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령산 : 전남 장성군 소재
축령산 자락
금곡 영화마을 설경
밤새 내린 눈....
희뫼 선생의 안위가 궁금해
그의 단칸 초옥을 찾았습니다
희뫼선생의 기상이런가...
서옥 앞에 늘어선 꿋꿋한 청죽
곡차를 문 앞에 내려놓고
조용히 물러나 산을 내려옵니다
축령산 편백숲길로...
겨울아침
나희덕
어치 울음에 깨는 날이 잦아졌다
눈 부비며 쌀을 씻는 동안
어치는 새끼들에게 나는 법을 가르친다
어미새가 소나무에서 단풍나무로 내려앉자
허공 속의 길을 따라
여남은 새끼들이 푸르르 단풍나무로 내려온다
어미새가 다시 소나무로 날아오르자
새끼들이 푸르르 날아올라 소나무 가지가 꽉 찬다
큰 날개가 한 호기 그으면
모화(摸畵)하듯 날아오르는 작은 날개들,
그러나 그 길을 필요로 하지 않을 때가 곧 오리라
저 텃새처럼 살 수 있다고
이렇게 새끼들을 기르며 살고 있다고,
쌀 씻다가 우두커니 서 있는 내게
창밖의 날개 소리가 시간을 가르치는 아침
소나무와 단풍나무 사이에서 한 생애가 가리라
잎 눈(雪) 바람 속에서
기형도
나무가 서 있다.
자라는 나무가 서 있다.
나무가 혼자 서 있다.
조용한 나무가 혼자 서 있다.
아니다, 잎을 달고 서 있다.
나무가 바람을 기다린다.
자유롭게 춤추기를 기다린다.
나무가 우수수 웃을 채비를 한다.
천천히 피부를 닦는다.
노래를 부른다.
나는 살아 있다.
해빙(解氷)의 강과 얼음산 속을 오가며 살아 있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은빛 바늘을 꼽으며 분다.
기쁨에 겨워 나무는 목이 메인다.
갈증으로 병든 잎을 떨군다.
기쁨에 겨워 와그르르 웃는다.
나무가 웃는다.
자유에 겨워 혼다 춤춘다.
폭포처럼 웃는다.
이파리들이 물고기처럼 꼬리치며 떨어진다.
흰 배를 뒤집으며 헤엄친다.
바람이 빛깔 고운 웃음을 쓸어간다.
청결(淸潔)한 겨울이 서 있다.
겨울 숲 깊숙이 첫눈 뿌리며
하늘이 조용히 안심(安心)한다.
밤눈
기형도
내 속을 열면
몇 번이나 얼었다 녹으면서
바람이 불 때마다 도 다른 몸짓으로 자리를 바꾸던
은실들이 엉켜 울고 있어,
땅에는 얼음 속에서 썩은 가지들이 실눈을 뜨고 엎드려 있었어.
아무에게도 줄 수 없는 빛을 한 점씩 하늘 낮게 박으면서
너는 무슨 빛깔로 또 다른 사랑을 꿈꾸었을까.
아무도 너의영혼에 옷을 입히지 않던 사납고 고요한 밤.
얼어붙은 대지에는 무엇이 남아 너의 춤을 자꾸만
허공으로 띄우고 있었을까.
하늘에는 온통 네가 지난 자리마다 바람이 불고 있다.
아아, 사시나무 그림자가 가득찬 세상, 그 끝에 첫발을 디디고
죽음도 다가서지 못하는 온도로
또 다른 하늘을 너는 돌고 있어.
네 속을 열면
아무도 가지않은 순백의 길
눈 오는 지도(地圖)
윤동주
순이(順伊)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내려,
슬픈 것처럼 창 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위에 덮인다.
방안을 돌아다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정이 하얗다,
방안에까지 눈이 내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歷史)처럼 홀홀이 가는 것이냐,
떠나기 전에 일러둘 말이 있던 것을 편지로 썼어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 밑,
너는 재 마음 속에만 남아 있는 것이냐.
내 쪼고만 발자욱을 눈이 자꾸 내려 덮여 따라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국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욱을 찾아나서면
일년 열두 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내리리라,
들독재 하경
저 끝에 보이는 문수산 정상에서 부터
능선을 따라 이 곳 휴림까지
고라니 발자국과 함께...
설원에서 만난 단란한 가족
금곡마을 산신령, 한총재 선생
음력 11월10일,
대설(大雪)
오늘이 당신의 귀빠진 날이라굽쇼?
아침 댓바람에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비워낸
쐬주 두어 사발...
총재 선생
모쪼록
건강에 유의하시고
오로지
"헤피빠쓰떼이뚜유" 올시다.
불과 며칠 전
축령산자락의 컬러는 이러했습니다
그 날의 해넘이는 이랬었구요... !!!
* 2008. 12. 6~7
야설(夜雪)이 내리고 있었다.
하얀밤을,
온갖 상념으로 지새우고 맞이한
이튿날 아침.
어디로 갈 것인가 고민한 필요도 없이
자연스레 축령산으로 향하는
이내 발걸음.
그누가 등 떠밀지도 않았건만
웬지
꼭 가봐야 할 것만 같은
사명감...!
설국으로 변한
희뫼선생의 토굴을 오른다.
그것도,
곡차 두어병을 등에 지고서.
가마와 작업실이 있는 대숲에서
뭔가 작은 소리가 들려온다.
물레를 발로 차며 그릇을 빚고 있을까 ?
꽁꽁 얼어붙은 이 추위 속에서.
혹여, 도선불이(陶禪不二)의 삼매에라도
들어계신 건 아닐까...!
아서라...
짊어지고 온 곡차를 토굴앞에 내려놓고
행여 발소리라도 들릴새라
조용히 물러나려니
눈위에 찍힌
내 발자국까지도 미안할 지경.
토굴을 내려와
축령산 임도에 접어들어
편백림 설경 사열에 나선다.
간간히 고라니 발자국만 찍혀있는
순백의 숲길
그리고
문수산 정상에 올라
영산기맥을 따라서 휴림까지...
아무도 가지않은 눈길에 발자국을 남기며
편백숲을 걷는 이 기쁨.
휘튼치튼가 뭔가를
한바탕 폐부에 가득 끌어 담자니
어젯밤 상념 따윈
어느새,
먼 나라 얘기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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