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탐매
(庚寅探梅) ~10~
● 와룡매(臥龍梅) : 전남 담양군 남면 지곡리
● 계당매(溪堂梅) : 전남 당양군 남면 지곡리
● 독수매(독수梅) : 담양군 남면 연천리
▶ 2010. 3. 27 (토)
와룡매
지곡리 정택수씨 댁 마당에 서 있는 와룡매
줄기의 비틀림이 가히 예술 수준이라는 찬사가 절로...
터지기 일보 직전의 이 긴장감...
딱 한 송이를 터뜨려준 와룡매
이 와룡매 역시 보불급 홍매다
호남 5梅라 일컫는 계당매(溪堂梅)
잔뜩 부풀어 오른 상태, 한 며칠 더 기다려야 할 듯 싶다.
계당홍매 앞의 백매가 먼저 피어났다
계당매의 비틀림
시냇가를 따라 늘어선 계당매 행렬
독수梅
독수정 바로 윗 마을 전씨 집성촌의 독수매
독수 고매 역시 며칠 더 기다려야 할 듯...
이 나라 고색창연한 매화의 대표 격
전씨매 옆의 못 가운데 심어진 백매
독수고매의 이중주
온통 이끼에 뒤덮힌 독수매
가사문학관이 위치한 지실 마을.
사대부 문화의 산실 답게 고매의 전시장 수준이라고나 할까...
먼저 정택수씨 댁에 자라는 와룡매.
대문 같은건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곳.
집 안으로 자동차 꽁무니를 들이밀어
돌담에 쌓인 집안에 들어섰는데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
수세의 비틀림이 뭐랄까?
비보이의 춤을 연상시키리 만치 격렬하면서도 유연한 뒤틀림이라고나 할까.
높이 솟아오르지 않고 팔을 비틀어 옆으로 퍼지는 와룡매의 특성.
마치, 정성을 다해 가꾸어 놓은 분재의 확대판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개화 직전의 팽팽한 이 긴장감....
딱 한 송이 터진 홍매가 차라리 안쓰럽게 느껴지는건 무슨 이유 ?
잔뜩 부푼 꽃망울의 어지러움에 시선이 꽃히면서
붉디 붉은 혈흔으로 도배된 와룡홍매 가지 사이를 맘껏 유영 해 본다.
와룡매의 희롱을 끝내고 이동한 곳은
계당매가 위치한 계당(溪堂)
와룡매에서 겨우 몇 집 건너에 자리한 계당梅.
모두들 계당의 홍매를 호남5梅라 일컫는다는데, 난 그 까닭을 모르겠고
동조는 더더욱 어렵다는 생각이다..
조선 시문학에 있어 시조 부문의 대가라 일컫는 윤고산과 함께 쌍벽을 이룬다는 정송강..
호탕하고 비장미 넘치는 한문풍을 탈피, 옛 우리말의 정수를 뽑아내어
가사문학의 대가로 칭송되어 마땅하다고 교과서는 가르치고 있다.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에서 이렇게 평 한다.
"예로부터 좌해(左海 - 한국의 별칭 -)의 眞文章(진문장)은
關東別曲(관동별곡). 思美人曲(사미인곡), 續美人曲(속미인곡) 뿐이다" 라고.
한마디로, 정송강이란 인물은 천재형의 인간이었던 게 분명.
허나 문학을 벗어난 그의 정치 행보는 가히 피바다를 연상케 한다.
부침을 거듭하던 1592년(선조22년), 우의정에 등용된 정송강은
소위 "정여립 모반 사건"을 다스리는 역할의 선봉에 서서 동인들은 물론
그 권속과 일가 친척 들까지 깡그리 제거 하는 선봉에 서는 것이다.
당시 정야립 모반사건에 휘말려 씨가 말려 버린 후손들은 물론이요,
정 송강이 저지른 저 혹독한 행적 앞에 후세 사가들 조차 거의 할 말을 잃고 마는 것이다.
동인에게 당한 화풀이 치곤, 그 도가 처참한 수준이었노라 역사는 증언 하고 있다.
' 동인 일천명의 백정'이요, 조선 인재의 씨를 일거에 말려 버린 장본인이라고...
그 여파는 임란 시절 심각한 인물 부재 사태까지 이르게 되었고
심지어는 오늘날의 호남 소외론에 까지 그 여파가 미쳤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을 정도다.
사초에 기록되어진 내용만이 역사의 전부일 수는 없는 법..
뒤안길 저간의 사정은 그저 그런 나부랑이 수준의 얘기에 불과하다라고
오해 내지 평하 해 버린다면, 역사의 진실은 물론 발전을 기대하긴 더더욱 어려울 터.
탐매 얘기가 너무 옆 길로 샌 듯 하지만 결코 그런 것 만은 아니리라.
고귀한 매향을 찾아 헤메는 까닭은, 탈속의 경지와 그 고고함에서 참 나를 보고자 하는 것.
정송강의 명함과 사연이 서린 계당 앞의 홍매가
호남 5梅 대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그리 마땅치 않아 보인다는 내 생각이
결코 속 좁은 좁쌀 아집에서 나온 망발만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매화는 매화일 뿐이다 라고 질책하신다면 더 이상은 유구무언이다.
다음 탐매의 목표는 남면 연천리 全氏 집성촌에 자리한 독수梅.
올 들어서만 벌써 몇 번을 찾았는지 모르겠다.
이 매화 역시 개화는 조금 기다려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찾는 까닭은, 푸른 이끼에 뒤 덮혀 '썩어가는
늙은 고매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라고나 할까...
솔직히 고매 형태의 아름다움 만을 놓고 볼 때,
이 '둑수매'에 견줄 만한 더 이상의 고매를 만나 보긴 어려울 듯 하다.
,철쭉을 비롯한 이런 저런 수종들이 매화나무 아래에 잔뜩 포진한 상태에다
돌담과 함께 저온창고까지 가깝게 붙어 있는 상황인지라
나무 전체를 가로 사진에 담을 수 없음은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고매 위로 붉은 색감이 점점 번져가는 가운데
곧 터지게 될 전씨고매의 웅혼한 모습을 뒤로 하고, 다음 주 후반을 예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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