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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산행·여행·풍경

기암과 억새 그리고 다도해 부감까지

                             ▲ 천관산 (天冠山) 723.1m

 

▶전남 장흥군

                                  ▶ 매표소 - 양근암 - 정원석 - 연대봉(723.1m) - 환희대(720m) - 구룡봉 -

                              환희대 - 구정봉 - 금강굴  - 장천재 - 매표소 (원점회귀 약 6시간 소요)

                                  ▶ 2009. 10. 5 (월)

 

 

 

들머리

 

 

 관산읍 하경

 

 

양근암

 

 

 

 

 정원석(할미바위)

 

 

연대봉 

 

 

연대봉에서 환희대에 이르는 억새 군락

 

연대봉 봉수대에서의 하경

 

 

 

 

 

 

억새 너머 다도해 감상에 이르기까지

 

 

역광에 부서지며 일렁이는 은빛 억새의 향연을 기대했으나...

 

 

 

 

구룡봉의 풍화혈

 

 

 구룡봉

 

 

구룡봉에서 바라본 진죽봉과 비로봉 라인

 

 진죽봉

 

 

 

 

 

 구정봉 라인

 

 

 환희대 억새밭에서 조우한 산벗 일행

 

 

 

 

 진죽봉과 비로봉 뒷 면

 

 

 

 

 

 

금강굴 윗쪽 암릉 틈새에 차려진 치성소.

근데, 바위 끝에 놓여진 반짝이는 저것은 도대체 뭘까...?

 

 

그것은 바로  암반위에 놓여진 치성수금통.

세상만사가 그저 맨입으론 어림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확실한 징표.?

 

 

 관산읍내와 득량만 하경

 

 

금강굴

 

 

천관녀의 전설

 

존재(存齋)위백규(魏伯珪) 선생의 강학소 장천재(長天齋)와 태고송

 

장흥 위(魏)씨의 문중사우로서 여러 학자들이 수학한 곳으로

울창한 동백숲을 비롯, 온갖 수종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천관산 기슭 최대의 비경이다.

이 산 기슭에서 태어난 조선 후기 실학자 존재 위백규 선생.

 

그가 쓴 천관산 인문지리서 "지제지(支提誌)"를 보면

6개 동천과 89 암자를 포함, 천관산 여기저기 솟은 작은 바위 하나 하나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름과 유래을 자세하게 밝혀 놓았다.

 

 

 

장천재 앞을 지키는 태고송

 

 

 예사롭지 않은 태고송의 용틀임

 

 

가을...

그리고 은목서의 진한 향

 

 

 

 


 

 

 

 들머리를 향 하는데

은목서의 진한 향기가 코를 벌름거리게 한다.

선비의 고결함과 문자향을 대변한다는 은목서(천리향)의 짙은 향....!

 

 폐부 깊숙히 끌어 담자니

즉각 황홀경에 빠져들었는지라  발걸음이 쉬 떨어지질 않는다.

 

능선으로 접어드는 순간,

천관산 계곡에서 여간해선 듣기 어려운 물 소리가 들려온다.

어제, 꽤 적잖은 비가 내렸던 모양.

 

양근암(陽根巖)당도.

 

아랫도리 부실(?)한 자 들과,

대물(大物) 선호꽈 제위들이 빚어낸  합작품.???

각도를 조금만 달리해서 바라보면

 

"전혀 아니올시다"

 

구절초를 비롯, 용담, 산부추, 철부지 철쭉에 이르기까지

능선상에 흐드러진 야생화에 눈길을 주다 보니

어느덧 연대봉이 코 앞.

 

봉수대에 올라서니

순간,

세상천지 모든 미감(美感)이 모조리 발 아래 펼쳐지고 있었다.

 

기기묘묘한 암릉군의 도열과 은빛 억새의 일렁임.

코발트빛 가을 켄버스에 그려진 아련한 흰 구름.

 

다도해 일원에 떠 있는 크고 작은 섬 들의 

준수한 품평에 이르기 까지...

 

우리 산하 어딘들 아름답지 않은 곳이 있겠는가 마는

 

정남진 장흥땅,  

천관산 연대봉에서의 가을 부감은

그야말로 살 떨리는 아름다움이 아닐 수 없었다.

 

억새의 바다를 헤쳐 구룡봉으로 이동

따뜻하게 달궈진 바위에서 즐긴 한 시간의 오수는

오늘 산행의 화룡점정.

 

금강굴을 거쳐 내려선 곳은

 장흥위(魏)씨 들의 문중사우 '장천재'

 

문득,

이 고장 관산 출신으로

 고교 시절의 내 친구였던 '위00' 군이 생각난다.

공부를 잘 했던, 요즘 말로 치면 소위 범생이였던 친구.

 

나는 반대로 

시험 성적관 아무런 상관없는 山 공부에만 

그야말로 열과 성을 다 해 매진(?)하고  있던 시절 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범생이 '위' 군이 다가와서 하는 말.

친구 몇몇이 발기하여 '會' 를 결성하기로 했으니 오늘 밤 나와 달라고.

 

대충 명단을 훑자니, 

나 하나만 빼곤 모조리 모범생 들.

결단코(?) 범생이 축에 낄 수 없었던 나로선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

 

터덜터덜 어두은 밤거리를 걸어 도착한 약속 장소. 

9人의 소피스트라 불리우던 개성 만점의 친구들이 빙 둘러 앉은 가운데

'위'군이 붓을 잡는다.

 

동 서양 철인들이 토 해 놓은 각종 모범 답안 가운데 

지금의 우리가 섭취해야만 하는 액기스 등을 주욱 나열한 후,

 

 아홉명에 이르는 친구들이 이 자리에 모이게 된 당위성,

그리고 인생관, 세계관 등에 이르기까지...

 

붓을 들어,

한지 위에 일필휘지로 적어 내리는 회칙.

그것도,

한자 투성이의 내용을 단숨에 적어 내려 가는것이 아닌가.

 

 40여년 세월 저 편의 추억임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속에 남아있는 그 밤, 그 자리.

 

일필휘지의 주인공이었던  그 친구가

바로 이 곳 장천재'의 후학,  장흥위(魏)씨 였다는 사실을

내 어찌 기억하지 않고 그냥 지나칠 수 있단 말인가.

 

 

날머리,

 

은목서 진한 향기에 다가가 

다시 한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천관산이 안겨준 강렬한 가을 감동을 주체키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