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탐매 壬辰探梅 제 19편
2012. 4. 14
내소사백매
내소사홍매
개암사
개암매
경기전 청매
경기전 녹악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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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함의 대명사 격인 내소사 백매.
요 몇년 사이 올해의 개화 상태가 가장 좋아 보이는지라 오래토록 머물고 싶었다.
하지만 물밀듯이 내소사 경내를 밟아대는 수 많은 인파의 소란스러움을
더 이상 견뎌 낼 제간이 없었다는 사실이 심히 유감스러울 뿐.
대웅전 앞 홍매 주위에는 비명을 질러가며 인증샷을그 남기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
어찌 어찌 대충 몇 장 철푸덕 거렸지만 태양이 머리 위에 솟구친지라 꽝 수준.
날 무슨 작가 쯤으로 착각하는 모양, 덩달아 카메라를 안겨주며 잘 박아달라는
경향 각지 여인네들의 성화에 잠시나마 진땀을 흘렸다는 사실.
부리나케 전나무 숲길을 빠져나가 집단 음식점 앞을 지나는데 더 이상 못참겠다.
아침은 커녕 물 한모금도 마시지 않고 달렸는데 파전을 부쳐대는 고소한 내음 앞에
더 이상 무릎을 꿇지 않을 재간이 없어 용감무식하게 식당 문을 밀치고 만다.
대개의 남자들이 그렇듯이 홀로 식당밥을 먹기란 여간해선 쉽지않은 법.
아니나 다를까? 눈칫밥을 얻어먹는 듯해서 음식이 목구멍에 쉬 넘어가질 않는다.
물로 대충 입안을 헹구고 개암사를 향해 달린다.
따가운 사월 한낮의 햇살아래 사진발을 기대하긴 애시당초 틀렸는지라
'개암매' 주위를 빙빙 돌아가며 궁리를 하던 차 귓전에 들려오는 요상한 맨트.
" 자~~ 구경하세요, 홍매입니다. 사백두살 먹은 개암사 홍매입니다."
멘트의 당사자는 다름 아닌 개암매 앞 매점 여자 쥔. 하도 황당해서 물었다.
" 누가 사백두살 먹었다고 하던가요?"
" 우리 스님이요......"
일그러지는 내 입 모양을 보았단 보았던게 틀림없다. 매점 보살이 하는 말.
"사진이나 잘 찍지 뭘 시비를 걸고 그러세요?"
절 마당에서 장사를 통해 부를 얻는 것 까지야 내 시비할 사항이 아니지만,
저간의 내력까지 왜곡시켜가며 초짜 탐매객들에게 무식을 강요하는 문화(?) 해설.
순간 속이 울렁거려 더 이상 개암매 앞에 서 있고 싶은 생각이 싹 달아난다.
누가 뭐래도 난 이 개암매에 이매창의 원혼이 서려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최고의 여류시인 매창과의 연대성에 대해선 단 한 마디도 없고, 뭐 사백이년된 홍매...? 한심한 작태 앞에 그저 길게 내뱉는 이내 한숨소리가 개암사 마당에 흩어질 뿐.볶아대는 엔진의 비명에도 아랑곳 없이 마지막 행선지 전주를 향해 달린다.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봉안한 '경기전' 가장 독특한 형태의 청매가 올해도 어김없이 청아하기 이를데 없는 꽃을 피워올렸다.마치 하얗고 투명한 빛깔의 나비떼가 가지 위에서 춤을 추어대고 있는 형상. 다이어트를 심하게 한 용 한 마리가 경기전에 검은 화석이되어 꽃을 피워냈다고나 할까?이내 알량한 염량으로는 분석 불가의 매화인지라 늘 흥미를 끌 수 밖에...
전동성당 너머로 뉘엿뉘엿 지는 해를 바라보며, 아직도 부름에 응하지 못한 이 땅의 명매와 고매의 리스트를 떠올려 본다.아쉽고 또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더 이상 매화가 날 기다려 주지 않는 것을...
숨가쁘게 달려온 '임진탐매' 내년을 기약하며 올 봄 그 대강의 일정을 여기서 접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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