마와 악귀의 소멸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책거리
민화에서는 상상의 동물이 많이 나온다. 그 중 불가사리는 곰이 몸, 코끼리의 코, 코뿔소의 눈,
호랑이의 발, 황소의 꼬리를 가졌으며 무쇠를 먹고 살며, 악몽을 물리치고 요사스런 기운을 쫓는
동물이다. 상서로운 동물을 새긴 조각을 책거리에 그린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왼편 소나무 밑에 있는 것이 불가사리다.
사불상 벽화(의성 고운사)
사불상은 뿔이 사슴이면서 사슴이 아니고, 목이 낙타이면서 낙타가 아니고, 발굽이 소와 같지만 소가 아니고,
꼬리 형상이 나귀이면서 나귀가 아닌 짐승으로 중국 동북부 흑룡강 유역에 산다고 전해지고 있다.
민화에 나타나는 사불상은 꽃과 괴석을 배경으로 하여 진한 색채로 한 쌍을 그리거나, 해태상과 비슷한
모습으로 그리기도 한다. 사신도 중에 가끔 호랑이를 대신해 등장하는 경우도 보인다
. 이 역시 악귀를 쫓는 주술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특히 민화에서는 기린과 해태, 사불상을
비슷하게 그리고 있어 혼동하기 쉽다.
운룡도
꿈에서 용을 본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용을 본 사람은 없다.
꿈에 본 용의 모습에 화공의 마음까지 담아 천하태평스러운 할아버지용의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
청룡 / 황룡
황룡을 중심으로 청룡, 백룡, 적룡으로 나뉘기도 한다. 원래 군주, 왕의 상징인 용은
시대가 내려옴에 따라 허약해지고 빈약해지면서 일상 생활용품에까지 그려지게 되었다.
용처럼 위로는 왕실부터 아래로는서민층까지 뿌리 깊게 파급된 소재도 없을 듯하다.
인용: 윤열수 著 <알고 보면 반할 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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