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대원사 현장 스님께서
법정 스님과 관련된『시작할때 그 마음으로』라는 제하의 책을 엮어 내신 바 있었다.
내용 중 《명동성당 강론》 부분을 이 자리에 옮겨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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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2월 24일, 법정 스님은 명동성당에서 강론을 했다.
김수환 추기경이 길상사 개원법회에 참석하여 축사한 것의 답례 성격으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나 (현장 스님)는 그동안 법정 스님이 명동성당에서 강론했다는 소식만 알고 그 내용은 몰랐다.
다행히 이해인 수녀님이 당시의 강론을 녹취한 녹음 CD를 보내와 스님의 강론을 접할 수 있었다.
스님께서는 강론에 앞서 이렇게 인사했다.
"명동성당 축성 10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이 자리에서 강론을 하게 해 주신 천주님의 뜻에 거듭 감사드립니다."
성당을 가득 매웠을 신자들의 뜨거운 박수 소리가 이어진다.
성당의 제대 앞에 서 있는 잿빛 승복의 승려라니 ..... 참으로 진풍경이었을 것이다.
- 우리가 선택해야 할 맑은 가난 -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우리가 각성해야 할 것은 경제 때문이 관심 밖으로 밀려난 인간존재입니다.
너무 경제, 경제 하면서 인간의 문제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습니다. 인간의 윤리적인 규범이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양심이 마비되고 전통적인 가치가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돈 몇 푼 때문에 사람이 사람을 죽입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미국식 산업구조 속에서 쓰다가 버리는
나쁜 생활습관으로 인해서 물건 뿐 아니라 우리는 인간의 고귀한 덕성까지 버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