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옛길 1 구간 - (다랭이 길)
◆ 매동마을(전북 남원 산내면) - 다랑논 - 등구재 - 창원마을 - 금계마을(경남 마천면)
(주로 마을과 다랑이 논 사이를 걷게된다)
◆ 길이 - 10. 68km
◆ 2008. 12. 21 (동짓날)
태초에 길은 없었다.
무언가가 지나갔고
돌아보니,거기 길이 있었을 뿐...
지리산길 시작점 매동마을 풍경
비가 올려나, 눈이 올려나, 바람이 불려나
마을과 마을을 잇던 곳에 반드시 서 있게 마련인
'서어나무'
사람이 떠난 묵밭 그리고 석축
이 곳의 안내판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산업화의 물결 땨라 농부는 논밭을 버리고 도시로 떠났다
한 때 고추가 익고, 벼가 고개를 숙이던 논밭은
농부의 발걸음이 끊기자 나무가 들어서 이젠 숲으로 거듭나고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땅의 본능을 볼 수 있다.
저 멀리 안부는
전북의 산내면과 경남의 마천을 가르는 등구재
( 왼쪽 봉우리는 삼봉산,오른쪽 봉우리는 백운산 )
옛길과 새로 들어선 집
지리산의 속살만을 파고드는
기존의 산행 일색을 탈피한 뭔가는 없단 말인가?
우리의 산하를 미치도록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민끝에
내 놓은 대안이 바로 이 지리산 옛길.
옛길이라 !
굳이 세삼스러울 것도 없는 자연스런 길 이었는데...
그 길에 부서진 채 방치된 탈곡기.
옛길에 대한 사연을 웅변하고 있는 듯.
저 멀리 반야봉이 눈에 들어와야 할텐데
금방이라도 하늘에선 뭔가가 쏟아질 듯.
계단식 논
등구재 어귀에 자리한 이십일세기형 주막
등구재 주모로 인기 상종가를 달리는 쥔장.
(당사자는 주모로 불리우는 건 싫다더군요)
옛길 주변 여기 저기 논밭에 설치된 "야생동물퇴치기"
얼마나 멧돼지들의 피해가 심각했으면...
거북등을 닮아 이름 붙여진 등구재
서쪽 지리산 만복대에 노을이 깔릴 때
동 쪽 법화산 마루엔 달이 떠 올라
노을과 달빛이 어우러지는 고갯길.
경남 창원마을과 전북 상황마을의 경계가 되고
인월장을 보러 가던 길.
새색시가 꽃가마 타고 넘고
논에 물 대러 넘나들던 길.
등구재의 낙엽송 길
한양에서 온 길손도 만나고...
사색과 성찰의 길
야생 동물들의 오아시스
고사리 밭 너머 눈에 들어오는 창원마을
창원마을 언덕위에 자리한 '당산 쉼터.
좌탈입망
지리산 둘레 300km(880리) 도보 트레일(trail)
전남 구례군, 전북 남원시, 경남 함양, 산청, 하동 등
3개 시 도, 5개 시 군, 100 여개 마을을 잇는 지리산 환종주 루트
이른바, '당산 쉼터'
환 종주 1구간 민생고 해결터로는 딱 끝.
'당산 쉼터'에서 바라본 지리산
가운데 칠선계곡,
그 너머 천왕봉 일원은 구름속 오리무중
1 구간의 '끝자락 금계마을
구름 속 지리 풍경을 마음 속으로나마 그려 볼꺼나 !
가운데 칠선계곡을 두고
왼편으로 부터 두리봉, 하봉, 중봉, 천왕봉, 제석봉 등이
한 눈에 잡히는 장소인데...
화대 종주라 일컫는 주능선 코스에서 부터 능선마다 골골을 따라
셀 수 도 없으리 만치 수 많은 길 들이 지리산 속에 깔려 있다.
국립공원 제 1호 지리산을 중심에 두고 바깥쪽의 둘레를 이어가게 된다는
"지리산 옛길"
지리산 주변의 역사와 생태와 문화, 그리고 역사까지를 아우르는 세칭
'생태문화관찰로'가
언제 부터인가 슬금슬금 여러 사람들의 화두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게으른 성격 탓에 여지껏 미적거리다가 오늘에야 길을 나서게 되었다.
그 동안 내 나름대로 대충 마음 속으로 코스를 그려보고는 있었는데
막상 달려들어 내용을 살펴보자니,
그간 옛길 복원을 위해 애쓴 이 들에 대한 고마움과
그 수고로움에 대해 절절히 실감 할 수 있었다.
수 년 전,
'생명평화결사'의 기치 아래 노고단을 출발하여 전국을 탁발 순례한
도법 스님을 중심으로한 그 일행들의 일정이 올 해의 끝자락에 와서
마침내 대장정의 끝을 맺은 것으로 안다.
언젠가 그 순례단을 맞아 도법스님과 자리를 함께 한 적이 있었던 기억이 새롭다.
- 그때의 내용은 [ 스님 '도법'이 순례길에 토해놓은 사자후] 라는 제목으로
블로그에 올려놓은 바 있다.-
그 '생명평화결사'를 외쳤던 실상사의 도법 스님께서 주축을 이루고
여타의 단체 후원으로 이 '지리산 옛길' 복원 사업이 시작되었다는데
드디어 그 첫 시범 구간인 1 구간과 2 구간의 길이 완성되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그동안 수 백 킬로미터에 이르는 본격적인 트레일 코스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 들이 꽤 있어왔음을 상기 할 때,
그 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쓸만한 도보 코스 하나가 마련된 셈.
성급한 결론 부터 내려보자면,
지리산 옛길은 앞으로는 물론이고 세세년년 조선민국 뿐만 아니라,
세계민국의 두 다리 성한 모든 자 들의 화두가 될 게 분명한 코스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겠다.
탄생의 길은 곧 죽음으로 가는 길 이기도 하다.
허둥대는 우리네 인생사 끝에는 반드시 황천길을 걷도록 프로그램 되어있다.
어느 누가 이런 해괴한(?) 프로그램을 짜고 입력을 시켜놓았는지에 대한
시원한 답을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아마도 삶의 마지막 순간 까지도 그에 대한 해답을 구 할 수 없을지도 모를 일이며
백골이 진토되어서 까지도 그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 끝내 얻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런 길, 저런 길이 얼키고 설킨 가운데,
기존의 길과는 성격이 다소 다른 상큼한 길 하나가 우리 앞에 제시되었다.
이름하여 "지리산 옛길"
목숨이 붙어있는 한, 나와 우리네 모두는 걸어야만 한다.
힘에 부치고, 설령 그 길이 로드킬을 당 할 수 있는 황천로 일 지라도.
헌데, 너무 걱정까지는 안하셔도 된다.
까닭인 즉,
설렁설렁 걸어가는 지리산 옛길에선 자동차 만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혹여,
나처럼 생긴 험상궂은 멧톨을 만나게 된다면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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