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7-11 18:54
전북 완주군 비봉면 내월리 소재 홍련암 연지 * 2007,7,8 일요일 |
딱, 방 한 칸과 부엌 한 칸으로 구성된 초가 토굴. 달 밝은 밤에 방 문을 열면 우주가 바로 내 품안으로 달려들지 않을까?................ |
수봉산을 배경으로한 홍련지 |
홍련암 |
대아수목원에서 바라본 운암산의 모습
수목원 내의 나무와 꽃과 식물들 |
모감주나무 |
대아수목원에서 만난 가장 어여쁜 꽃 |
드디어 시절인연이 도래 했음인가? 진즉부터 찾고픈 절이 하나 있었는데 그간 향심이 부족했는지 자꾸만 인연이 비켜가더니만 오늘 드디어 솔솔 코 끝에 풍겨오는 7월의 연향을 따라 길을 떠나기로 한다. * 전북 완주군 비봉면 내월리에 소재한 수봉산(首鳳山) 홍련암(紅蓮庵) 홍련암이라는 절은 전국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지라 지역명을 앞에 붙여야만 정확히 알 수가 있다. 절을 찾아가면서 길가에 세워진 이정표나 마을 이름을 살펴보니 한결같이 날 飛 또는 봉황새 鳳자가 들어가 있거나, 달 月자가 들어가 있음을 본다. 뭔가 괜찮은 산세를 끼고 있는 동네라는 느낌이 강하게 오는 지명 들이다. 물어물어 구불대는 동네 길을 지나 작은 시내를 옆에 끼고 가노라니 '홍련암' 편액이 눈에 들어온다. 얼핏 보니 그냥 평범한 가정집 스타일인데 마당엔 조그마한 연지가 있고 딱 한 송이의 홍련이 화사한 모습으로 피어있는 정갈한 모습에다 마당엔 잔디가 깔려 있었다. 무애행으로 유명했던 도봉산 망월사의 춘성(春城)스님을 10년이나 시봉했다는 대선당이라는 자가 이곳 홍련암에 주석하여 월곡(月谷)을 연향(蓮香) 가득한 붓다의 세계로 만들어 놓았노라 는 애기는 진즉부터 들어왔었다. 내 오늘 그이의 장삼자락에서 풍겨 나온다는 연향을 따라 이곳으로 찾아든 것이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너무나도 잘 알려진 홍련지다. 엄청난 구경의 대포로 무장한 카메라꾼들이 찾아와 작품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가운데 수봉산을 배경으로한 연지에 올라서자니, 아 ~~~~~~~ ! 외마디 장탄식이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다. 황홀하고도 장엄한 연화 세계가 거기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게 상태가 좋고 싱싱하게 자라난 연은 내 생전 첨 보았다는 게 솔직한 표현이리라. 진초록 광택의 두터운 연잎에다 사이사이 적당한 모습으로 피어난 홍련의 크기와 색감 그리고 그 선명함과 우아함은 보는 이의 혼을 쏙 빼놓고 있었다. 7월 뜨거운 한낮의 이글거리는 태양아래 약 천여 평 쯤으로 가늠되어 보이는 깨끗하고 아름답게 피어난 홍련지를 서서히 한바퀴 그리고 두바퀴 돌아보며 이렇게 탐스럽고 청결한 모습의 연지를 조성 하느라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력을 들였을까.........? 감탄과 경탄을 쏟아내면서 내내 벌어진 입을 다물 길이 없었다. 서서히 정신을 수습하고 연지와 주변의 어우러짐을 살펴본다. 연지 건너 산자락엔 아마도 대선당의 수행처 인듯한 초가를 얹은 방 한 칸의 아담한 토굴이 서 있고 왼편으로 고개를 돌리니 비교적 근자에 세운 듯한 마치 연곡사 동부도를 패러디한 느낌의 부도가 보이고 더 왼쪽으로 시선을 가져가자니 요덕사 대웅전 인 듯한 건물이 오른쪽 끝에 있는 아담한 방 한 칸의 토굴과는 전혀 어룰리지 않는 비대칭의 모습으로 눈에 들어오는데 홍련에 감격하기도 바쁜 지금의 나로서는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도 의지도 없었다. 근데 이건 또 무슨 변고란 말인가? 절 주변을 둘러싼 대숲이 온통 고사되어 영 보기가 흉한 모습이다. 아마도 꽃이 피어 모조리 죽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 해 볼뿐 절 주위를 둘러봐도 어느 하나 물어 볼만한 이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 주위의 싱싱한 푸르름과 말라 죽어 앙상한 느낌으로 서 있는 대 숲의 부조화가 묘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따가운 햇살아래 고즈넉이 펼쳐진 주변 풍경에서 문득 이 곳의 지명이 월곡(月谷)임을 떠 올린다. 서산에 해가지고 동편에 둥글게 달이 떠오르면 연꽃은 더욱 그윽한 향을 뿜어낼 것이고 이때의 경계를 고조시키는 데는 연차가 제격일거라는 느낌이다. 연지와 연차 그리고 홍련암에 내리붓는 달빛..! 그 처연하도록 아름다운 광경이 자연스럽게 머리속에 그려짐을 낭만에 초 쳐 먹는 소리라고 너무 타박하지는 말자. 홍련지에서의 감동을 뒤로하고 언덕을 내려와 정갈하기 짝이 없는 홍련암 잔디 마당으로 들어서니 작고 아담한 연지에서 피어난 딱 한 송이의 홍련이 배시시 웃으며 이 속인을 반겨 맞는다. 건물 내부에서의 담소가 밖으로 나지막이 흘러나오는 적막한 광경에다 찰칵대는 카메라 셔터 음을 섞자니 여간 미안한 게 아닌지라 대충 훑고 그만 돌아서나온다. 홍련암에 주석하고 있다는 대선당, 내 아직 그를 직접 대면한 일은 없으되 귓전에 들려오는 풍문으론 제데로 견성을 한 인물이라 들었다. 그런 그가 치열한 공부 끝에 토해 놓았다는 오도송을 한번 떠올려보며 천천히 월곡(月谷)을 빠져나와 다음 목적지인 대아수목원으로 �향을 잡는다. . . . 계룡산 찾아갈 제 걸음걸음 눈물이라. 삼년을 하루같이 명산을 바라보며 스님을 시봉했네. 도봉산 돌고돌아 높디높은 춘성 선사. 십년동안 그 밑에서 마음달을 희롱하며 모든 것을 남김없이 모두 다 바치었네. 천년전 원효 성사 터 좋다고 찬탄한 곳 천진하신 도천 선사 오래오래 머무신 곳. 그속에서 무심으로 무자탑을 갈고갈며 눈덮힌 대둔산에 원만한 보름달이 중천에 솟았더라. 그 이름도 유명한 합천의 해인사에서 팔만장경 맴돌면서 삼년을 소일했네. 지나간 이십여년 허송세월 생각하면 후회막급하지만은 그래도 불법 만나 정법속에 뛰어들어 눈 밝은 명안 종사 훈훈한 휘하에서 산 정신을 뼛속 깊이 간직했네. 이제라도 슬금슬금 부지런히 닦아가면 머지않아 타성일편 나타나서 패침망찬할 지경에 활연히 깨달아서, 일없는 대선당이 배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잠을 자며 일체처 일체경에 하나도 걸림 없이. 어릴 적 그때마다 기탄없이 발가벗고 어화둥둥 춤을 추며 태평가를 부를걸세. 어화둥둥 달동네의 복 많은 보살들아 언제부터 닦았길래 그리도 잘 하는가. 요덕사(堯德寺) 번성할 때 큰스님 모셔놓고 설법듣던 보살들아 아~ 아 다시 묻지 않아도 삼생인연이 분명하구나. *에필로그* @홍련을 닮은 ㅇㅇ 님께서 선물하신 연차를 우려 마시며........... |
정길 김삿갓의 완주 방랑기.. 몇번을 탐독해도 시원히 풀리지 않는 저 글귀들..
방랑자는 같은 방랑자련 만 김정호는 김삿갓의 넓고넓은 세계를 모르니.. |
2007-07-11 20:45: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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