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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산행·여행·풍경

고흥 두방산 - 병풍산 - 비조암 - 첨산

2007-06-07 23:32

 









다리 공사관계로 큰 길에서부터 용흥사 길을 걸어 오른다.
저수지 맑은 물을 오른쪽으로 바라보며 여유롭게 걷노라니 기막힌 향기가 코를 벌름거리게 만든다.
진원지는 다름 아닌 쥐똥나무 그리고 마삭줄, 거기에다 금은화 등에서 풍겨나오는 아찔한 향.  

산행 초입부터 이 산적의 여리디(?) 여리기만 한 백색의 감성은 이미 진즉에 혼비백산이다.

용흥사 커다란 팽나무 아래.
마치 야외 공연장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 장소에서 맑은 술.
이름하야 청주로 목을 씻는 거한 입산주 의식을 빼 먹을 수는 없는 노릇.
한 잔, 또 한 잔, 가볍게(?)........ 근데, 어쩌면 이리도 달고 입에 착착 감길 수 있단 말인가!
문득, 첨단산인의 “여길 보시오”라는 외침에 앞쪽에 서 있는  안내판을 바라보니 이런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사찰 경내에서는 음주 가무를 삼가시기바랍니다”

·~!@@##$%&^^ 띠~용**********

예의 그 진한 꽃향기가 전신을 휘감는 두방산 오름길.
정상 못미처 커다란 절벽 아래 기막힌 석간수가 나오고 있었는데 친절하게도

무등산 닷컴의 영원한 마스코트이자 철각 산 꾼인 박우준 군이 바가지로 떠서 건네준다.
시원한 청량감으로 목을 정리하고 절벽을 돌아 오르니 두방산의 정상에 서게 된다.

아...........!
일망무제란, 바로 지금의 경우를 이름이라.

좌로는 여자만이요, 우로는 득량만이라.............
지도를 펼치면 고흥으로 들어서는 초입이 바로 동강면 일대요,

남양면과 과역면이 마치 호리병의 잘룩한 부분에 해당되는 모습이 아니던가?
청정의 바다와 푸르른 산하, 모든 논에 물이 담겨진 바둑판 모양의 넓은 들판,

간간히 떠 있는 섬들에 이르기까지, 자연이 아니고선 누가 감히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단 말인가?

워낙 낮은 산 이다보니 저 아래선 감히 이런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리라곤 어디 짐작이나 했겠는가?
우리나라 산을 애기할 때, “결코, 오르는 산이 아니요, 들어가는 산이다.” 라는 표현을 쓰는 연유를

지금의 이 장면이 너무나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정경이  내 눈 앞에 내내 펼쳐지고 있었다.

이어서 당도한 곳은 병풍산 정상.
이 곳 역시 정상에서 약간 비켜난 곳에 서면 위와 다름없는 선경이 눈에 가득이다.



건너편의 비조암이 웅장하게 눈에 들어오는데
그 육중한 무게감으로 다가오는 정상의 바위 모습을 이모저모 뜯어보며 
과연 비조라 이름 붙인 이의 혜안에 찬탄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엄청 커다란 바위 덩어리지만 산 정상에 날 듯이 얹혀있는 모습에서  
나는 새의 형상을 떠 올리는 건 결코 어렵지 않다는 애기다.

비조암 한 켠, 바위 끝에 애처롭게 피어난 올 들어 처음 접 하는 붉은나리꽃..........
세찬 바람을 온 몸으로 받느라 겨우 10cm 정도 밖에 자라지 못 했지만

아름답게 두 송이의 꽃을 피워내어
 이 산적의 눈을 황홀하게 해 주는 자태에 가히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메마른 바위 위 지만 저 아래에서부터 줄줄이 올라와 온통 바위를 휘감고 피어난 마삭줄의 향기는
이 곳이 바로 천상이요, 극락의 세계라 믿고 싶어지리만치 절경을 뽐내고 있었다.

비조암을 돌아내려와 건너편의 첨산을 향한다.
워낙 뾰족한 모습이라 굳이 중언부언 설명할 필요가 없는 모습의 첨산.

비조암 내림길,
온통 아카시아를 휘감아 오르며 피어난 마삭줄은 결국엔 나무를 옥죄어 고사시키고 만다.
유독 아카시아를 좋아하는 마삭줄, 무슨 까닭이라도 있단 말인가?

홀로 비조암에서 동영상을 만드느라 뒤처진 MT사랑님, 결국 사고를 치고 마는데.....
비조암을 돌아내려와 첨산으로 향했어야 하는데 그냥 직진을 해 버렸단다.
미녀(美女)집단을 뒤따르며, 미주(美酒)에다 미향(美香).

그리고 비조암의 미경(美景)에 취하다보니 그만 잠시 이성(?)을 잃었음인가?


 하기야 나도 오늘 카메라를 깜빡하고 오는  일생일대 대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던가?
핑계인 즉,
한꺼번에 두 가지를 동시에 챙기지 못하는 내 염량 때문이리라.


 허지만, 청주와 카메라 둘 중에서 차라리 청주를 택했기 망정이지
카메라만 챙기고 청주를 빠뜨렸다?
그런 끔직한 불상사는 절대로 있어서는 아니 될 일, 암..............!  있어서는 아니 되고말고..............!

그나저나, 나는 오늘 미녀 집단을 알현 한다는 설렘에  출발 전부터 이성을 잃고 말았지만

MT사랑님은 도대체 무엇에 홀려 첨산으로 꺾지 않고 직진을 해 버렸단 말인가?
위에 적시한 네 가지 美의 나열과 조건 때문에  멀쩡한 남자 두 사람,  이래저래 그냥 절단 나고 만 하루로구나...!

비조암과 첨산 사이의 안부에 내려선 후, 말 그대로 첨산을 오르려다보니 당연히 코를 땅에 박아야 할 지경의 급경사다.
어설프지만 일체의 덧댐 없이 그냥 땅만 깎아 계단을 만들어 놓은 게 차라리 오르기 편했다고나 할까?  

한바탕 땀을 쏟고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목표, 첨산 정상의 달궈진 바위에 올라 하경 감상에 들어간다.

저 아래 동네 길을 따라 알바(?)를 끝낸 MT사랑님이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가운데

고흥 일대의 산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지리 공부에 심취한다,


모처럼 찾아온 산객을 환영함인가?  
어디선가 호랑나비 두어 마리가 날아와  머리위를 날며 나풀나풀 춤을 추어댄다.  
누워있는 여인의 형세라는 병풍산에서 비조암으로 이어지는 라인을 돌아보며  
어디가 얼굴이요 어디가 배꼽에 해당 되는지를 살피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바라봐서인지 대충 뜯어 맞출 수 있었다.

제법 따가운 햇살이 정상의 암릉을 달구고 있는 모습을 뒤로하고  

곧장 하산 길로 접어드는데 과거에 비해 나무가 제법 울창해진 모습이다.
새로 생긴 4차선 도로 옆으로 예전의 국도가 지나는 지점에 뒷산 이름을 간판으로 내건 첨산 산장에 당도,

뒤켠으로 돌아가 보니 아무래도 예전에 내가 첨산을 올랐던 지점이 바로 여기라는 느낌이다.

도로 옆 그늘에서 시원한 청주로 하산주를 삼으며 기억을 더듬는다.
돌이켜보니 벌써 35년 저편 기억 속의 편린으로 남아있는 첨산.
뾰족한 산의 모습이 궁금해 죽죽 미끄러지며 올라갔던 기억 외에는 남아있는 게 없지만
눈에 보이는 산에 대한 궁금증은 바로바로 해소 시켰던 내 젊은 날의 초상까지를 회상하게 해 준 추억 산행이기도 했다.

멋진 조망, 진하기만 했던 꽃향기, 아름다운 벗님네들.
MT사랑님의 제의로 결행한 오늘의 산행.



" 황홀로 시작하여 감동으로 마무릴 지었노라. "



호남지리탐사회원 여러분과 무등산 닷컴 가족 여러분,  약 6시간 소요  ***











산아가씨
안녕~안녕,안녕~~안녕~~~
어느 산꾼의 심정을 노래했다는데...
어떤 심오한 뜻이 담겨 있나요?
알 듯 모를 듯,
괜히 골치가 아플려고 하네요.
2007-06-08
00:00:59
 
 
 
명경헌
김선생님이 카메라를 안 가지고 가셨다?
지금까지의 시리즈물 중에서 가장 다큐멘타리성이 강한 글이로군요.
그림이 없으니 현장감을 묘사하는데 더욱 충실해진 글이 되었군요.

그림보다는 美酒를 택하겠노라는 비장함이 역시 취월당?답습니다.
이길 수 있을 때 부지런히 자시면 이태백이 부럽겠어요?
그날 저는 모후산 다녀왔습니다.
2007-06-08
08:00:37
 
 
 
첨단산인
수고하셨습니다.
분신과 같은 카메라를 버려두고 가셨으니 원통할바 글로라도 원을 푸시옵소서
고흥 가면서 그냥 지나치기 바빴던 팔영산과 천등산,마복산,딸각산을 바라보며
스쳐지나가기 바빴던 곳에 저리도 아름다운 산이 있을줄이야..
2007-06-08
17:3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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