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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산행·여행·풍경

봄날에 온 가인(佳人)과 천상의 화원을 찾았더니

2007-05-11 15:09

 곡성 오산 소재 성덕산 관음사 들머리에서 바라본 백아산 원경



* 2007, 5, 10 목요일
* 오산 관음사 - 백아산 - 옹성산 약 7시간 소요


 심청 설화로 널리 알려진 관음사

 

 

죄 많은 인생이라서 저 칼에 맞을까봐 엄청 떨었습니다.

 

영산홍과 나비

 

 

 

영산홍과 새

 

 

 

수련

 

작약

 큰꽃으아리

 

 쥐오줌풀과 나비

 

 

 미나리냉이와 나비

 

 

마당바위를 돌아 언덕을 올려다보니 엥!~~ 황당??

 여길 봐도

 

저길 봐도

 

딱 요만큼의 꽃 밖엔 보이지 않습니다

 

 

 

 

 

 

2007년 백아산의 연분홍은 더 이상 기대치 마시기 바랍니다

 

아쉬워서 다시한번....

 마당바위로 올라가 내려다 보지만....

 연분홍은 적막강산 입니다

 

마당바위의 적막, 어쩐지 앞서 산을 내려오던 사람들의 표정이 어둡다 했더니 ...

 

어느덧 건너편의 옹성산으로 마음이 이동합니다

 

산을 내려가는 발걸음이 무겁고 웬지 황당하기만 합니다.

 유격장을 지나 들머리에서 바라본 옹성산, 왼편으로 올라 오른편으로 내려왔습니다.

 

 

 천남성

 

 

백선

 모후산 원경

 폐가로 변한 옹성산 할머니 집

 

장독은 여전한데 인기척은 사라진지 오랩니다

 

수영

 영락없는 코끼리 바위

 

찔레꽃

 

 

 

 

다시 내려와 울창한 대숲을 지나

 석간수가 일품인 백련암(?)지에 다다릅니다

 옹성산 정상에선 나무에 가려 동복호 조망이 시원치 않습니다

 

산성 쪽으로 이동 하다보면 망향정이 자리한 동복호의 멋진 정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둥글레

 애기나리

 

할머니 집 하경

 



 

씀바귀

 

산성

 

기린초

 

 

 

 

 

 용처가 뭘까? 항시 궁금합니다

 

 산성을 계속해서 따라가다 보면 나타나는 폐가

 

집 뒤켠의 샘

 백계남 선생님의 친절한 표지기

 

이 암봉과

 

계단을 따라 내려서면

 건너의 암봉 사이의

 능선 안부에 다다릅니다

 산길을 따라 내려오면 갑자기 앞이 트이면서 들머리와 날머리가 합쳐지는 곳으로 나오게 됩니다.

 

 

 

 

 

봄날에 찾아온 가인(佳人)께서 애당초 안내를 요청한 산은 동악산이었다.
허나 동악은 다음으로 미루시고  백아산 마당바위 앞에 펼쳐진 분홍빛 천상의 화원만이 화창한 봄날 가인의
모습과 너무 잘 어울리는 궁합이 아니겠느냐며 확신에 찬 어조로 톤을 높인 연 후 길을 가고있는 중이다.

멀리 백아산의 원경이 눈에 들어오는 지점에 차를 세우고 잠시 후면 감탄사를 연발 하리라는 기대에 부풀어
카메라를 꺼낸다. 그러고보니, 마침 차를 세운 지점이  심청 설화를 간직한 관음사로 들어가는 지점 아닌가?
제 아무리 백아산의 연분홍이 기다린다고 해도 내 어찌 추억 어린 저 길을 그냥 지나칠 수 있으리오!

백아산의 철쭉이여 잠시만 기다리시라.  내 과거의 인연을 잠시 회상 하고나서 달려가오리다.
부지런히 길을 따라 올라가 명랑해지고 번듯한 당우를 갖춘 모습의 관음사에 당도한다.
절 앞, 개울을 가로질러 기와를 얹은  정자형 다리가 눈에 들어오는 가운데 잠시 옛 생각에 잠긴다.

그 때가 언제였을까?  팔십년 초 쯤??.....
무슨 인연이었는지 기억이 가물대지만 스님 한 분과 함께 책상을 비롯, 간단한 살림 몇 가지를  작은 차에
실고서 이 첩첩 산중 험한 길을 헤치면서  찾아들게 되었다.

대숲이 울창한 길을 간신히 따라 가는데 갑자기 단청은 바랠대로 바랬고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다리
하나가  눈앞에 불쑥 기괴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게 아닌가?  음침하게 어두어지는 황혼녘 길고 커다란  
대나무 그림자가  다리에 어른대는 을씨년스런 광경은 영락없는 전설의 고향 그 자체였었다.

머리칼이 곤두서는 상황인지라 절 안으로 들어가기가 겁이나 다리 앞에 실고 온 짐들을 대충 내려놓고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허둥지둥 뒤돌아서 줄행랑을 놓았던 기억과 지금의 밝아지고 명랑해 진 모습을
겹쳐 보노라니 입가에 쓴 웃음이 번진다.

빨치산의 안방격인 백아산이 지척에 있었으니 토벌대가 이 절을 그냥 온전히 놔둘 리가 있었겠는가?
깡그리 불을 질러 귀중한 문화유산이 모조리 사라져 버리고 폐사가 되었던 절을, 나와 동행했던 스님이
불사의 원력을 세우고 찾아들었을 텐데 생각이 짧고 무지한 촌놈인 내가 그 원대한 불사에 대한 원력의
의미를 알 턱이 있었겠나?

관음사 입구 연못에 소담하게 피어난 수련 감상을 끝으로  백아산으로 이동 산을 오르는데 반팔에 스치는
바람이 한 없이 부드럽기만하다. 거기에다  내 생전 처음으로 성이 다른 가인을 단독(?)으로 안내하여 산을
오르는지라 가슴은 벌렁대지요, 생각은 말랑대지요, 급기야 다리까지 흐믈대는데  오늘따라 왜 이다지도
꽃과 나비들은 지천에 널려 있단 말인가?

가인의 입이 샐쭉해지면서 질투의 따가운 시선이 뒤통수에 닿는 게 느껴지지만 어쩌란 말인가? 천성이
예쁜 꽃을 보면 부여잡고 감상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을. 천상의 화원이 가까워 오는데도 불구하고 이 꽃,
저 꽃과 이런 저런 나비의 팔랑댐에 벌써부터 혼비백산이로다.

드디어 부풀대로 부푼 기대감으로 마당바위 아래를 돌아 철쭉 군락지가 보이는 언덕을 오르는데,
아뿔싸................? !.   이 무슨 변고란 말인가??????
분명, 흰 거위와  연분홍 바다가 어우러지는 천상의 화원이 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어야 하거늘.......!

도대체 그 아름다운 꽃들은 모조리 어디로 사라지고 연초록 잎새의 군락만이 파도를 이루고 있단 말인가?
내 눈을 의심하며 다시 한번 눈을 씻고 아무리 둘러봐도 천상의 화원은 온데간데 없고 온통 푸르름만이
분지에 가득하고 꽃이라곤 아무리 찾아 볼래야 도통 찾아 볼 수가 없는 모습이다.

이럴수가?  갑자기 현기증이 몰려온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약수터를 찾아가 타는 갈증을 달래며 다시 한번
둘러봐도 여전히 꽃은 보이지 않는다. 혹, 오늘 나와 동행한 가인의 출현을 예감하고 시샘하여 모조리 꽃잎을
닫아버린 건 아닐까?  @#$%^&******

정신을 수습, 원인 분석을 나름대로 해 보는데 아무래도 냉해 때문인 것 같다.
꽃망울이 올라올 때 한파가 몰아친 날이 있었는데 모르긴 해도 아마 그 탓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무리 해거리를 한다 해도 이럴 수는 없을게다.

아쉬움 속에 마당바위로 자리를 옮겨  꽃 없는 철쭉 군락지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나마 화사한 꽃을 피워
내 보지만 감동하긴 애저녁에 틀렸고 긴 한숨 속에 고개를 돌려  시선을 멀리 보낸다.

이 때, 건너의 옹성산 라인이 아련한 모습으로 눈에 들어온다.
꿩 대신 닭이라 했던가? 산을 넘어 휴양림으로 향하려던 발걸음을 되돌리기로 한다.
가자, 저 멋지고 매력 만점인 옹성산을 향하여....

아름다운 모습의 옹성산 오름길,

백아산 에서의 멍든 가슴을 부여잡고 비틀대며 찾아온 산객의 쓰린 마음을 어찌 이리도 잘 헤아려
준단 말인가. 천지 사방에 온통 야생 기화요초의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야 알겠노라, 오늘 내가 찾던 천상의 화원은 바로 옹성산 이었다는 사실을!

수많은 사연을 만들어 놓고 이승을 하직한 녹슨 양철지붕의 할머니 집에 다다른다.
쥔 없는 폐가로 변해버린 을씨년스런 집안 내부를 들여다보자니 까닭도 모르고 근원도 알 수 없는
회한이 뭉실뭉실 가슴을 스친다.

아마도, 언젠가 내부에 들어가 어지럽게 널려있던 잡지 “사상계”를 비롯, 가족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여러가지 버려진 세간을 뒤적여 보고 뒤편의 장독대에 이르기까지를 애잔한 마음으로 돌아보며  결코
남의 일 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리라.

폐가 뒤편 영락없는 코끼리 코를 닯은 모습의 예사롭지 않은 바위를 둘러보고 다시 내려와 폐 암자 터에
당도 하여 맑은 석간수로 목을 축이고 마치 내가 이 자리의 쥔 이라도 되는 양 어떤 토굴을 지어야 어울릴까?
잠깐 사이 이런 저런 수 많은 청사진을 머리 속에 그려본다.

울창한 대숲을 지나 옹성산 정상에 올라 너머로 한참을 내려가 살펴본 다음 되돌아와 철옹산성을 향하는데
조릿대를 배어내어 등로를 넓게 확보한 게 눈에 들어온다. 조망이 넓게 확보되는 지점에 이르러 멀리 모후산
을  배경으로 이리저리  뻗어가는 산줄기 그리고 산그늘에 덮여가는 옹성산의 음영을 감상하자니 문득, 압권
이라는 단어의 쓰임새는 바로 지금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른바 포곡식 산성이라는 철옹산성의 길을 따라가니 폐가 한 채가 나타난다.  녹이 슬대로 슨 모습으로 방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케비넷에 시선이 닿는다. 이  높은 산중에 뭬 그리 소중하게 넣어둘게 있다고 저
무거운 것을 올려다 놨을까? 비록 방 문짝은 떨어져 나가고 휑뎅그레한 풍경의 폐가 이지만 공부하고 살기엔
그만인 장소라는 느낌도 주는 매력있는 장소 임이 분명하다.

역시 뒤쪽엔 샘이 있고 주위엔 감나무를 비롯하여 배나무 등등이 있지만 가꾸는 이가 없어 그저 무성할
뿐인 모습을 뒤로하고 계속해서 전진하면 백계남 선생께서 쌍바위라 명명하고 표지기를 부착해 놓은
바위 사이 안부에 다다른다.

곧장 안부로 내려서지 않고 건너의 봉우리에 올라 한참을 전진하다 되돌아와 예전엔 굵은 로프에
의지해서 오르내렸던 절벽에 편리하게 설치된 나무 계단을 따라 출발지로 되돌아온 다음 계곡으로
내려가  맑디맑은  계곡수로 얼굴의 소금기를 씻어낸다.

천상의 화원을 찾아 올랐던 백아산에서의 실망이  옹성산에서의 꽃잔치와 아름다움으로 상쇄되어 그나마
봄에 찾아온 가인께 조금은 덜 미안하고 다행이었다. 날머리에 내려서니  어느덧 온통 산 주름투성이
화순 땅 옹성산 골짜기에 무심함으로 저녁이 찾아오고 있었다.

 

 

 

 

 

 

 

 

 
 
 
명경헌
백아산과 옹성산을 다녀 오셨군요.
저도 백아산 철쭉을 다시보려 계획을 세웠지만,
이곳에서 소식을 접하고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김선생님 말씀처럼 올 해는 꽃 눈이 틔울 때에 냉해를 맞아...
거의 전멸하다시피 한 모양입니다.
명경헌에서의 벚꽃도 작년같지 아니하고 시들하였거든요.

옹성산은 분명 색다른 단장을 한다면 무지 독특한 산이 될 것입니다.
佳人과 함께하셨다니...
꽃이 눈에 들어 오던가요?
수줍어서 일부러 그런 체 하신 것 같은데...ㅎ
사색으로 읽어야 하는 좋은 글 읽고 감동을 안고 갑니다.
2007-05-11
17:36:44
 
 
 
산아가씨
영산홍과 나비,
어느게 꽃이고 나비인지,한데 어울림이 무척 환상적입니다.
동행하신 佳人분과도 잘 어울리셨나요?
그 분도 분명코 행복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때는 우리들의 방문을 반겨 주셨던, 그러나 지금은 세상에
계시지 않는 할머니 집의 쓸쓸함과 새로이 시작하는 그 주위의
온갖 꽃들과 나무들의 싱싱함,
웬지 마음이 아려옵니다.
2007-05-11
21:29:52
 
 
 
첨단산인
딱 1년만에 작년의 그코스 그대로 다녀오셨네요
작년의 연분홍 산철쭉은 딱 끝내줬었는데요
환기형님의 글월을 보고 내일가려던 백아산을 포기하고야 말았습니다.
대신에 바래봉이라도 다녀올 요량입니다.
바쁜일이 아니시라면 함께 가면 좋았을텐데요
백아산과 안양산 모두 내년의 봄을 기다려 볼렵니다.
2007-05-11
23:08:13
 
 
 
산마을
관음사 입구 풍경이 참 볼만 하네요...
관음사의 검은 호랑나비는 지난해에도 보았던 것 같은데 관음사표 나비인 것 같습니다.
노란색 꽃은 자운영처럼 보이는데 노랑색 자운영도 있는 것일까요?
빨간색과 분홍색의 병꽃이 참 특이한 것 같고 쥐오줌풀도 색감이 좋습니다.
쥐오줌풀과 나비 아주 멋있습니다!
2007-05-13
20:44:18
 
 
 
한병인
부족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김선생님의 말씀에 항상 기대가 큽니다.
온갖 동네가 다 연초록이여서 그런지 어제 오늘 산을 다녀 봐도 눈이 전혀 피로하지 않습니다.
좋은 풍광 잘 보고 갑니다.
2007-05-13
21:3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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