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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묵방도담

제1회 묵방도담 (默芳道談) <4부>

 

1회  묵방도담 (默芳道談)   

주제 : 영성(靈性)

 

"도선비결과 대한민국의 미래"   전택원 (고려대 철학박사)

 

 

 

 1945년 9월 경상남도 진영읍 여래리生.

<중앙일보> 기자 시절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으로 해직당했다.

해직 시절, 석사(중국철학), 박사((한국철학) 과정을 거쳐

<조선시대 심학자 정재두의 심체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 봄 다시 <중앙일보>로 복직, 홍콩특파원과 1992년에는 북경특파원을 지냈다.  

<중앙일보> 국제부장을 거쳐 고려대와 한양대 등에서 강의를 했다.

1997년 탈북자를 소재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진리'와 '분단시대'를 주제로 삼아 본격적인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전택원 박사의 일성은 이런 것이었다.

 

"제 맘데로 말씀드릴테니 많이 꾸짓어 주시기 바랍니다."

 

『동학은 천지인이다. 시간이 나면 중앙박물관엘 가는데 꼭 책 속을 걸어들어가는 기분이다.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주인공인 구석기인들이, 하늘의 별도 볼 줄 모르고,  고래도 잡을 줄 모르는 현재의 우리를 보면  불쌍타는 생각을 할 것이다.』 위의 내용을 필두로  종횡무진, 좌충우돌, 5만 년의 시공간을 사뿐한 걸음으로 래왕하며,그는 주어진 시간 내내, 마치 갈기 세운 사자처럼 시종일관 포효하고 있었다.

 

 문제는 박사 면전에서의 언어는 충분히 접수가 되었는데,  막상 문자화 시켜보겠다고 자판에 손을 올린 순간 그만 머릿속이 하얘지고 말더라는 사실.

 

그의 울부짓음은 결코 페이퍼에 기록되어지는 따위의 것이 아니었음을 단박에 깨닫게 된다.세치 혀의 舌語가 아니라,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진 心言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다면 돌머리를 쥐어 짜면서 끙끙거리기 보담차라리 그 시간에 박사의 명저 "마음의 이슬 하나" 한 줄이라도 더 읽어 보는게....!

 

 

 

 

박사의 말씀중 기억에 남는 대목 하나.

 

"주역과 수운의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적어도 지식으로 부터는 풀려나야 한다."

"영성의 길은 무극대도이다. 살아 있는 동안 깨끗치 못하면 안된다."

"내공과 수행을 통해서만 장부가 될 수 있다." 

 

 

 

 

책 표지에 나오는 수운 석상에 대하여...

 

백수 시절 경주 수운 묘소에 들러 12번 절을 했다. 다녀와서도 계속 수운 석상이 떠올랐다.그래서 당신 저서의 표지로 삼을 생각을 하고 사진 작가와 동행하여 다시 수운 묘소에 갔는데 처음 당신의 심안에 찍혔던그 느낌이 아니더라는 것. 그러다가 우연히 석상의 오른쪽 손등을 쥐게 되었는데 너무 부드러웠고 거기 이끼가 있었다.순간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말씀을 들려주신다.

 

새로운 문명시대를 여는 빛나는 눈동자.한반도의 젊은이게게 이 책을 바칩니다.

 

책의 서두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묵방도담'에서 박사 자신이 젊은이라 주장했으니, 그렇다면 나는 병아리에 불과한게 아닌가?그렇다면 산술적 나이 따윈 괘념(掛念)치 말고 안심하고 읽어도 별 탈이 없으렸다!

 

탄생하기까지 물경 13년이란 세월을 녹여내셨다는 "마음에 이슬 하나" 첫 느낌이랄까? 우선 독자를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271자 도선비결에 식상했을 사람들을 다독여 알기쉬운 언어로 차근차근 이끌고 있었다.당신의 이력과 체험을 적절하게 동원하여 독자를 이해시켜가는 점 또한 끌릴 수 밖에.

 

거기에다 문체는 또 왜 이리 아름답단 말인가?

 

박사의 숨가뿐 발제가 끝나고 질문과 담론이 이어질 무렵, "묵방도담'에 참석했던'정신세계사' 봄날 송순헌 대표께서 위 저서 중 한 대목을 읽어주겠노라 일어서신다.저자는 물론 이 자리의 모든이들이 과연 어떤 내용을 들려줄 것인가 귀를 바짝 세워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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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허위적 허위적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순간 나는 어둑한 산골짜기에 크고 아름다운샹들리에가 환하게 밝혀진 것을 보았다. 샹들리에?  어느 누가 이 깊은 산속에 샹델리아를, 첫 순간엔 그랬다. 나는 눈을 의심하며 다시 살폈다. 그것은 하얀 구름덩어리가 군데군데 내려앉은 것 같았다. 하얀 구름? 그럴리가, 나는 희게 빛나는 물체를 올려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알 수 없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거의 도달해서야 나는 그것이 찔레꽃이라는 것을 알았다. 방천이나 산길 가에서 보던 가닥이 이리저리 뻗은 그런 찔레가 아니었다. 몇 아름이 되게 구형을이룬 찔레나무는 온통 하얀 꽃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것은 믿을 수 없이 크고 아름다운 형체였다.

"야, 찔레가 수백 년 자라면 둥글게 되어 하얀 구름처럼 꽃피우는구나."

 

순백의 황홀이었다. 맑고 향기로운 찔레꽃 위로 얼굴을 가까이 갖다 댔다. 더 가까이 가기에는 가시가 두려웠지만 가능한 가까이서 나는 도취되었다. 수천, 수만의 꽃잎들이 구름처럼 펼쳐졌다.시야에 가득 작은 흰 새들이 어디 없이 날개치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얼굴을 덤불 사이로 밀어댔다. 찔레꽃 덤불 속은 희디 흰 또 하나의 세상이었다. 그리고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한없이 향기롭고 뽀얀 그 속의 세상으로 잠겨들었다. 그러나 정작 그 속으로 들여진 것은 내 시선일 뿐 얼굴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럴만한 틈은 없었다. 어안(魚眼)으로 그렇게 엿보는 것이 더 넓게느껴졌을 것이다. 그 속은 더없이 여린 꽃잎과 강인한 가시로 가려진 세상이기도 했다.그때 꽃 덤불 속에 언뜻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시선을 끌었다.

 

무언가 지극히 뽀얀 것이었다. 하얀 찔레꽃 보다 훨씬 더 뽀얀 빛으로 해서 시선이 붙들렸다. 어쩌면 이리 희디 힌 세상에서 그보다 더 하얀 것이 있을 수 있는가. 그토록 뽀얀 빛으로 해서 그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눈동자를고정시킨 채 그 뽀얀것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내 마음 속에 작은 탄성이 울렸다. 아, 이슬방울. 이슬 한 방울이 그 세상의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작은 이슬은 둘레에 가득찬수천, 수만의 찔레꽃을 남김없이 비추어내고 있었다. 자기보다 가늠할 수 없이 큰 세상을 천예의 섬세함으로 하나도 빠짐없이 아로새겨놓고 있었다.

 

그래서 희다 못해 더할 수 없이 뽀얀 빛이었다. 주위의 찔레꽃들을 남김없이 담아내어 이루어진 하얀 빛의 응고, 작은 이슬은 흰빛의 짙은 밀도속에 또 하나의 세상을 이루고 있었다. 이슬방울과 내 눈동자는 손 뼘 두어 개를 사이하여 그렇게 마주하고 있었다. 그것은 숨을 멈추게 하는 경이였다. 나는 이슬방울을 들여다 보며 내 모습도 거기에 비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딛고 선 이 땅도, 그 뒤로 펼쳐진 영취산도, 산 속의 통도사도, 산과 절을 안고 있는 하늘도 비칠 것이었다. 한 점 이슬이 그 투명함으로 하여 남김없이 우주를 담아내고 있었다. 그리하여 이슬방울은 삼라만상을 담은 작은 우주였다. 작고 뽀얀 이슬의 세계를 엿보며 나의 마음도 그렇게 열리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거의 숨을 멈추고 있었다. 경이로움으로 숨을 내쉴 수도 없었지만, 그럴 필요도 없는

짧은 동안이었을 것이다. 순간 내 가슴 속 깊숙이 "앗!" 하는 비명이 소리 없이 밤하늘을 가르는 유성처럼

그어졌다. 이슬방울이 떨어져 내린 것이다. 허공에 매달렸던 이슬방울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천천히 떨어져

불그레한 심연 속으로 멀어져갔다. 작은 공간 속이었으나 이슬이 떨어져가는 저쪽은 무변의 세계였다.

그 광경은 내 눈에 역력히 새겨졌다. 삼라만상을 담은 작은 우주가 저쪽 소멸의 세계로 빗금을 그으며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것은 또 하나의 영원이며 또한 찰나였을 것이다. 나는 숨을 멈춘 채 얼굴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찔레꽃 덤불 속에 작은 우주가 사라진 뒤 잠시 동안 어려 있던 환한 적요(寂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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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 송순현 선생님의 낭독이 끝나자 마자,

나는 벅찬 가슴으로 저자의 면전에서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모처럼 읽을만한 경전을 얻은 느낌입니다."

 

 

 

  

저자가 묻는다.  "나무와 돌과 쇠를 용접하려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서로 다른 것들을 하나로 녹여내는 것이 '도선비결'과 동학의 핵심 내용이라는 말씀. 

 

 

 

용담정에 모셔진 최수운 초상

(위 사진은 지난 6월 용담정을 방문했을때 찍은 것이다.)

 

 

 

둘째날의 만찬

 

 

 

대금 장인 청해 오재벽님의 '젓대에 대한 이해'

 

직접 제작하신  여러 형태의 악기 시연

 

 

 

 

 

 

 

  태극권에 대한 이해

 

 

 밝은빛 태극권 호남지부장 여연 서재식님의 시범

 

 

 

대금 연주와 어우러진 태극권 시범

 

묵방도담에 참여하신 인사들의 자기 소개 시간.

 

 

 

 

 마지막 날 아침 산책길에 오른 닭이봉 전망대에서의 풍경

 

 

 

 

 

 

격포항 선착장의 아침

 

 

  연 3일을 달려온 묵방도담 회고의 시간.

 

 

 

 

 내소사 전나무 숲길

 

내년 봄을 기다리는 고졸함의 대명사 내소사 백매 

 

 

 

내소사에 피어난 11월의 벚꽃

 

설선당 부엌 안에서 

 

설선당 가마솥

 

설선당 창살을 통해 부엌 바닥에 부서진 햇살 

 

튼실하게 매달린 설선당 앞 산수유

 

 

 

겨울을 준비하는 내소사 대웅전

 

 

창호지를 교체중인 대웅전 꽃살문을 안쪽에서 담아 보았다.

 

 

돌아 나서는 전나무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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靈性을 주제로 삼은 제1회 墨芳道談

 명단에 적힌 순서대로 한 분 한 분의 성함을 떠올려 봅니다.

 

언제나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신 것으로 기억된 조옥경 교수님.

수목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시던 한솔 한미영님.

어느 순간 얼굴의 각이 사라졌다던 일여 양진숙님.

유연함으로 좌중을 놀래키신 김귀옥님.

수행의 희열이 뭍어나는 모습의 혜월 정혜자님.

대한민국의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이끌어 주신 송순현 선생님.

영~ 性적인 조크로 좌중을 말랑거려 주신 현장스님.

학문과 수행의 이중주를 완벽하게 증거해 주신 오문환 교수님.

작은 이슬방울 하나에 온 우주를 담아내신 전택원 박사님.

최수종 보다 조금 더 잘 생기셨음을 강조하신 최종수 신부님.

묵방도담의 장을 마련하시느라 동분서주 하셨던 일포 선도사님.

오페라 아리아를 거침없이 뽑아주신 신원스님.

티벧 의상이 너무도 인상적이었던 법화 양시창님.

외변산의 젠틀맨 여연 서재식 선생님.

막내로서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주신 무경 최재일 선생님.

숨 돌릴새도 없이 젓대 연주를 감행해 주신 청해 오재벽 선생님.

전라도 사투리를 빼곤 대화 자체가 곤란한 청담 변동해 선생님.

墨芳道談 휘호를 내놓아 일행을 감동시킨 시원 박태후 선생님.

도판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노심초사 애써주신 정심 변주원님.

 

 분야와 형태는 다를지라도 한결같이 참 나의 완성에 진력해 오신 수행자의 면면입니다,

뵙고 보니 모든 분들이 나의 스승이요, 내 삶의 롤 모델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1회 묵방도담에 끼어든 삼류 인생 앞에 이를테면 경천동지할 사변이 일어난 셈이지요.

 

자연을 제외한 뭔가에 대한 집착 따윈 딱 질색인 삶이었지만,

요번 만큼은 확실히 욕심이 생깁니다. 그 대상은 다름 아닌 바로 여러분들이십니다.

엎드려 크게 청하오니 부디 어여삐 거두어 주시길.... 

 

도담에 참여하신 한 분 한분 모두 내내 강건청정하시길 소원합니다.

 

- 茶泉 배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