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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산행·여행·풍경

비에 쫒기고 멧돼지에 도망치고

            ● 월출산 언저리 배회

 

                   ▶ 도갑사 ~ 미왕재 ~ 도갑사 ~ 칠지폭포 오르다  후퇴

                   ▶ 2009. 6. 27 (토)

 

 월출산 도갑사

 

 번듯하게 들어선 대웅보전

 

짙은 운무에다 비까지 내리는 미왕재에 당도.

 

 샛노란 원추리가 빗방을을 머금고...

 

어디메로 가야한단 말인가...?

 

원래는 노적봉 아래 마애불을 찾으려 했건만

 

이쯤에서 기념사진 일방을 남기고

 

다시 오던길로

 

싸리꽃 흐드러진 길을 따라 내려와

 

 도선국사 수미비와 부도밭을 둘러보고

 

석조여래좌상을 향하여

 

道岬寺 石造如來坐像 (보물 제 89호)

 

 

 

 완공 직전의 대웅보전

 

고졸한 서체에다 호화로운 현판이라...

 

 벽화 작업중

 

 

 꽃담이었으면 더 아름답지 않았을까... !

 

 사자봉 아래 칠지폭포와  마애여래좌상을 찾아가던 중

전망바위에 올라서

 

 운무에 휩싸인 월출산 사자봉 암릉,

그 아래 숲을 헤치다가 멧돼지를 만나 그만 혼비백산

 

 

 

 


 

 

 

더위를 피해 일찍 산을 오르겠노라 잠을 설쳐댄 시각은 새벽 3시.

새벽길을 달려 도갑사에 들어서는데, 전엔 볼 수 없었던 2층 형태의 웅장한 대웅보전이 시선을 압도한다.

 

새벽 하늘을 배경으로 나래를 편 추녀의 선이, 참으로 단정하면서도 경쾌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도, 2층  기와지붕 양 끝을 장식한 치미가 단연 압권이었다.

 

건물의 형태와 구조, 단청의 색감이나 문짝에 이르기까지

요 근래 내가 본 신축 사찰 건물 중, 단연 최고의 작품이라 감히 확언할 수 있겠다.

 

시쳇말로, 삐까뻔쩍 형태의 사찰 건물에 질려있던 차 였는데

모처럼 괜찮은 건물의 진수가 눈 앞에 펼쳐져 있어 기분이 그리 좋을 수 없었다.

 

아직 내부는 보지 못했지만, 겉 모습에 이 정도의 정성을 쏟은걸 보면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가뿐한 심사를 안고 각종 나무가 울창한 계곡으로 접어들어 미왕재를 향 한다.

짙은 운무가 숲 사이로 래왕하는 가운데, 이런 저런 산새들의 노래 또한 청아하기 이를데 없다.

 

널찍한 바위에 올라 느긋하게 아침 식사와 향기로운 커피를 즐기는데

무박으로 한양에서 달려왔다는 한 떼거리 산객들이 밀려들어 소란스러움으로 산을 점령해 간다.

 

그 중 누군가가 하시는 말씀.

 

" 암튼, 내가 월출산에 올 때마다 맑은 날을 단 한 번도 보질 못했어요."

 

그 들과 앞 서거니 뒤 서거니 미왕재에 올라보니, 짙은 운무와 바람에다 비까지 흩뿌려 댄다.

애당초 목표했던 노적봉과 사리봉 라인은 무리라 판단하여 그만 되돌아 서기로 한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처럼 으르렁대던 하늘이 산을 내려오고 보니 잠잠이다.

상의 끝에 천황사 쪽으로 이동, 칠지폭포를 찾기로 한다.

 

산자락 텅빈 기도원을 출발, 묵을대로 묵은 길을 따라 숲을 헤치며 얼마나 올랐을까...?

갑자기 빽빽한 숲 속에서 천둥같은 괴성이 들려온다,

 

" 크르릉~~~ "

 

멧돼지다.

 느낌상,  새끼를 거느린 약 이백오십근 내외의 대물이지 싶다.

 

날카로운 두 개의 뻐드렁니에  뻣뻣하게 세운 등갈기, 케터필러같은 네 다리.

행여 저 대물이 우리 일행에게 돌진이라도 하는 날 이면...!?

 

그 동안 숲에서 수 많은 멧톨과 마주쳤지만 별 일은 없었다.

허지만 오늘은 여러 정황상 웬지 기분이 찜찜.

 

그렇다면 삼십육계 줄행랑이 최선책, 미련없이 되돌아 산을 내려오는데.

풀섶에 피어난 잉크색 붓꽃 한 송이가 자비로운 표정으로 위로의 멘트를 날리는 듯.

 

 

" 그~~래, 잘 생각했어, 나중에 다시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