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고창군 고수면 은사리 단풍숲
▶ 2009. 11. 14 (토)
축령산 哀歌
- 백여 고중영 -
축령산에서는 누구나 나목이 되지.
오목눈이 동공에 깃들었던 어둠을
한겹한겹 벗겨내다가
헛손질에 놓쳐버린 햇살이
아쉬움에 잠시 멍하는 사이
흙묻은 채 한사코 방안으로 밀려드는
칼새들의 지저귐을 쓸어모아
시간의 공복을 채우던 한 늙은이가
"탕"
주먹으로 방문을 때려 열고는
흐릿한 하늘 저쪽
흘리다 만 눈물방울 대롱거리는
매지구름 눈시울을 보다가
헛기침 한번에 어금니 사려물고
허릴없다는 듯 돌아앉는 이곳 축령산에서는
누구나 헐벗은 나목이 되지.
보낸 사람도 떠난 사람처럼
교요에 찔려 글썽거리는
축령산의 풍경이 되고 말지.
문수사 동백
단풍숲을 돌아보고 있는데 갑자기 왁자지껄.
비좁은 산길에 사진꾼 들을 실은 버스 두어 대가 들이 닥쳐
이른바 대포꾼들을 마구 쏟아 놓은 것.
선비가 은거한다는 지명에서 보듯이
그야말로 마지막 남은 탈속처 였던 고창 고수면 은사리.
그 고요하던 은사리가 어쩌다 이 지경이....!
먼저 내 죄가 크다는 사실 부터 고백해야겠다
물론 언제가는 내 이리 될 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아름답다고 떠들지 말았어야 했는데..."
'자연 > 산행·여행·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팔영팔봉(八影八峰)에 깃든 삼라만상(森羅萬象) -제2부 - (0) | 2009.11.18 |
---|---|
팔영팔봉(八影八峰)에 깃든 삼라만상(森羅萬象) -제1부 - (0) | 2009.11.18 |
백암산 약사암 오름길 단풍 (0) | 2009.11.15 |
두륜산 우중추색(雨中秋色) (0) | 2009.11.11 |
2009년 남창골 단풍 (0) | 2009.1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