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唐대의 고분 벽화는 이전 시대와 달리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는데, 바로 화조화花鳥畵의 출현이다.
물론 당대 이전인 남북조시대에도 꽃과 새들이 고분벽화에 종종 출현하기는 했지만, 독자적으로 다루
어기기보다는 인물의 배경이나 상서로운 공간을 암시하는 장식 문양으로 사용되었다. 화조화가 인물의
배경 같은 장식적 요소에서 단독 주제로 표현되는 것은 고분벽화에서뿐 아니라 당대의 화단에서도
동시에 발견되는 중요한 회화적 경향이다.
중국회화는 당대에 이르러 남북조시대의 회화적 성취를 바탕으로 인물화, 산수화, 영모 · 화조화 등 각 분야
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뤘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마침내 당대 미술에서 주류적 위치를 차지하게 되고, 이
후 회화 발전 방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당대의 회화적 성과는 각 분야에서 배출된 걸출한 화가들, 예
를 들면 인물화로 유명한 염입본閻立本, 장훤張萱, 오도자吳道子, 주방周昉, 청록산수화의 이사훈李思訓 · 이
소도李昭道 부자와 수묵산수화의 왕유王維, 말[馬] 그림으로 유명한 조패曺覇와 한간韓干, 그리고 화조화를
잘 그렸던 변란邊鸞 · 조광윤刁光胤 같은 화가들에 의해 주도되었다.
이 중 화조화가들의 작품은 다른 화목畵目의 경우와 달리 지금까지 전하는 작품이 없다. 따라서 당시에 유행한
화조화풍에 대해서는 오로지 화사畵史에 기록된 화가들의 화풍 경향이나 그림에 대한 감상평 등을 통해서만 짐작
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대 무덤 속에서 발견된 화조벽화 자료들은 당시 유행한 화조화의 면모를 확인
하고 이해하는 데 더없이 중요한 실물자료로서, 문헌사료에 버금가는 귀중한 자료적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 발굴된 당대 벽화 무덤 자료들에 따르면, 화조화가 본격적으로 단독 화면에 묘사되기 시작한 것은
성당盛唐 말기이며, 중 · 만당中 ·晩唐 시기를 거쳐 활발하게 제작된다. 성당 말기 이전의 화조 소재는 남북조
시대의 영향으로 여전히 인물의 배경으로 묘사되긴 했으나, 표현의 비중이 커지고 화훼花卉나 금조禽鳥의
종류도 훨씬 다양해졌다는 점에서 앞선 시기와 차이점을 보인다. 또한 일부 고분벽화에서는 장식적 성격의
화조가 천장 부분에 단독으로 묘사된 예도 출현하여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부채를 든 궁녀>, 이헌 묘, 용도 동벽, 당 742년, 섬서 서안.
···
지금까지 발견된 당대의 벽화 고분은 90여 기에 달한다. 그 분포 지역은 당의 수도였던 장안長安, 낙양洛陽,
태원太原 이외에 북경北京, 산동山東, 하북河北, 신강新疆 등 넓은 범위에 걸쳐 있다. 당대의 고분벽화는 무덤
의 구조와 규모, 벽화의 내용 및 그 양식적 특징에 따라 전 · 중 · 후기의 3단계로 구분하거나 5단계로 세분한다.
(좌), <시녀도>, 이봉 묘, 당 675년, 섬서 서안.
(우), <수하인물도>, 긍승초 7호 묘, 묘실 서벽, 7세기 말, 산서 태원.
<궁녀도>, 의덕태자 묘, 용도 서벽, 당 706년, 섬서 서안.
<궁녀도>, 장회태자 묘, 용도.
<화조화>, 석곽(石槨) 선각화, 장회태자 묘 출토.
<금분화조도>, 당안공주 묘, 서벽, 당 784년, 섬서 서안.
(좌), <금분화조도>, 조일공 묘, 묘실 서벽, 당 829년, 하북 안양.
(우), <금분화조도> 세부, 조일공 묘.
<화조도>, 왕처직 묘, 후실 북벽, 오대 924년, 하북 곡양.
<육선화조병풍>, 아스타나 당묘 217화, 중당~만당, 신강 투루판.
인용: <꽃과 동물로 본 세상> 중 김진순 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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