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삼재 - 작은고리봉(1,248m) - 만복대(1,438m) - 정령치 - 큰고리봉(1,304m) - 고기리
▶ 10.6km / 5시간30분
▶ 2010. 2. 2 (화)
작은 고리봉
작은 고리봉에서의 조망
(맨 오른쪽은 무등산, 맨 왼쪽은 백운산)
출발지였던 성삼재를 돌아보니...
산 그리메
<茶泉 김환기 선생의 지리산 기행에 부쳐>
- 백여 고 중 영 -
무작정 높아도 좋은 저 影峰
나붓이 훑고 가는 숨결 묶느라
조선의 한 산아비
잽싸게 붓 놀렸겠다.
억새는 억새여서 억새고
바람은 바람이어서 바람인 이 봄나절에
生人의 몸으로 승천하셨다는 단군님
수염 근엄하게 나부낀 누리누리
만년을 지쳐간 세월의 발자국
들쑥날쑥 찍히고
골짜기에 모여 웅성거리는
자작나무 가지 가지
뽀시시해지는 눈꺼풀 부벼쌌는
아! 지리산 성삼봉
말없고 동작없는 그대로
태고의 가르침 雄心으로 품고
떠나는 겨울도 찾아드는 봄도
무상한 세상사인줄로만 여기며
오늘은 오늘처럼
내일은 내일처럼
그곳에 있어 산일테지.
건너편의 반야봉 산그리메
멀리 눈에 들어오는 만복대
심원계곡
노고단에서 반야봉까지
능선을 나는 까마귀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에...
당동마을 하경
지나온 라인
정령치, 큰고리봉, 세걸산, 바래봉으로 이어지는 라인
지리 주릉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
왼편은 반야봉 오른편은 만복대
정령치에서 조망한 지리 연봉
하나 하나 이름을 불러가며 지리 연봉 감상을...
맨 오른쪽 부터 반야봉,삼도봉, 토끼봉, 명선봉, 연하천,
형제봉, 영신봉, 세석, 촛대봉 연하봉, 장터목, 제석봉, 천왕봉, 중봉...
정령치 휴계소 지붕 위를 달리는 지리 연봉
개령암지( 開嶺庵地) 마애불상군
(보물 제 1123호) - 전북 남원시 산내면 덕동리
절벽을 이루는 바위에 여러 부처의 모습을 돋을새김한 불상으로 모두 열두 구에 달한다.
가장 큰 불상은 높이 4m로 조성 솜씨가 수승하여 으뜸 주불로 모셔진 듯.
타원형의 얼굴과 다소 과장된 큼직한 코, 간략하게 처리한 법의 주름, 듬직한 체구 등에서
고려시대 유행하던 불상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고.
이 불상 아래엔 명월지불(明月智佛)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는 것으로 봐서,
진리의 화신인 비로자나불로 봐야 한다고
<천은사 사적기>에 따르면 “신라 헌강왕 1년(875년) 도선국사가
불상군 주변에 개령암(開嶺菴)이라는 암자를 창건했다”고 기록돼 있다
바위면이 고르지도 않고, 여기 저기 크랙이 많은 석질임에도
조심 조심 정성을 다 해 새겼다는 걸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1~2m 크기의 작은 불상들 역시 모두 비슷한 양식으로 전부 고려때의 것이라고.
마애불 안내판 맨 마지막 구절을 옮겨보자면...
"주위를 감싼 산자락의 적막함이 헐어진 불상의 무상함을 더해 준다."
개령암지(開嶺庵地)
개령암지 인근의 습원
개령암지 윗쪽 능선에서 조망한 지리 연봉
정령치 하경
큰고리봉에 당도, 왼쪽 멀리 바래봉이 보인다.
큰고리봉에 서서 지리 연봉 감상 마무리
一指바위...?
고기리 하산길
오랫만에 걸어본 만복대 능선.
흰 눈에 뒤덮힌 설경의 만복대를 기대했으나 능선상엔 온통 차가운 겨울 바람 뿐.
능선을 오가는 산객들의 발길에 다져진 눈. 그 눈이 얼음으로 변한 등로,
행여 넘어질세라 온 신경이 곤두설 수 밖에.
맨 먼저 작은고리봉에 오른다.
바짝 추워진 날씨 덕에 비교적 괜찮은 조망이 확보되어
멀리 무등산과 광양 백운산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정령치를 지나 큰고리봉 오름길 약간 벗어난 지점에 자리한
"개령암지 마애불상군"
부지런히 달려가 감상을 끝내고 개령암지 근처를 지나는데
숲속 한켠에 언뜻 오석으로 만든 자그맣고 네모난 비석 하나가 보인다.
뭔가 싶어 다가가보니 앞 뒷면에 글씨가 빼곡히 적혀있다.
비문의 내용을 조금 옮겨 보자면.
젊음아 넋아
불굴의 의지가 모든 가능성에 불을 놓았고
늘 푸른 젊음이 인간의 욕망을 실현했나니
여기 오직 하늘을 사랑한 벗이
창공에 드리운 날개 채 접지도 못 하고서...
이 근방 어디서 페러글라이더 사고로 숨진 자를 추모하기 위해 세운 비 인듯.
부디 걸림없는 곳에 들어 지리연봉 상공을 훨훨 나시길...
지리 품 안 아늑한 곳에 자리한 개령암지를 돌아 나와
마침내 지리연봉 켄버스가 완벽하게 펼펴진 큰고리봉에 서게된다.
날머리로 내려서기 전,
천왕에서 노고단에 이르는 유장한 지리라인을 눈 앞에 두고
낼 모레가 입춘임을 떠올리자니 떠오르는 詩 한 수...!
*** 징조 ***
- 백여 고 중 영 -
*복수초 소식이 들려오는 세월의 가장자리에서-
이 땅에 와선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는 봄이
섣달 하순 기우는 달을 순산하느라
용트림 시작한 삭망 저쪽 울타리 가
배앓이 참아오던 작은 새암의
모처럼 썩썩 풀린 양수에 머리를 감더니
겨우내 인색했던 손질 탓에 뒤엉킨 결을
인정스런 햇살로 나긋나긋 빗고 있다.
근동에서는 젤로 추워
시집 간 뒤 석삼년은 배 녹여야 애가 들어선다는
일, 내원
이, 장두 삼, 초치 처녀들도 오늘은 저절로 풀려
단전 아래가 쩌릿해 올지 모르겠고
겨우내 볼떼기 잔뜩 부어있던
구암 말 노총각 선동이네 뒤란의
오지항아리 오줌통에서 자지러지는 오줌발 소리에
모본단 진홍 겹 치맛자락을 흠씬 적신 동백이
저 혼자 얼굴 붉히며 들숨 가빠하는 양을
소대한을 건너오느라 속창시 시달린 입춘이
머그믈 댁네 지시락물에 드리당창 엎드려
목을 추기는 척
뱁새눈 비껴 뜨고 훔쳐보는 눈치더라만
겨울 꼬랑지 그거 길어봤자
거그서 거갈만 헐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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