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탐매 소고 (癸巳探梅小考)
2013. 4. 10
고불총림 백양사 쌍계루 앞 늦은 오후.
해가 있는 쪽은 봄이요 음영이 드리워진 쪽은 아직도 시린 느낌이라.
파스텔톤을 봐서는 분명 봄이런만...
사천왕문을 지나 경내에 들어 섭니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니
한국의 백경(百景)으로 회자되는 학바위가 석양을 받고 있습니다.
언제나 처럼 그 해의 탐매 마무리는 항상 고불매 前
대한민국 홍매의 총아답게
부서지는 석양 아래 환상의 투명함을 뽐내는 고불매
고불매 특유의 격조 높은 매향.
오늘 따라 유달리 가슴에 더 진하게 와 닿는 느낌입니다.
건너 편 산의 브라운 색감과 환상의 궁합을 이루는 고불매.
은은한 색감하며 결코 수선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고불매향
감히 주장컨데,
고불매가 있어 스님네들의 선풍도 더욱 옹골차리라.
단 한번만이라도 고불매 앞에 서 보시라.
고불매향 한 줌이면 어지간한 번뇌 쯤은 즉석에서 해결되리니.
이런 호강 저런 호강 해도
지상 최고의 호강은 바로 탐매라는 사실을 알고나 들 계시는지...
짧은 인생, 가진 것 없는 보통의 우리네.
사치는 언감생심, 이런 호강이라도 한 번쯤 누려보고 가야 할 것 아닌가?
한참동안 코를 벌름거리던 어떤 아줌마 왈.
"매향이 이렇게 매력있는 존재인지 첨 알았어요!!!"
어린 학생들까지도 이구동성.
"애들아 ~~ 이 꽃 향기 너무 쥑인다~~ㅇ"
부러지고 찟겨나가는 수난 중에서도
조선 최고 매향을 아낌없이 선물하는 고불매의 저력에 그저 두 손 모을 수 밖에...
고불매 앞에 두 손을 모으고
안쓰러움과 고마움 정도를 떠올렸다면 당신은 이미 진정한 탐매인.
매화, 그 중에서도 고매는
결코 화무십일홍으로 끝나는 존재가 아님을 인식하시길.
고불매여
부디 건강하시어 내년에도 더욱 아름답게 피어나시라.
아름다운 고불매여,
찟겨진 팔 많이 아프시죠? 내 가끔씩 찾아와 성심껏 위로해 드리리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더니,
뚝 떨어진 기온에 눈발까지 오락가락 하는 음력 삼월 초하루.
다 늦은 오후, 벌떡 일어나 또 다시 고불매를 찾는다.
언제나 처럼 올해 탐매 일정의 총 마무리를 위해.
투명한 석양빛에 부서지는 연분홍 색감과 고불매 특유의 매력만점 향기.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얼마동안 매향에 젖고나니 그만 일락서산이라.
진한 아쉬움으로 한동안 서성이다 산문을 나서 사하촌 친구에게로.
매담을 안주로 막걸리가 몇 순배 돌 즈음 야월탐매를 제안하는 친구.
비록 달은 없다지만 미련이 남았던 터라 즉각 굴참나무길을 휘적휘적.
아! 오밤중 경내에 짙게 깔린 고불매향의 이 진한 감동을 어이 주체한단 말인가?
계사년의 탐매를 통해
고매와 탐매에 대해 높아진 관심을 확인 할 수 있었음은 무척 반가운 사안.
지자체와 해당 관청등의 협조가 있었다는 사실까지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동안 고매의 유지관리 등을 역설 해 온 나로서는 기쁘기 한량없는 일.
비록 개인 주택에 서 있다고는 하나 나라 전체의 문화 역량이란 차원에서 본다면
사라져 가는 이 땅의 보물급 고매관리는 어찌보면 당연하고도 중차대 한 사안.
부디 전문가의 세심한 관리와 지자체의 무한 관심까지를 요청하고 싶다.
아직도 전문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개체가 상당 수에 이름도 확인 할 수 있었는데
향부론의 차원에서 보더라도 결코 미루어선 안된다는 생각이다.
매향의 기억을 갖고 자란 아이의 심성은 고매한 인격으로 연결된다는 사실.
이 점을 이 땅 어른 들 모두가 간과하지 말고 가슴 깊이 새겨 주었으면 좋겠다.
탐매(探梅)................!!!
그저 한낱 범부의 개인 취향 차원에서 끄적대는 괴발개발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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