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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산행·여행·풍경

식영정에서 듣는 성산별곡

 

 

식영정(息影亭) 일원에 피어난 석산화

 

 

 

 

 

 

 

 

 

 

 

 

 

 

 

 

 

 

 

 

 

 







 

 

 

 

 

식영정(息影亭)


 

 1560년(명종 15) 서하당 김성원(金成遠)이 자신의 스승이자 장인이었던 석천(石川) 임억령(林億齡)을

위해 지은 정자이다. 김성원이 쓴 시문집 《서하당유고(棲霞堂遺稿)》에 “공이 36세 되던 해인 1560년,

창평의 성산에 식영정과 서하당을 지었다(庚申公三十六歲 築棲霞堂于昌平之星山)”라고 기록되어 있다.

 

 

 

 

식영정 주변의 송림

 

 

 

 

 

 

 

식영정은 노송과 여름 날 붉은  배롱꽃이 함께 어울려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식영정은 《장자》의 〈제물편〉에 ‘자신의 그림자가 두려워 도망치다 죽은 바보’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그림자를 두려워하는 바보가 있었다. 그는 그림자에서 벗어나려고 끝없이 달아났다.

그러나 제아무리 빨리 달려도 그림자는 끝까지 그를 쫓아왔다. 더욱더 빠르게 달려도 절대로 그림자를 벗어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힘이 다해 그만 쓰러져 죽고 말았다. 여기서 그림자는 인간의 욕망을 의미한다.

 누구나 욕심으로 가득 찬 세속을 벗어나지 않고는 이를 떨쳐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옛날 선인들은 세속을 떠나 있는 곳, 그림자도 쉬는 그곳을 ‘식영세계’라 불렀다.

 식영정은 바로 이러한 식영세계를 상징하는 곳이다.

 

 

 

 

 

식영정의 주인 임억령은 관직에서 물러난 뒤 노후를 이곳에서 유유자적하며 자연을 벗 삼아 생활했다.

그는 세상의 부귀영화를 초개와 같이 여기고 산림에 묻혀 산 선비로 진퇴를 분명히 한 올곧은 지식인이었다.

그는 호남의 사종(詞宗)으로 불리는데 사종이란 시문에 뛰어난 대가라는 의미다.

 

해남의 석천동에서 다섯 형제 중 삼남으로 태어난 그는 14세 때 엄한 어머니의 뜻에 따라

청백리로 불렸던 조선 사림의 정통인 박상의 제자가 되었다. 임억령은 30세가 되던 해 과거에 급제하여 관직에 나갔다.

그가 금산군수로 재직할 당시 을사사화(1545)가 일어났는데, 그의 동생 임백령이 사화에 연루된 것을 알고

 벼슬을 내놓고 향리에 은거했다. 그는 명종조에 다시 벼슬에 나아가 담양부사를 끝으로 이곳 식영정에서 은일했다.

 

 

 

 

 

 

식영정에는 당대를 풍미한 시인묵객이 드나들었는데, 그때의 인물로는 면앙정 송순, 사촌 김윤제,

하서 김인후, 고봉 기대승, 소쇄공 양산보, 서하당 김성원, 송강 정철, 제봉 고경명, 옥봉 백광훈 등이었다.

 이들이 바로 식영정가단을 형성한 인사들이다. 특히 석천과 서하당, 송강, 제봉을 일컬어 ‘식영정 사선(四仙)’ 또는

 ‘성산 사선’이라고 칭했다. 식영정 사선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식영정을 ‘사선정’이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했다.

이들은 식영정과 환벽당을 오가면서 각 20수씩 총 80수의 〈식영정 20영〉을 지어 이곳의 아름다운 풍광을 노래했다.

 

 

 

 

 

 

성산은 식영정의 뒷산인 별뫼를 말한다. 광주호가 만들어지면서 현재는 지형이 변형되었지만

과거에는 식영정 앞 창계천을 따라 경치가 뛰어난 장소가 많았다. 자미탄, 견로암, 방초주, 부용당, 서석대 등

식영정 주변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가 곧 〈식영정 20영〉이다.

식영정을 지은 김성원은 정철과 함께 김윤제의 문하에서 동문수학한 사이로 유년에 창계천 건너 작은 동산 위에 지어진

 환벽당(環碧堂)에서 함께 공부했다. 정철이 지은 〈성산별곡〉은 성산의 사계절을 아름답게 표현한 시가로 가사문학의

정수로 꼽힌다. 가사(歌辭)는 고려 말에서 조선 초에 걸쳐 생겨난 우리 문학의 한 형식으로 시조와 함께 양반, 평민,

부녀자 등 다양한 계층에서 부른 노래를 일컫는다. 시가와 산문의 중간 형식인 가사문학은 담양 지방의 정자원림,

특히 이곳 식영정을 중심으로 크게 발전했다.

 

 

 

 

 

 

식영정은 환벽당, 소쇄원과 함께 일동(一洞)의 삼승(三勝)이라 일컬어졌다.

일동의 동은 동천(洞天)을 의미하는데 동천이란 산수가 빼어난 아름다운 경승지로

 마치 신선이 살고 있는 선계와 같은 곳을 상징하는 지명이다.

 이러한 동천의 경승 중에서 특별히 수려한 정자원림 세 곳을 선정하여 일동삼승이라 했다.

 

식영정 일원은 성산 아래에 위치한 식영정과 부용당, 서하당, 연못 등 전통원림 시설을 비롯하여 우거진 송림,

조망의 아름다움이 명승의 요건으로서 중요하게 평가되었다. 특히 고전문학을 저변으로 하는 문화적 의미는

 식영정 일원을 역사와 문화의 숨결을 담은 명승으로 빛나게 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 위 식영정에 관한 내용은 '다음백과'에서 발췌한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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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성산별곡 (星山別曲)

 

 

 

 



 

 

 

 

 



『성산별곡』星山別曲 (현대어 해설) 

서사(緖詞) : 김성원의 전원 심취와 식영정 주변의 선경 같은 경치

 

어떤 지나가는 나그네가 성산에 머물면서,

서하당 식영정의 주인아 내 말을 들어보소.

인간 세상에 좋은 일이 많건마는,

어찌 한 강산을 갈수록(그처럼) 낫게 여겨,

적막한 산중에 들어가고 아니 나오시는가.

솔뿌리를 다시 쓸고 대나무 침대에 자리를 보아,

잠시 올라앉아 주위를 어떤가 하고 다시 보니,

하늘가에 떠 있는 구름이 서석을 집을 삼아,

나가는 듯하다가 들어가는 모습이 주인과 어떠한가.

푸른 시내의 횐 물결이 정자 앞에 둘러 있으니,

하늘의 은하수를 그 누가 베어 내어,

잇는 듯 펼쳐 놓은 듯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

산중에 달력이 없어서 사계절을 모르더니,

눈 아래 헤쳐 있는 경치가 철을 따라 저절로 생겨나니,

듣고 보는 일이 다 신선이 사는 세상이로다.

 

 

 

춘사(春詞 : 성산의 봄 경치와 주인공의 생활(청문고사)

 

매창 아침 볕의 향기에 잠을 깨니,

산늙은이의 할 일이 아주 없지도 아니하다.

울타리 밑 양지쪽에 오이씨를 흩뿌려 두고

김을 매거니 북을 돋우면서 비온 김에 가꾸어 내니,

청문의 옛일이 지금도 있다 할 것이로다.

짚신을 죄어 신고 대지팡이를 여기저기 옮겨 짚으니,

도화 핀 시냇길이 방초주에 이어 있구나.

맑게 닦은 거울 속에 저절로 그려진 병풍처럼 생긴

석벽의 그림자를 벗 삼아 서하로 함께 가니,

무릉도원이 어디인가 여기가 바로 그곳이로다.

 

 

 

하사(夏詞) : 신선하고 한가한 성산의 여름 풍경

 

남풍이 건듯 불어 녹음을 헤쳐 내니

철을 아는 꾀꼬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희황 베개 위에 선잠을 얼핏 깨니 공중에

(솟아 있으면서도 그림자는 물속에)

젖은 난간이 물 위에 떠 있구나.

베옷을 여미어 입고 갈건을 비스듬히 쓰고

(허리를) 구부렸다가 (난간에) 기대면서 보는 것이 고기로다.

하룻밤 비 온 뒤에 붉은 연꽃과 흰 연꽃이

섞어 피니 바람 기운 없이도 모든 산에 향기로다.

주렴계를 마주보아 태극을 묻는 듯

태을진인이 구슬 옥자를 헤쳐 놓은 듯.

노자암을 건너다보며 자미탄을 곁에 두고

큰 소나무를 차일삼아 돌길에 앉으니,

인간 세상의 유월이 여기는 가을이로구나.

맑은 강에 떠 있던 오리가 백사장에 옮아 앉아

갈매기를 벗을 삼고 잠을 깰 줄 모르나니

무심하고 한가함이 주인과 비교하여 어떤가.

 

 

추사(秋詞) : 성산의 가을 달밤 풍경

 

오동나무 사이로 가을달이 사경에 돋아 오니,

천암만학이 낮보다도 더 아름답구나.

호주의 수정궁을 누가 여기 옮겨 왔는가.

은하수를 뛰어 건너 광한전에 올라 있는 듯.

한 쌍의 늙은 소나무를 낚시터에 세워 두고

그 아래 배를 띄워 가는 대로 버려두니

흥료화 백빈주를 어느 사이 지났기에

환벽당 용의 못이 뱃머리에 닿았구나.

푸른 풀이 우거진 강변에서 소 먹이는 아이들이

석양의 흥을 못 이겨 피리를 불어 대니

물 속에 잠긴 용이 잠을 깨어 일어날 듯.

연기 기운에 나온 학이

제 집을 버려두고 반공에 솟아 뜰 듯.

소식의 적벽부에는 가을 칠월이 좋다 하였으되

팔월 보름밤을 모두 어찌 칭찬하는고.

잔구름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물결도 잔잔한 때에

하늘에 돋은 달이 소나무 위에 걸렸으니

달을 잡으려가 물에 빠진 이백의 옛일이 야단스럽구나.

 

 

동사(冬詞) : 눈 내린 성산의 겨울 경치와 이곳에 은거하는 늙은이의 부귀

 

아무도 없는 산에 쌓인 낙엽을 북풍이 거둬 불어,

떼구름 거느리고 눈까지 몰아오니

조물주가 일을 즐겨 옥으로 꽃을 지어

온갖 나무들을 잘도 꾸며 내었구나.

앞 여울물 모두 얼고 외나무다리 걸려 있는데

막대를 멘 늙은 중이 어느 절로 간단 말인가.

김성원(산옹)의 이 부귀를 남에게 소문내지 마오.

옥 같은 굴 숨은 세계를 찾을 사람이 있을까 두렵도다.

 

 

결사(結詞) : 전원 생활의 멋과 풍류

 

산중에 벗이 없어 서책을 쌓아 놓고,

만고의 인물들을 거슬러 헤아려보니,

성현도 많거니와 호걸도 많고 많다.

하늘이 사람을 만들 때에 어찌 무심할까마는,

어찌된 시운이 흥했다 망했다 하였는가.

모를 일도 많거니와 애달픔도 그지없다.

기산의 늙은 고불(古佛) 귀는 어찌 씻었던가.

소리가 난다고 핑계하고 표주박을 버린

허유의 지조 조장이 가장 높다.

인심이 얼굴 같아서 볼수록 새롭거늘,

세상사는 구름이라 험하기도 험하구나.

엊그제 빚은 술이 얼마나 익었는가.

술잔을 잡거니 권하거니 실컷 기울이니

마음에 맺힌 시름이 조금이나마 덜어지는구나.

거문고 줄을 얹어 풍입송을 타자구나.

손님인지 주인인지 다 잊어버렸도다.

높고 먼 공중에 떠 있는 학이 이 골의 진선이라.

이전에 요대 달 아래서 혹시 아니 만나셨는가.

손님이 주인에게 이르기를

그대가 곧 진선인가 하노라.

 

 

 

 

 

 

 

서하당 부용당 구역

 

 

 

 

 

 

 

 

 

 

 

 

 

 

 

 

 

 

 

'성산별곡'으로 가을을 열어 주신 이 정 옥님.

 

 

 

 

 

 

 

 

남도풍류 나들이 "식영정에서 듣는 성산별곡"

가을맞이 시회(詩會)로 이보다 더 멋진 자리가 어디 또 있을까?

 

 시가문학의 백과사전 이정옥님이 온몸으로 읊어내는

국문학사의 금자탑 '성산별곡'

 

시회(詩會)의 끝에 한 바탕 쏟아진 시원한 소나기를 바라보며

식영정 마루에서 마시는 한 잔의 차는 또 어쩌면 그리도 달보드레 하던지.

 

 가사문학의 본향 식영정에서 펼쳐진 오늘의 시회(詩會).

인문학과 푸닥거리(?)의 본질이 남도풍류의 현장 별뫼에 흥건 낭자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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