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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매

이불재(耳佛齋)에 부는 솔바람

 

"금곡숲속미술관"의 달항아리를 배경으로 좌정,

 '일지'의 선화, 달마도를 열심히 감상하며 관장과 애기를 두런두런 나누던 중.

지난 토요일(3/29일) 화순 능주 소재 '죽수서원'에서 만났던 '매화' 애기가 나왔다.

 

'매화'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매화 광팬(?)'청담'인지라 당장 달려가자는 재촉이 성화.

 

 

별 수 없이, 못 이긴 체 하고 엑셀 페달을 밟아댄다.

허지만, 위 죽수서원  매화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은 내가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하진 않으리라. 

 

고무타는 냄새가 나도록 달려가 다시 조우한 "竹樹梅"

 

신통찮은 시력에다 날씨까지 침침했던 지난 토요일엔 느끼지 못 했던 사실 하나를 발견한다. 

 

이런, 오마이갓......! ?

 

홍매와 백매에다 하나 더 추가,  청매까지 달려 있는 게 아닌가....

겹홍매, 겹백매, 겹청매가 나무 한 그루에 모조리 달려있다니, 세상에 이런 일이......?

 

그것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타일,

뻑뻑하지 않고  듬성듬성 성글게 꽃을 피워낸 古梅.

 

문제는, 저 기품있는 매화에 대한 당국의 무성의를 힐책하지 않을 수 없다.

각종 덩굴이 온통 매화나무를 뒤덮어 이대로 두었다간 얼마 안가 고사하고 말 형세가 분명이라.

 

저렇게 보기 드믄 매화를 알아보는 안목이 정녕 화순땅엔 없단 말인가...?

 

서원 바로 아래 무슨 표충사? 포충산지는 지은지 별로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도

시퍼런 비닐로 기와 지붕 전체를 덮었다.  비가 샌다는 애기...?   몹시 보기 흉한 모습이다.

 

서원 아래, 다보사라는 절인지 당집인지에서 연신 시끄럽게 두드려대는 금속성의 소음은

정암과 학포를 흠모하며 찾아온 이들을 충분히 질리게 하고 있음도 당국은 알고나 있는가? 

 

"한 그루 매화가, 죽수서원의 의미를 가장 극명하게 대변하고 있노라....."

 

향토인 茶泉,  능주 하늘에 혼자서 핏대를 세워본다.

 

 

임을 봤으면 뽕도 따야 하는 법

 

이어서 당도한 곳은 능주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사자산 쌍봉사 앞,

작가 정찬주의 창작 산실 "이불재"

 

 

 

더~~~어~~~엉~~ 

이불재를 들어서는  등뒤로, 저녁 예불을 알리는 쌍봉사의 범종 소리가 들려온다.

나무관세음

 

 

 이불재의 진달래

 

흐드러지게 피어난 梅林을 산책 하시던 정찬주 선생께서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작가의 머리를 식혀주는 마당의 연지

 

.

노을이 찾아드는 쌍봉사 골짜기

 

 

이 불 재

팽주께서 우려내 주시는 향기로운 황차를 목으로 흘리며 고개를 젖히니 상량문이 눈에 들어옵니다.

"솔바람으로 귀를 씻어 佛을 이룬다 ."

 

 

"오늘 마지막으로 교정을 끝낸 원고를 출판사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출판기념식도 조만간 부산에서 열 계획입니다"

 

상, 하, 두 권으로 나오게 된다는 장편 소설 "인연"에 대한 설명.

 

 

아래는 "법보신문에 실렸던 소설" 인연"에 관한  기자와의 대담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 중략 -

 

                            매일 예불하듯 신심으로 썼지요. 글을 쓸 때마다 신심이 났고 환희심이 들었어요.

                            일타 스님의 삶을 엿보며 재발심하는 계기도 갖게 되었습니다.”

                            오롯이 정진의 시간이었다. 새벽부터 집필실 책상에 앉았다.

                            청정한 글은 정신이 차가울 때 나왔다.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일타 스님을 떠올렸다.

 

                            봄엔 새 생명이 움트는 소리와, 여름엔 짝을 찾는 매미 울음소리,

                            가을엔 창밖을 스치는 청량한 바람과 익어가는 생명들,

                            겨울엔 말없이 내리는 눈과 함께 글을 썼다.

 

                            세상을 일타 스님의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말하고 귀로 듣고 가슴으로 느끼려고 노력했다.

                            욕심이 났다. 일타 스님을 그리면서 자신이 느낀 환희심이 독자들에게 여과 없이 전해지길 간절히 바랐다.

                            호흡이 긴 글을 끌어준 신심의 에너지가 독자들에게 전이되길 원했다.

 

                           한 없이 자비로웠던 일타 스님을 탁본하듯 글을 썼고 불일증휘란 화두에 부끄럽지 않은 글을 남기고 싶었다.

                           한 생각 돌이키면 모든 것이 다 풀린다.

                           엉킨 실타래를 풀 때 실 한 고리를 풀면 슬슬 풀리듯이.

                           한 생각 돌이켜 일대사를 해결하려는 수행 참선은 순도 높은 금을 만드는 과정과 같다.

                           글쓰기 역시 순도 높고 합금이 잘되는 금, 즉 글을 만드는 치열한 과정이다.

                           그래서 진솔한 글은 독자들의 마음에 금빛으로 녹아들기 마련이다.

 

                           “‘인연’ 연재가 예고 없이 나가지 못한 적이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냐’며 많은 독자들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인연’을 읽고 일타 스님이 환생한 것 같다며 우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일타 스님이 오대산 적멸보궁서 연비하던 연재가 나갈 땐 독자 한 분이 책이 발간되면

                           1000질을 사 주위 분들에게 보시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인연’은 저 혼자 쓴 것이 아닙니다.

                           일타 스님과 선근 인연을 맺은 모든 분들의 그리움과 눈물이 글을 완성한 것입니다.”

 

 

                           이제 일타 스님 일대기를 담은 소설 ‘인연’은 끝났다.

                           그러나 그는 자비로운 일타 스님을 못다 그린 것이 아쉽기만 하다.

                           달은 초승달이거나 그믐달이거나 보름달이거나 천개의 강을 비춘다.

                           많은 말들을 늘어 놨지만 정작 하늘에 있는 달을 다 못 그린 탓이리라.

                           겨우 강에 비친 달그림자 하나를 베낀 것 같아 아쉬움은 그의 마음속에 진하게 남았다.

 

                          “인연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것인지를 다시 돌아봅니다. 그리고 두려움을 느낍니다.

                          인연은 내가 짓는 업의 결과요, 업의 보이지 않는 그림자이며 들리지 않는 메아리입니다.

                          그러나 반드시 드러나는 것이 인연입니다.

                          독자들이 소설 속에서 일타 스님을 친견하고 선근 인연을 맺어 신심이 새삼 솟구치고,

                          일타 스님처럼 자비로운 사람이 되길 기원합니다.”  

 

                          - 법보신문 최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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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중의 명문이라는 대학에, 건축 전공으로 유학중인 딸 자랑에다

일찌감치 그림에 특출난 재능을  보였다는 아들 자랑, 이어 건너 방으로 이동.

벽에 걸린 자녀 들의 작품에 대한 이런 저런 설명에 이르기까지....

 

도예가이신 사모님께서 직접 차려 내 주시는 황송한 저녁 식사까지를 마치고서야 자리를 털고 일어납니다.

독촉이 빗발치는 원고 하나를 오늘 밤 안으로 해결 지어야 하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이불재 마당에 내려서니 천지간에 칠흑같은 어둠 뿐....

 

눈 쌓인 능주 땅에 피를 쏟으며 숨을 거둔, 개혁 사상가 정암 조광조를 좇았던 "하늘의 道"에 이어

이번엔, 신심으로 부처님 전에 손가락을 태워 공양하고 우리 곁을 떠난 일타 스님의 이야기 "인연"의 출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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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바람에 귀를 씻고 또 씻어낸 작가 정찬주 선생

그는 부처 지망생이 아니라  이미 진즉에 부처였음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