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한 친구 모친의 부음을 접 하고서 마치 내게 닥친 애사인 양, 요 몇 날이 그저 뒤숭숭한 가운데 정신없이 지나고 말았다. 주위 여러 친구들 부모님의 부음이 부쩍 잦아지는 걸 보면서 세삼 자식의 도리와 함께 부모는 나에게 있어 과연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는 요즈음이다.
그러다보니 나의 도덕성에 대한 자체 점검 필요성이 자연스런 화두로 부상하게 된다. 그 알량한 도덕이라는 것은 결국 내 이성과 감성의 치열한 세력 다툼에서 생성되고 결국은 내 주관으로 굳어지게 되는 바, 독선과 아집으로 빠지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필히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를 만나 검증을 받고 오류가 있을 시 치열한 논쟁을 거쳐야 하리라.
이런 경우 너무나도 유명한 퇴계와 고봉이 벌였던 사단(四端)칠정(七情) 논쟁을 되새김질 해 보는 것도 의미 있으리라. 사단칠정의 주요 논지는 주로 사람 마음에 관한 것이라 했겠다. 그렇다면 두 철인이 벌였다는 불꽃 튀는 8년 논쟁의 결과물은 도덕의 점검을 필요로 하는 내게는 최상의 복음서가 될 것이 분명한지라 코에 돋보기를 걸치고 모처럼 독서삼매에 빠져본다.
성리학 두 거유가 주고받은 사칠논변을 일컬어 애일당의 강기욱 선생을 비롯, 여타의 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서양의 헤겔이나 칸트에 견주어 결코 꿇리지 않는 조선의 위대한 사상이라 주장한다기에 열심히 뒤적여 보건만 워낙 밑천이 딸리는 지라 이해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고 머리도 지끈거린다. 이럴 땐 나서야 한다. 어디로? 상기증을 고쳐주는 자연 속으로......
내 단골 산책 코스인 축령산 편백림을 거쳐 세심원에 들러 차향으로 머리를 추스린 연후 산너머 청량산 문수사 단풍숲에 마음을 내려놓는다. 간간히 비가 내리는 가운데 연두색 물감이 온 산에 번져나가는 부드러운 모습을 감상하노라니 어느덧 위로 치솟기만 하던 기운이 모조리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었다.
첨단산인
금방이라도 청량한 목탁소리가 번져나올것만 같습니다. 친구분 모친의 부음을 접하고 깊은 애잔함속에 함께 상을 치르시느라 얼마나 바쁘고 힘드셨습니까? 가인마을의 그 친구분께도 심심한 조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일을 마치신후 다시 찾은 문수사 마음을 달래시려는듯 속히 몸추스리시고 활기찬 길에서 만나뵙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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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6 21:48:57 |
산마을
문수사의 사계를 전하는 전도사가 되신 듯 합니다. 숲의 아름다움이 여실히 드러나는 어디선가 본듯한 총천연색의 시네마스코프를 보는 듯한 아름다운 숲의 모습입니다. 가을에도 아름답더니 봄에는 더욱 더 아름답군요....풍성한 자연의 혜택과 건강한 숲속에서 몸과 마음의 평화를 되찾으시고 친구분 어머님의 평화로운 영면을 함께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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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6 22:41: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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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나비
연녹색 단풍나무의 색깔이 가을단풍 못지않게 아름답네요, 온 산들이 갖가지 연한 물감을 풀어 그려놓은 그림들처럼 예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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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7 09:06:42 [삭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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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원
문수사의 봄단풍 잘 구경하고 갑니다. 잘 아는이의 부인이 48세의 일기로 1년간의 투병생활을 마감하고 다른 나라로 갔습니다. 두딸도 휴학하고 일년간 아빠와 엄마와 같이 1년동안 많은 이야기 나누고 같이 병원생활을 했는데... 작년 87세로 생을 마감한 어머님의 상중에는 이제 우리엄마 해방되었다고 기쁜 마음으로 보내 드렸는데 지인의 아내 상에는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직 더 살아야하는데.... 좋은 세상에 가셨겠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이는 아픔만 가득합니다. 49제에 간다간다 하면서 아직 다른일을 핑계로 못가고 있습니다. 죽음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지요? 한밤중에 일어 나서도 금강경을 듣고,천수경을 듣고,예불문을 듣고 참선하고 명상하고.... 남의 아내 죽음에 내 어머니가 돌아 가셨을 때도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좋은 풍경 반가웠어요. 오늘도 세심원의 변동해 선생님은 열심히 문자메세지 봄소식을 전하시든데 요즘 무슨 업무가 그리 바쁜지 무소식으로 대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길 빕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오늘도 청장님 맞을 준비로, 업무에 바쁩니다. 토요일 일요일엔 텃밭 가꾼다고 흙을 밟고 하루종일 자연과 더불어 같이 하고 있습니다. 고추며 가지,호박,케일,토마토,부추,등등 백화점입니다. 퇴비넣고 비료 뿌리고 비닐 덮고 모종 �기고... 잘 살고 있는 것인지 못살고 있는 것인지?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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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7 13:41:32 [삭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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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경헌
사단칠정론(四端)情論)이야 거유(巨儒)들께서 이미 논쟁을 마친바 있으니... 論外로 치는게 좋을듯 합니다. 저같은 이는 그냥 머리 아픈 철학에서 해방되기 위하여 자연을 최고의 휴양처로 삼는데... 김선생님께서도 그러하신다니 또한 반갑네요.
축령산과 세심원과 문수사가 바로 제 동네 가까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선생님은 늘상 그곳에 가까이 갈 수 있으니 복 받으신 겁니다. 아무튼 좋은 글에 좋은 그림 잘 보고 댕겨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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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7 13:56: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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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아가씨
카메라로 찍은 거 맞나요? 혹시 김환기화백이라는 유명한 화가가 직접 그린 것 아닐까요? 화려한 듯 하면서도 은은한 것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연한 연두빛 봄빛입니다. 김환기님 사진을 보노라면 어둡고 탁한 마음이 맑아지는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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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7 14:56: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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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하얀나비님 평강님과 더불어 모두들 안녕하시죠? 거~~ 힘들게 뭐하러 산에 오르느냐는 철없는 남정네들도 쎄고 쎈 세상에 가냘픈 여인네들께서 이토록 산에 관심을 가져주신다는 것 자체가 저로선 여간 황송스럽고 영광되기 그지 없을 뿐입니다. 동질감의 확인을 위해서라도 자주, 수시로, 때때로 뭉쳐야 하지 않겠습니깡? 첨산의 발목이 이젠 슬슬 풀리는 모양이니 모쪼록 기대해도 좋을 듯 싶습니다.
류제원님 금강, 천수, 예불 그리고 오밤중의 참선에다 명상이라굽쇼? 중요한 사실은 위의 모든것이 누가 시킨다고 되는 일이 아니고 스스로 분기탱천 해야만 가능한 사변이라는데서 매듭을 풀어야 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한 밤중에 일어나 목이 마를 때 최고의 처방은 막걸리 한 뒷박 아닐까요??**^^ㅎㅎ
산아가씨 하늘에선 옥황상제의 금지옥엽이요 땅에선 선녀라 불리우는 혜경낭자......
화려함과 은은함을 사랑하신다구요?
속세에선 다소 싸이키델릭한 정신없는 것 들도 많음을 상기해 주시고. 부디, 비위를 튼튼하고 강하게 단련하는 길 밖엔 도리가 없다는 사실은 더 잘 알고 계시죠? ㅎㅎㅎ
탁한 마음이 맑아지신다니 너무나 황송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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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8 00:31:56 [삭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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