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15~18
칼바람이 휘몰아치는 변산 고사포 해수욕장
고사포 송림을 할퀴는 눈보라.
변산 마실길에서 바라본 '하섬' 일대
수성당
부안 격포리 13그루 후박나무 군락
(천연기념물 제 123호)
내소사 전나무 숲길
이매창의 詩心을 오늘에 전한 개암사 전경
심상찮은 '개암梅' 안위가 못내 걱정스러울 뿐.
우금바위에 떨어지는 햇살 한 줌.
개암사 견공 삽사리와 함께
"아뇽~~ 잘~ 있어 ~~~"
李梅窓墓
- 전라북도 기념물 제65호 -
부안의 율객(律客)모임인 부풍율회(扶風律會)에서 매년 음력 4월 5일마다 매창제(梅窓祭)를 지낸다.
촌은(村隱) 유희경(劉希慶)[1545~1636]과 이매창에 얽힌 詩 한 수.
낭가재낭주 娘家在浪州 그대의 집은 부안에 있고
아가주경구 我家住京口 나의 집은 서울에 있어
상사불상견 相思不相見 그리움 사무쳐도 서로 못 보고
장단오동우 腸斷梧桐雨 오동에 비 뿌릴 젠 애가 끊겨라
이매창李梅窓의 무덤 앞에서
-송수권-
이 세상 뜻있는 남자라면 변산에 와서
하룻밤 유숙하고 갈 만하다
허름한 민박집도 많지만
그러나 정작 들러야 할 민박집은 한군데
지금도 가얏고 소리 끊이지 않고
큰머리 옥비녀 꽂았는데
머리 풀기를 기다리는 여인
서해 뻘밭을 끓이는 아아 후끈 이는 갯내음
변산해수욕장을 조금만 비껴 오르면
부안읍 서림공원 그 아랫마을 공동묘지
바다 우렁이 속 같은 고둥껍질 속에
한숨 같은 그녀의 등불이 걸려있다
온 몸의 근질근질한 피는 서해 노을 속에 뿌리고
서너 물밭 간드러진 물살에
창창하게 피는 낚싯줄
이 세상 남자자면 변산에 와서
하룻밤 그녀의 집에 들러 불 끄고 갈 만하다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뻘 속에 코를 처박고 싶은 여름날
아아
이 후끈 이는 갯내음
검붉은 남천 열매 한 송이를 매창 묘소에...
閨中怨규중원 / 李梅窓
瓊苑梨花杜宇啼(경원리화두우제) / 옥같은 동산에 배꽃 피고 두견새 우는 밤
滿庭蟾影更悽悽(만정섬영갱처처) / 뜰 가득 달빛 더욱 서러워라
相思欲夢還無寐(상사욕몽환무매) / 꿈이나 만나려도 도리어 잠마저 오지 않고
起倚梅窓聽五鷄(기의매창청오계) / 일어나 매화 핀 창가에 기대어 오경(五更)의 닭소리 듣네
竹院春深曙色遲(죽원춘심서색지) / 대숲엔 봄이 깊고 날 밝기는 멀었는데
小庭人寂落花飛(소정인적낙화비) / 인적도 없는 작은 정원엔 꽃잎만 흩날려라
瑤箏彈罷江南曲(요쟁탄파강남곡) / 고운 거문고로 「강남곡」을 뜯으니
萬斛愁懷一片詩(만곡수회일편시) / 끝없는 시름, 마음엔 한 편의 시(詩)를 이루네
매창의 부음에 부친 허균의 만시(輓詩)라던가...
妙句堪璃錦 / 신묘한 글귀는 비단을 펼쳐 놓은 듯
淸歌解駐雲 / 청아한 노래는 가는 구름을 멈추게 하네
偸桃來下界 / 복숭아를 딴 죄로 인간 세상에 귀양 왔고
竊藥去人群 / 선약을 훔쳤던가 이승을 떠나다니
燈暗芙蓉帳 / 부용의 장막에 등불은 어둑하고
香殘翡翠裙 / 비취색 치마에 향내만 남았구려
明年小桃發 / 명년이라 복사꽃 방긋방긋 피어날 제
誰過薛濤墳 / 설도의 무덤을 어느 뉘 찾을는지
凄絶班姬扉 / 처절한 반첩호의 부채라
悲凉卓女琴 / 비량한 탁문군(卓文君)의 거문고로세
飄花空積恨 / 나는 꽃은 속절없이 한을 쌓아라
襄蕙只傷心 / 시든 난초 다만 마음 상할 뿐
蓬島雲無迹 / 봉래섬에 구름은 자취가 없고
滄溟月已沆 / 한 바다에 달은 하마 잠기었다오
他年蘇小擇 / 다른 해 봄이 와도 소소의 집엔
殘柳不成陰 / 낡은 버들 그늘을 이루지 못했네
겨울 곰소만
앙칼진 겨울 밤을 부드럽게 녹이는
'묵방산 들국화' 대표 정심당님의 힐링예찬.
궁항(弓港) 방파제에서...
왼편 멀리 정읍 두승산에서
내장산 연봉 그리고 방장산에 이르기까지...
愛日堂
강기욱 선생님 내외의 애장품 '차호' Collection
향합 Collection
애일당에서의 다담으로 3박4일의 폭설 여정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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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칼진 바람과 추위를 동반한 폭설 가운데
천년 고찰 편력에다 겨울바다의 서정과 李梅窓의 시심 까지를 주워 담겠노라
부안 읍내와 외변산 일대를 오간 것.
황진이가 읊었다던가.
"동짓달 기나긴 밤 한 허리를 베어 두었다가,
정든 님이 오신 그날 밤에 붙여 쓰겠노라"
동시대 부안의 문호 이매창은 또 이리 읊었다.
"명주 저고리 하나 쯤이야 아까울게 없지만
님이 주신 은정까지 찢기울까 그게 두렵소"
그저 생각커니
이내 정서는 아무래도 '매창'쪽으로 기우는 듯.
운신이 어려웠던 폭설속의 힐링예찬은 금번 여행의 최대 수확.
일정 따위에 안달복달 할것도 없이 겨울밤을 지인과의 정담으로 도란도란,
온통 하얗게 지새울 수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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