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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산행·여행·풍경

설악 탐승 / 다섯째날 2 : 이래저래 망한 절 돌아보기

                                  ◆ 2008. 10. 17(금)

                                  ◆ 진전사지 삼층석탑 - 도의선사 부도 - 낙산사(양양군 소재)

 

양양군 강현면 둔전리  둔전계곡

 

진전사지에 이르는 둔전계곡 

 

 진전사지(陳田寺) 삼층석탑 (국보 제 122 호)

 

듬직한 지대석 위에 2중의 기단을 설치하고 3층의 탑을 쌓은

9 세기초, 하대신라 탑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미술사가인 유홍준은 이 탑에 대하여 이런 평을 내 놓는다.

 

"아주 아담하고 잘 생겼다. 귀엽다, 예쁘다고 표현하기에는 단정한 맛이 강하고,

야무지다고 표현하면 부드러운 인상을 담아내지 못한다."

 

석가탑의 전통이 기초가되어 세워진 높이 5.04m의 이 진전사지 3 층 석탑은

석가탑을 비롯한 이 전의 탑 들과는 현격히 다른 점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다름아닌, 기단부를 비롯 1 층의 몸돌에 여러 형태의 돋을 새김이

최고의 솜씨로 세밀하게 조각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상층 기단의 팔부신중

 

기단은 모두 2 층으로 되어있고 상층 기단 각면에는

팔부신중 2 구씩이 두툼하게 양각되어 있다

 

상층기단의  팔부신중

 

모두가 구름위에 좌정한 모습

 

 상층기단의 팔부신중

 

여러 형태의 무기를 하나씩 들고 있는 모습이다

 

팔부신중의 조각 솜씨는 너무나 훌륭한 것이어서

과연 국보중의 국보가 아닐 수 없겠다 라는 느낌이 들었다.

 

  지붕받침돌은 5단이고 추녀가 수평형태라서 시원한 느낌이다

추녀에는 낙수홈이 음각되어 있고, 네 귀퉁이에는 풍경이

매달렸던 구멍도 보인다.

 

 1층 탑신부

동쪽면은 아미타불

 

서쪽 면은 약사여래가 돋을새김되어 있다 

 

 

연화대좌위에 결가부좌한 형태로 두광과 신광을 2중으로 갖추었으며,

나발에 육계가 큼직큼직하게 새겨져 있다.

 

속초비행장 옆을 따라 설악산을 보며 십여리쯤 가면 석교리라는 곳이 나온다.

거기서 약 십여리쯤 더 가면 길 옆 산등성이 평평한 지점 한 가운데

단정한 모습으로 서 있는 거무스름한 이 진전사 3 층 석탑을 만날 수 있다.

 

기단 맨 아랫쪽 직사각형의 기다란 면에는 탱주를 모각하고

각 면에는 연화좌에 좌정한 비천상을 2 구씩 돋을새김 해 놓았다.

 

비천상은 원만한 얼굴 표정을 짓고 

 

두 손은 합장을 하거나 혹은 천의를 잡고 있는데

 

천의를 날리고 있는 모습이 썩 멋지지 않을 수 없다

 

상륜부는 모두 없어졌으며, 지금 남아있는 노반도 완전한 것은 아니다

3 층의 지붕돌 위에는 깊이와 지름이 약 10cm인 찰주공이 파여있다.

탑 전체는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검은색이 많아 석탑이 까무잡잡해 보인다.

1968년 헤체. 보수됐다.

 

 진전사지 부도 (보물 제 439 호) 

 

9 세기 중반에 만들어진 도의선사 부도로 추정된다.

우리 나라 부도의 일반적인 모습과는 상당한 차이가있는 아주 오래된 부도이다.

석탑의 2 중 기단부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데, 이는 부도의 모습이 아직 구체화

되기 이전의 형태, 곧 부도의 초기 모습으로 파악된다.

 

선종이 등장하기 이전, 그러니까 의상, 원효, 자장 등 그 어느 선사도 부도를 남기지 않았다.

허나 '본연의 마음이 곧 부처'라는 선종에서는 고승의 죽음은 곧 석가의 죽음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부도가 생겨남은 곧 선종이 널리 알려짐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만큼 이 곳 진전사지 부도는 불교 역사의 큰 의미를 갖는다.

처음 시도되는 부도였기에 양식적으로는 석탑의 기단부를 받침대로 사용하고 당나라에 있는

초당사의 사리탑에서 탑신부의 팔각당 양식을 빌어왔다.

 

높이 3.17m라는데 이런 양식의 부도는 내 생전 처음 보는 양식이라

다소 어색하면서도 장중한 느낌이었는데, 탑인지 부도인지를 놓고

한참동안이나 정리를 해야했다는 점을 말 하고 싶다.

 

* 참고자료 - 한국문화유산답사회의 "답사여행의 길잡이 - 3  동해 설악"편.

 

 도의선사의 부도가 거의 확실하다는 진전사지 부도 옆에 들어선 뉴(?) 진전사

한창 불사중이었는데 아마도 신흥사의 말사로 귀속되어있는듯.

 

불사중인 스님께서 곁으로 다가오시더니

도의선사가 선종의 뿌리임에 대하여

일장 강의를 펼쳐 놓는다.

 

 

 새 법당에는 뉴페이스의 돌부처님이 모셔져 있었다

 

 특이한 점은, 마당 끝 부분에 마치 용이 꿈틀대는 형상의 바위가

땅속을 기어가는 형태로 묻혀있어 여간 상서로운게 아니었다.

 

 

신축중인 진전사 하경을 끝으로

이동한 곳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낙산사 홍예문

 

절 이름 '낙산'은 산스크리트어 '포탈라카(Potalaka)' 에서 유래한 것으로

관세음보살과 관련이 깊다.

인도 남쪽 바닷가에 있는 지명으로 한자로는 '보타락가(補陀洛伽)' 라 음역한다.

그곳은 바닷가에 솟아 있어 보타락가 산이라 하는데,

관세음보살이 상주하면서 바닷길을지켜준다고 한다.

이 보타락가 산을 줄여서 부른 것이 바로 낙산이라고한다고.

 

 수 년전 양양 산불이 낙산사까지 덮쳐와 모조리 타버리고

유일하게 남은 사천왕문

 

 

  원통보전 현판은 경봉 선사의 필체다.

 

 원통보전에 모셔진 '건칠관음보살' (보물 제 1362 호)

 

칠층석탑(보물 제 499 호) 

 

 해수관음상

 

 

 홍련암

낙산사 유일의 산내 암자로, 의상이 관음보살을 친견한 관음굴 위에 세워져있다.

671년(신라 문무왕 11년) 이곳에 온 의상대사가

파랑새가 석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따라 들어가 일주일을 기도했다.

그랬더니 바다에 홍련이 솟아나면서, 그 위에 관음보살이 나타났다.

관음상을 친견한 의상이 이곳에 암자를 세우니 이것이 바로 홍련암이다.

 

바다쪽에서 바라본 홍련암(사진 카피)

 

바닥을 볼 수있는 구멍이 뚫려있는 홍련암 내부

 

홍련암 하경

 

 

의상대

 

 우연히 낙가루에 올라가

의상대에 오르니 늙은 객의 시름을 씻어 주네

의상 스님은 가고 천 년이 흘러 다시 오지 않는구나

다만 산 아래 푸른 물결만 흘러가네

 

- '체제용아당유고' 중에서 -

 

 

 

화마가 들이닥쳤던 그날의 낙산사 하늘이 이러했을까...!

노을지는 낙산사를 뒤로하고

 

 다음 일정을 위하여 미시령을 넘으며

'울산바위' 실루엣을 눈에 담는다

 

 

 

 


 

 

 

설악동을 신속히 빠져나와 이동한 곳은 '진전사터'

진즉부터 찾아보고 싶었으나 그간 성심이 부족했는지

드디어 오늘에서야 기회가 찾아왔다.

 

도의선사가 선종의 오야붕 격 이라는 사실은 내남없이 대충 알고 있는 사실.

오늘날의 한국 불교가 세계에 내 놓을 수 있고 기득권을 강력히 주장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바로 禪 이라 들었다.

 

바로 그 선종의 씨앗을 이 땅에 뿌려놓은 도의선사의 흔적이

양양 물치천을 따라 올라

둔전계곡 어딘가에 있다는 애기를 진즉부터 들어왔던 터.

 

속초 초입에서 강원 막국수 한 그릇을 목으로 우겨 넣자마자

득달같이 달려 진전사지 3 층 석탑 앞에 당도한다.

 

그 동안 감동할 준비를 충분히 해 와서일까? 

 오히려 익숙해서 탈.

탑을 빙빙 돌면서 그간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4 면 석불과

팔부중상의 돋을새김을 맘껏 훑어본다.

 

과연 !, 과연.... !

국보가 괜한 허명이 아니었음을 충분히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이어 당도한 진전사지의 도의선사 부도.

 

이 역시 답사 하수인 내 눈에 백태를 제거해가며 한 수 가르쳐 주고 있었다.

너무나 당당하고, 엄정하고,..

 

마치 탑과 부도의 경계를 허물어버린듯한 형태에 한참동안이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해가며 헤맬 수 밖에 없었다.

 

부도 옆에선 시대의 행태를 반영하는 듯.

한창 불사가 진행 중.

 

그러면 그렇지 !

요렇게 장사가 될만한 목(?)좋은 장소를 어찌 그냥 놔둘리가 있겠는가?

 

 도의산사의 후예를 자처하는 뉴 진전사의 스님네들이시여

부디, 도의가 북산(설악산)으로 간 까닭을 광명천지의 중생들에게

확실히 주지시켜 주시길...

 

폐사지도 망한 절이요. 불타버린 절도 결국은 망한 절 아니던가...?

 

이래저래 망한 절 두 군데가 왕성한 대한민국의 국운 때문인지 몰라도

한결같이 요란한 불사로 정신이 다 혼미할 지경이었다.

 

부처민국의 스님네들께 드리는 강력한 주문 한가지.

 

다시는 이 땅에 폐사지나 불타는 절이 없도록

 힘 써주시길 

합장으로 정중하게 부탁 말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