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탐매 (甲午探梅) 4편
♥ 낙안매 ♥
2014. 3. 11
낙안읍성
수양매
청매
낙안매
(수령 약 7. 80년 추정)
연꽃이 불교의 꽃이고 장미와 백합이 기독교를 나타내는 꽃이라면 매화는 단연 유교를 상징하는 꽃이다.
추위에 굴하지 않은 매화는 청빈 속에서 살아가는 깐깐한 선비의 기개이고 눈 속에서도 몰래 풍기는
매화의 향기는 군자(君子)의 덕이다. 그러한 유교적 이념이 시제(詩題)가 되면 한시와 시조 그리고
'만요슈'의 노래 같은 문학 텍스트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다시 그 시제가 화제(畵題)로 옮겨지게 되면 사군자나 세한삼우 같은 문인화가 생겨난다.
다시 붓으로 그려진 수묵의 매화가 다시 의식주의 일상적 도구를 장식하는 의장이 되면 사랑방의 문구와
여인네의 쪽에 꽂은 매화잠(梅花簪) 같은 장신구가 된다.
하지만 상층부에서 하층부로 때로는 하층부에서 상층부로 매화의 문화 텍스트를 좀더 자세히 읽고
그 풍토를 넓혀가면 그것은 유교만의 상징으로 설명할 수 없게 된다.
유교의 대표적인 경전이라 할 수 있는 <논어>, <맹자>에서는 매화가 단 한 마디도 언급되어 있지 않다.
성리학의 이념을 나타냈다는 문인화의 묵매는 그 창시자가 유생이 아닌 선승(禪僧) 중인(仲仁)이었다.
매화를 아내로 하고 학을 아들로 삼으며 평생을 서호의 고산에 들어가 살았다는 임포(林逋)와
마고선녀(魔姑仙女)로 비유되기도 하는 그 매화의 이미지는 유교의 군자보다는 도교의 상징인 신선이다.
그래서 매은(梅隱), 매선(梅仙)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어째서 한국의 무속 신앙을 나타내는 사당에 매화 부인이나 매화보살의 초상이 걸려있고
어째서 고결한 선비를 상징하는 매화가 관기나 천한 계집종의 이름으로 붙여졌는가.
중국과 한국은 그렇다 치고 도겐(道元)의 담론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일본에서의 매화는 유교의
꽃이 아니라 선종의 도를 상징하는 꽃이다.
- 이어령의 '매화 텍스트의 여러가지 목소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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