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장산에서 발원한 좌측의 물과 병풍산에서 발원한 우측의 물이 합쳐지는 합수부.
이곳이야말로 '옐로우시티'를 표방하는 장성의 젖줄 黃龍江의 진정한 시작점.
이 근방 삼각주에 조성한 꽃밭과 연밭등을 이름하여 '황미르랜드'라 칭한다.
내일 모레면 구순에 이르는 노모께서 담낭 절제 수술을 받게되었고,
회복과 함께 요양원에 모셔다 드리고 집에 돌아 오는 길.
이런 저런 상념을 추스르고자 강변을 찾은 것.
강변을 거슬러 오르다 '황미르랜드'에 다다르니 강 건너로 연밭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내가 그리도 좋아하는 연향 한 번 들이키지 못하고 여름이 지나가고 있음을...
당연히 연밭으로 향하는 발길.
계절을 대표하는 香 중 여름하면 두 말할 것도 없이 蓮香이다.
봄 하면 梅香이요, 여름 하면 연향, 가을 하면 국향이요, 겨울엔 목서木犀향 쯤으로 생각되는데...
은은한 연향을 폐부에 원 없이 퍼 담으며 새삼 '생로병사'의 이치를 헤아린다.
낳으시고, 기르시고, 어느덧 생의 끝자락에 서신 내 어머니에 대한 애잔함과 한 없는 회한.
연 잎을 구르는 이슬처럼, 이내 가슴속에 번지는 어머니의 영롱한 사랑이
구월의 태양처럼 부디 힘을 잃지 마시길...
수련도 거의 끝물에 다다랐고...
초록빛 광택도 다소는 힘이 빠져가는 모습이다.
두터운 연잎 사이로 마지막 홍련을 피워내는 군자의 품위.
약간 흐트러진 모습이지만 이 자태 또한 사랑스럽지 아니한가?
비록 기품은 잃었지만 나름 백련의 고고함도...
늦 여름, 연탐蓮探객들의 방문.
주로 밤에 꽃을 피워 올리는 그리 흔치않은 빅토리아 연까지 심어놓은 모습.
그런데 아뿔사 !!!!!!!!!!
위 사진을 끝으로 카메라 에러가 뜨면서 이후 모든 사진이 날아가 버렸다.
내낮에 모습을 내민 빅토리아 연의 활짝 피어난 '대관식' 사진을 단 한 장도 건지지 못한 진한 아쉬움.
담 날 새벽같이 달려 갔건만,
이미 우아한 대관식 자태는 사라지고 여왕의 구겨진 드레스 자락만이 겨우 물 위에 뜬 모습.
생각지도 못한 대낮의 황홀한 빅토리아 연 대관식을
오직 눈과 가슴에만 담고 말 수 밖에 없었던 이 황당 시츄에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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