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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산행·여행·풍경

두암초당(斗巖草堂)을 찾아서

 

 전북 고창 아산초등학교

 

아산초등학교 교정에서 바라본 전좌바위 (두락암)

 

 두락암과 두암초당

 

천길 벼랑 아래 위태위태하게 걸려 있는 두암초당

 

 

단순히 초당의 배경이 되는 바위가 말(斗)을 닮아서 두암초당...?

아니면, 호암과 인천선생의 행적과 가풍이 마치 곡식을 계량하는 말(斗)처럼 반듯했다는 의미까지...?

 

 

하서의 제자였던 호암 변성온과 인천 변성진 형제의 학문을 예찬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듯.

 

서체의 주인공이 궁금하다.

이 고장 고창 도산리 출신으로 장성의 유학자 송사 기우만을 사사하고

해강 김규진으로 부터는 서화을 익혀 난과 대나무 그림을 잘 그렸다는  그 김정회 선생 (?)

 

 

 두암초당에 좌정하여 내려다 보니...

 

노사 기정진의 글

 

 하서 김인후의 글

 

고산경행이라...

아마도 호암 변성윤 선생의 높은 행적을 말 하는 듯.

 

 

원운

 

두락암에 초당 하나 있으니

오래된 버드나무 은밀하게 차가운 언덕을 지키네

 

구름 안개는 피어나 발우리를 만들고

초목을 거슬러오르니 지팡이와 오두막집에는 향기 피어나는 구나

 

바람에 떨어진 작약을 즐기니 오히려 조상의 혼령이 남아있고

가문 대대로 전해오는 은자는 영원한 문장가 였도다

 

호암 가신 백년 후 이 곳에 건물 새로 지으니

어린 손자의 세업이 창성하길 기대 하노라

 

오대손 변동빈

 

(※ '우보' 라는 분의 주해를 참조)

 

 

 두암초당의 배경이 되는 전좌바위 정수리에 올라

 

두락암 아래 자리한 영모정(재실)을  당겨보았다

 

아산초등학교 하경

 

 

전좌바위(두락암)에서 건너다본 정상 부근의 옥단바위

 

 옥단바위에서 건너다 본 전좌바위

 

 정상 부근의 박씨 봉분

 

병바위(壺岩) 하경

 

술에 만취한 신선께서 술상을 걷어 차는 바람에

술병이 굴러가다 거꾸로 처박혀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주진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는 선운산 자락의 구암 마을

 

주진천(인천강) 하경

 

 고창군 고수면 은사리 '명매기샘'에서 발원 곰소만으로 흘러가는 주진천

 

 아산초등학교에 피어나는 벚꽃

 

 

 

 

 자운영 (함평 해보면 들녘에서)

 

'모평헌'에 피어난 자목련

 

함평군 해보면 모평리 민박촌 '소풍가'야경

 

 

 


 

 

 

 

때는 바야흐로 벚꽃이 흐드러지는 계절.

여기 저기 ,이런 저런 벚꽃의 개체 수는 천지간에 널려있다.

허지만 벚꽃이라고 모두다 같은 끕수(?)의 반열에 올려 놓을 수는 없는 노릇.

 

각자 나름대로의 취향에 따라 벚꽃을 찾아나서기 마련인 가운데

내가 찾은 곳은 고창군 아산면 소재 아산초등학교 운동장 가에 늘어선 벚꽃.

이곳의 벚나무는 우선  굵기에 있어서 여타의 벚나무와 확실한 차이가 난다.

 

정확한 수령은 모르지만 암튼 굵기만으로 놓고 볼 때 엄청나다.

오래 묵은 벚나무 일수록 개화가 늦어지는 특성상, 개화 가 다소 늦은 편.

이제야 막 피어나고 있었다.

 

벚꽃이 흐드러지는 초등학교 뒷편엔 거대한 바위 하나가 우뚝 서 있고

천길 벼랑 아래, 마치 관념산수 속에서나 나올 법한 자리에

 아슬아슬하게 정자 하나가 걸려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수 없이 근처를 지나다니며 멀리서만 보아 오다가, 드디어 오늘에서야

궁금증을 해소하기로 작정, 그 곳을 찾아 가는 중이다.

 

봄 날, 여기저기 피어난 춘란의 그윽한 향을 따라 산으로 올라붙어

거대한 벼랑 아래 약간 움푹 파인 지점으로 이어지는 소로를 따라가니

위태위태한 지점에 자리한 정자에 다다른다.

 

측면 처마 아래 "두암초당(斗巖草堂)"이라는 현판이 보이고

정면쪽의 처마 아래앤 "산고수장(山高水長)이라는 또 하나의 현판이 결려있다.

 

한 평 정도의 방 하나를 중심에 두고 양 편으로 작은 마루를 둘렀다.

 각종 詩를 비롯한 상량문, 중건기 등의 편액이 즐비하고, 마루 아래를 보니

단칸방에 불을 넣을 수 있는 작은 아궁이도 보인다.

 

 방문을 열고 좌정하여 고개를 드니

영모마을과 초등학교가 들어있는 홋수 산출 불능의 대작이

유장한 모습으로 눈 앞에 펼쳐져 있다.

 

" 캬 ~~~ 기막힌 풍경이로고............"

 

누구를 막론하고

이 곳 '두암초당의 단 칸 방에 좌정하여 호흡 한 번 고를 수만 있다면

 

 우주 만물의 생성과 소멸에 관하여  

한 번쯤 진지한 고민과 성찰(?)을 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이런 저런 원력을 세우고 공부하는 장소로선 한 마디로 딱 끝 처소다. 

이 고장 출신 판소리의 대가였던 만정 김소희 선생 조차도 이 곳에 올라

공부에 진력, 득음을 했다고 할 정도라니 더 이상 무슨 부연 설명이 필요하리오.

 

동행한 청담선생.

" 언제 곡차나 한 말 짊어지고 이 곳에 올라와 달 한번 감상 하도록 하십시다."

방 바닥의 장판도 새로 깔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손뼘으로 길이까지 재면서 말이다.

 

초당을 나와 바위 옆으로 이어진 산길을 따라 두암초당의 배경이 되는

전좌바위(두락암)의 뒷편에 당도하니 로프 두 가닥이 내려와 있는 모습.

 

로프를 당겨 두락암의 정수리에 올라  

이런 저런 이름이 붙은 바위들과 지세를 찬찬히 뜯어보노라니

무뢰한의 감각에도 분명 범상치 않은 지세라는 느낌이 온다.

문득,  두락암을 박차고 두둥실 날아 올라  산 전체의 지세를 부감하고픈 생각이...

 

바위를 내려와 정상으로 올라보니 거의 뭉개진 형태의 작은 봉분하나가 보이고

병바위 쪽으로 약간 이동한 지점엔 제법 큰 규모의 박씨묘가 자리하고 있었다.

 

금반옥호, 선인취와, 선인무수 등  명혈이 집합을 이룬다는 곳.

호암 변성온과 인천 변성진 형제 그리고 평암 변동빈 등의 묘소가 있는

이른바 금반옥호혈 자리는 풍수사가들의 필수 답사처라고 들었다.

 

주진천 쪽의 벼랑으로  이동하자니 병바위가 내려다 보인다.

아래서 올려다 볼 때완 또 다른 느낌이라고나 할까!

병바위 정상을 한 번 올라보겠다고 염원했던 욕망이 서서히 엷어지는 순간이다.

 

구암리와 반암리 사이 태극을 그리며 휘돌아 나가는 주진천.

멀리 구암 마을 뒷편 산자락에 늘어선 이런 저런 바위들의 실루엣이 아련하다.

 

병바위와 주친천을 발 아래 놓고  바위 끝자락에 오래도록 걸터 앉아서

비학산 자락을 따라  번지는 노을에다 얼굴을 붉게 물들였으니

이왕이면 뱃속까지 붉게 물들여야 할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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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내려와 영광을 거쳐 함평천지로 이동,  

어둠이 내리길 기댜려, 해보면과 월야면 하늘에 뜬 만월을 술상에 초대하자니

봄 날 벚꽂향이 밤 늦도록 주석에 낭자하더라.

 

때는  음력으로 삼월 하고도 보름날이었다.

 

 

 

2009. 4. 10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